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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un 15. 2023

상대방의 경계를 존중해 주자

초등 성폭력예방교육

동그라미 우리 사이

초등학교에서는 의무적으로 학교폭력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또한 별도로 성폭력 예방 교육도 실시해야 한다. 학교폭력예방교육은 외부 강사를 초빙해서 실시하기도 하지만, 담임교사가 실시하는 시간 수가 많다. 성폭력 예방 교육도 외부 강사를 초빙하여 교육하기도 하고 보건 선생님께서 보건 수업 시간에 지도한다. 그리고 교과 시간에 관련 주제가 있어도 실시한다. 특히 성폭력 예방 교육은 외부 전문 강사가 와서 수업해 주는 것이 효과가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 2학년은 오늘 외부 강사가 방문하여 학급별로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했다. 성교육 강사는 대부분 여자다. 남자 성교육 강사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학교에 강의하러 오시는 분은 특히 여성 강사가 대부분이다. 오늘 방문한 강사님은 나이가 조금 있어 보였다. 경력이 많아서 초2 학생에게 맞게 교육을 잘할 것 같았다.     


외부 강사가 오면 담임 선생님은 잠시 쉬어도 되지만, 어떤 내용을 교육할지 궁금하여 40분 동안 꼬박 뒤에 서서 같이 들었다.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을 지도하기도 하고, 수업을 조금 보조해 드렸다. 강사 선생님께서 조금 불편하셨을 수도 있지만, 성교육은 특히 예민한 교육이라 내용을 확인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다. 예전에도 어린이 성교육은 여러 번 들었지만, 오늘 성교육은 조금 참신했다. 뻔한 성교육이 아니어서 좋았다.     


오늘 성교육의 키워드가 '경계'. 경계가 무엇인지 어휘 정리가 우선 되어야 해서 학생 한 명을 앞으로 초대했다. 선생님과 떨어져 있게 하고 질문을 하였다. 한 걸음씩 학생에게 다가가며 질문을 하였다.

"가까이 가도 될까요?"

"네."

학생이 허락하면 한 발 앞으로 다가간다.  

   

"가까이 가도 될까요?"

"네."

"가까이 가도 될까요?"

"아니요."

"그럼, 여기서 악수할까요?"

"네."

마지막으로 강사님께서

"너의 생각을 말해 주어 고마워."

라고 하셨다.    

 

상대방의 의사를 물어보고 허락하는 위치에서 멈춰서 악수를 하였다. 초대된 여학생이 야무지게 대답을 잘했다. 성폭력 예방 교육에서 자기의 생각을 정확하게 말하게 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칠판에 경계에 대한 '동그라미 우리 사이'란 활동을 위해 현수막을 걸어놓았다. 한 사람씩 나와서 일상생활에서 나와 관계하는 사람과의 경계를 알아보았다. 즉 부모님이나 조부모, 그리고 친척 등의 사람들과의 경계를 점검하였다. 그들이 나의 몸 중 머리카락, 어깨, 손, 엉덩이 등을 만졌을 때의 경계의 거리를 살펴보았다. 실습을 통해 아이들이 경계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2학년이지만 제법 이해를 잘했다. 요즘 아이들은 아는 것도 많고 정말 똑똑하다.     


즉 상대방의 경계를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했다. 상대방이 불편해하면 멈추고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상대방을 만질 때는 상대방에게 동의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가족 간에도 그렇게 해야 한다.     


다음으로 경계 존중 연습을 하였다. 즉 신체적, 언어적, 정서적 경계 존중 연습을 통해 그런 상황이 왜 경계를 침해하는 것으로 생각하는지를 발표하고 설명하였다. 가정에서 가족과 뽀뽀할 때도 꼭 물어보고 허락을 받아서 해야 한다고 했다. 맞다. 즉 할머니가 손자에게 뽀뽀할 때도 허락을 받고 해야 한다.     


그러자 남학생이

"전 할머니는 괜찮아요. 허락받지 않아도 돼요."

자기는 가족 중 할머니가 가장 좋다고 한다. 우리 집 쌍둥이도 할머니를 이렇게 좋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순간 해보았다. 하지만 할머니보다는 엄마 아빠가 좋아하는 사람 1순위가 되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    

 

어린이 성폭력이 꼭 모르는 사람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아는 사람에 의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아는 사람도 신체적 접촉을 할 때는 꼭 허락받고 하는 습관을 어려서부터 갖는 것이 좋다. 특히 학교에서 친구 사이에도 꼭 물어보고 허락받고 신체 접촉을 하도록 지속적으로 교육해야겠다.



그 외에도 저학년 학생들이 주의해야 할 일 몇 가지를 설명해 주시고 마지막에 나의 약속을 복창하고 수업을 마쳤다.     


우리 반은 워낙 에너지가 넘친다. 수업 도중에 질문이 많아서 강의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빙빙 돌기도 하였다. 그래도 열심히 질문하고 집중하여 듣는 모습이 귀엽다. 교실에서 가끔 남학생끼리 중요 부분을 장난으로 치거나 만져서 혼나기도 하였다. 이번 성교육으로 그런 장난을 안 할 거라고 믿는다.     


지금 2학년이지만 다른 사람의 경계도 존중해 주고 나의 경계도 챙기길 기대해 본다. 늘 다른 사람을 참견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런 습관도 없어지길 바란다. 성교육 수업을 담임인 나도 함께 듣길 정말 잘했다. 교육받은 내용을 알기에 반복해서 지도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알림장에도 학부모님께 알려드리고 자녀와 배운 내용을 나누는 시간을 갖도록 안내했다.

오늘 외부 강사 성교육을 실시하였습니다. 가정에서 오늘 배운 내용을 자녀와 잠시 나누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주제 :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경계가 있어야 한다).     


퇴직 전에 학교폭력예방교육 강사로 활동하였기에 강의 자료도 있어서 이번 주에 한 번 더 교육해야겠다. 올 1년 우리 반에서 어떤 학교폭력 사안도 일어나지 않도록 매일매일 신경 쓰고 있다. 오늘 배운 성교육을 통해 상대방 경계도 존중해 주고 나의 경계도 지키는 심신이 건강한 아이들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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