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것만 같았던 개학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이번 여름 방학은 어쩜 내 평생 교사로 보내는 마지막 방학이 될지 몰라 다른 때와는 사뭇 기분이 달랐다. 왠지 보람 있게 잘 보내고 싶었지만, 마음과는 달리 평범한 일상의 연결이었다. 책 읽고, 글 쓰고, 영화 보고, 오랜만에 지인 만나고, 가끔 멍 때리기도 했다. 주말에 쌍둥이 손자 돌보는 일도 계속했다. 올여름이 유난히 더워서 계획했던 피서도 다녀오지 못했고, 집에서 지내면서 편히 쉬었다. 몸무게도 1Kg이 쪘다. 집에 있으니 입이 심심하여 자꾸 뭔가를 먹게 된다. 1Kg은 출근하면 저절로 빠질 거로 믿는다.희망 사항이다.
서울에서 점심을 먹고 들어오다가 교실 청소를 하려고 학교에 갔다. 먼저 교무실에 들러서 인사드리고 교실로 왔다. 교실 문을 열고 창문도 활짝 열었다. 방학식 날 떠들썩했던 교실이 먼지만 쌓였다. 물걸레로 책상과 의자, 사물함, 창틀 등을 꼼꼼하게 닦았다. 생각보다 먼지는 많지 않았다.
방학 동안 닫혀있던 교실이라 공기청정기도 틀어 환기시켰다. 대걸레를 빨아서 교실 바닥도 닦고 교사 책상과 컴퓨터를 닦고 나니 교실이 깨끗해졌다. 잠깐 청소했는데 머리에서 땀이 얼굴로 줄줄 흐른다. 이제 시원할 때가 된 것 같은데 오늘도 정말 덥다. 이제 수요일에 학생들만 오면 될 것 같다. 여름 방학 동안 건강하게 지냈을 아이들이 기다려진다.1학기보다 키도 크고 마음도 자라서 조금 의젓해졌으리라 믿는다.
컴퓨터를 켜고 하이클래스에 입장했다. 우리 학교는 학교 알리미가 하이클래스다. 방학식 날 첫 주 주간학습안내를 배부했지만, 파일로 다시 첨부하고 개학식 준비물 등 안내 사항을 올렸다. 여름 방학 중에 남학생 한 명이 전학 왔다. 하이톡으로 미리 인사를 드렸지만, 전화를 드렸다. 준비물을 안내하고 학생에 대해 참고 사항 등을 들었다. 전학 오면 걱정되는 일이 많으실 것 같아서 안심시켜 드렸다. 9월에 여학생 한 명이 전학 갈 예정이어서 남학생이 훨씬 많은 우리 반은 2학기에도 활기가 넘칠 것 같다.
교실 청소를 하고 돌봄 교실에 연락을 드려서 우리 반 학생이 있는지 여쭈어보았다. 학교 간 김에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다. 우리 학교는 돌봄 교실이 2실이라 우리 반 학생 12명이 돌봄 교실에 참여 중이다. 재적이 22명이니 반 이상이 돌봄 교실에 다닌다. 돌봄 교실은 방학 중에도 운영되는데 학기 중보다는 많이 참여하지 않는다. 오늘 돌봄 교실에 있던 우리 반 학생들을 만나니 정말 반가웠다.
7월에 새내기 선생님께서 하늘나라로 가시고 여름 방학 내내 교권 보호를 위해 떠들썩했다. 이제 개학할 텐데 학교 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뭔가 달라지긴 하겠지만, 그 정책들이 정말 현장에 바로 녹아들까 의심이 생긴다. 정책이 바뀌어도 학교에는 여전히 금쪽이도 있을 거고, 우리 아이가 왕의 DNA라고 생각하는 학부모도 있을 거다. 그래도 2학기에는 조금은 달라지길 기대해 본다.
학교는 교사가 학생을 학부모님과 다른 장소 즉 학교에서 사랑으로 교육하고 돌보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신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학교에 있는 동안은 교사가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 학생들이 하교할 때까지 늘 긴장하며 생활한다. 혹시라도 다치지는 않을까 염려가 된다. 아침마다 오늘 지킬 일을 이야기하고 눈을 아이에게서 떼지 않는다. 수업 시간은 수업 시간대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은 점심시간 대로 늘 불안하다.그러기에 교사와 학부모님은 협력하며 소통하는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2학기에도 학교 엄마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학부모님께서도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이 행복하고 학생이 행복해야 바라보는 부모도 행복하다.'
는 진리를 늘 기억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선생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아이를 위해서 선생님을 존중해 주고 신뢰해 주시길 부탁드리고 싶다. 즉 선생님이 행복하게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시길 바란다. 2학기에는 학교가 평온하고 학생이 행복하고 즐겁기를 기원한다. 그렇게 되어 내년에는 교대의 인기가 다시 살아나고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 1위가 교사가 다시 되길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