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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May 30. 2023

초등 학부모의 희망 1순위, 이과 선호


5월 21일 종로학원에서 학부모 1,4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였다. 조사 결과 초중학교 학부모 10명 가운데 9명은 자녀가 의학 계열이나 이공 계열 등 ‘이과’ 진로를 택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초등학교 학부모 92.3%가 이과를 희망했다고 한다. 이과 희망 학부모가 선호하는 전공은 의학 계열(의, 치, 약대)이 1위로 가장 높았고 다음이 공학 계열이었다고 한다.  

     

강남에서는 학원에서 초등학교 4학년부터 의대 진학반이 운영된다고 들었다. 의대를 보내고 싶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대는 우선 취업이 보장되어 있고 보수도 많을뿐더러 명예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도 뛰어놀아야 할 초등학교 시절부터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학원을 늦게까지 다니며 어려운 선행학습을 해야 하는 요즘 우리 아이들을 볼 때 왜 그리 안타까운지 모르겠다.

    


작년에 초등학교 과학 교과 교사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5학년 과학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이 교실로 올라갔다. 쉬는 시간이었는데 남아있던 남학생이

“선생님, 이과죠?”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과학을 잘하시잖아요.”

‘내가 과학 선생님이니까 당연히 5학년 과학은 잘해야지.’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선생님을 믿어주어 고맙기도 했다.

초 5면 아직 문과 이과를 논하지 않아도 될 텐데 부모님께서 과고라도 보내려고 미리 학원에 보내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한 번도 내가 이과 성향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늘 문과 쪽이라고 생각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문과가 아니라 이과 쪽에 가까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MBTI도 ISTJ ‘청렴결백한 논리주의자’ 는 이과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중 고등학교 때는 수학을 가장 잘했다. 고3 때 수학 선생님께서 S대 수학과에 원서를 쓰면 어떻겠냐고 말씀하셨다. 부모님도 원하시고 나도 선생님이 꿈이라 교대를 가야 해서 선생님 말씀은 들어드리지 못했다. 사실 S대는 자신도 없었다.     


다음으로는 이과 성향은 집중력이 좋다고 하는데, 나도 집중력이 좋았다. 주변에서 떠들어도 내 할 일은 한다. 특히 공부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는 성향도 같다. 나 스스로 말을 못한다고 생각하기에 모임이나 회의에서 꼭 해야 할 말 이외에는 잘 안 한다. 물론 아주 친한 사람과 있을 때는 다르다.   

  

그리고 분명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요리도 공식에 맞추듯 레시피북을 만들어 매번 그대로 한다. 규칙이나 약속도 꼭 지키고 예정에 없던 일을 싫어한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고 음악도 좋아한다. 생각해보면 문과 성향과 이과 성격을 반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는 모든 과목을 가르치고 전체 학생들을 이해하고 가슴에 품어야 하니 교사였던 내 성향을 중간쯤에 가져다 놓은 게 아닌가 한다.     


고등학교에서 이과 문과를 나누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밖에 없다고 한다. 완벽한 이과도 문과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과 성향이 조금 더 강하긴 하지만 그 사람 내면에 감성적인 성격이 있고 문과 성향이라도 때론 이과처럼 행동할 수도 있다.     


초등학교부터 이과 문과 성향을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과 문과 성향도 결국은 뇌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나뉜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우뇌와 좌뇌를 골고루 사용하도록 다양한 경험을 심어주면 뇌도 골고루 발달할 거다. 이과 문과를 꼭 나누어야 한다면 내가 조금 더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선택하면 될 테니까.     

지난 금요일에 수업을 마무리하며

“주말 즐겁게 잘 보내고 월요일에 만나요.”

라고 하자

“선생님, 저는 토요일에 학원 가서 못 쉬어요.”

라고 한다.

5학년인데 과학에 관심이 많다. 어려운 과학용어도 알고 있어서 친구들이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보기도 한다.

과학고등학교에 가려고 미리 공부한다고 했다. 과고나 영재고에 간 지인 아들들을 보면 초등학생 때부터 늘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을 보았기에 이해가 되었다.   

  

나는 학생들이 기본에 충실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주말에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주중에 하지 못했던 일도 하며 신나게 지내면 좋겠다. 성격이 모나지 않아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소외되는 친구도 도와줄 수 있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퇴직하고 작년에 시간 강사로 다시 교단에 서며 교사 시절 바빠서 챙기지 못했던 것들도 챙기고 학생들을 좀 더 이해하고 공감하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론 의대에 가면 좋다. 동생도 의사이다. 의사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 하지만 시간이 자유롭지 못하다. 늘 환자를 대하기 때문에 형보다 머리도 빨리 쉬고 소갈머리도 없다. 힘들어 보인다. 물론 본인이 좋아서, 또 의사로서의 사명감이 있어서 의대에 진학하면 좋겠지만, 오로지 부모님의 바람 때문에 의대에 진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아이들과 충분한 대화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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