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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May 22. 2023

초2, 지금 욕과의 전쟁


지하철을 탔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 서너 명이 탔다. 여학생들이 거침없이 욕을 섞어서 말한다. 거의 욕 반, 말 반이지만 주위 사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대화를 나눈다. 씨O, 존나 예뻐 등 그냥 입에 욕이 착매달렸다. 씨O, 존나 등은 욕이 아니라 강조 접두사라고 한다더니 말끝마다 들어간다.     


요즘 우리 반도 욕과의 전쟁이다. 얼마 전에 사건이 하나 있었다. 우리 반 1호가 2호와 쉬는 시간에 쪽지를 주고받은 모양이다. 그 쪽지가 공교롭게 우리 반 주영이(가명) 책상 위에 놓이게 되었다. 주영이가 쪽지를 가지고 나왔는데 보는 나도 깜짝 놀랐다. 내 입으로도 도저히 말하기 힘든 심한 욕이었다. 5, 6학년이라면 그러려니 하고 불러서 잠시 훈육을 하였을 텐데 2학년이 그런 욕을 사용한다는 것은 큰 충격이었다. 그러니 여린 가슴에 처음 들어본 욕이라 많이 놀란 것 같다.    

  

집에 가서 부모님에게 이야기한 것 같다. 학부모님께서 교실로 전화를 하셨다. 자초지종을 설명해 드렸다. 학부모님께서도 이해하셨지만, 담임으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죄송했다. 이걸로 끝났으면 좋은데 2탄이 또 있었다. 다음 날 마지막 수업이었다. 수업 중에 1호가 갑자기 화가 났는지 뒤쪽을 보고 욕을 하였다. 순간 나도 몰래

“1호!”

하고 큰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1호도 놀랬는지 욕이 입으로 쏙 들어갔다. 나는 혼자 화가 나서 중얼거렸다고 생각하고 지나쳤는데 그게 아니었다.     

 

다음날 오후에 주영이 아버님이 전화하시고 상담을 오신다고 했다. 교실로 오시라고 했다. 전날 쪽지를 보았던 그 남학생 아버님이었다. 아버님 말씀으로는 아이가 놀라서 집에서 이불을 쓰고 떨었다고 한다. 1호가 자기를 보고 또 욕을 할까 봐 겁이 난다고 했단다. 수업 시간에 1호가 욕을 할 때 남학생 얼굴을 빤히 보고 욕을 했다고 하셨다. 내가 잘못 보았나. 그냥 뒤쪽을 보고 욕을 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날 자세히 물어보았어야 하는데, 마지막 시간이라 그냥 보낸 것이 잘못이었던 것 같다. 욕을 하면 그 자리에서 고쳐 주는 게 맞는데 생각해 보니 잘 지도하지 못했다.   


아버님 말씀을 듣고 우선 자리를 다시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1호와 조금 멀리 떨어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날이 금요일이어서 1호 부모님께 1호가 학교에서 욕을 자주 한다고 말씀드리고 가정에서 지도해 주실 것을 부탁드렸다. 월요일에 1호를 불러서 금요일에 누구에게 욕을 했는지 물어보았다. 그냥 화가 나서 뒤를 보고 욕을 했다고 한다. 주영이를 불러서 2건 다 오해가 있었음을 말해주고 이해시켰다. 1호가 주영이 보고 욕한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욕 트라우마가 생기면 안 될 것 같아. 1호 보고 직접 이야기하라고 했다.     


어제 급식을 먹으려고 급식실에 갔는데 이번에는 2호가 거기서 욕을 한 모양이다.

“씨O놈.”

이라고 하는 걸 옆 반 선생님께서 들으셨다고 한다. 안 되겠다 싶어서 욕을 하면 단단하게 훈육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해서 우리 반은 욕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교실에서 욕을 하며 바로 칠판에 이름을 적고 남아서 선생님과 함께 청소하고 부모님께 하이톡으로 알려 드린다고 했다. 욕뿐만 아니라 나쁜 말도 하지 못하게 했다. 부모님께 말씀드린다고 하니 아직 어린 학생이라 겁을 조금 먹는 것 같았다. 욕을 안 하려고 조심을 하지만 자꾸 친구를 놀리거나 욕 비슷한 말을 아직도 하고 있다.   

  

어제도 놀이시간에 보니 아이들에게 1호가

“양아치 같아.”

라고 한다. 이런 말은 또 어디에서 배웠는지 참 안타깝다. 불러서 주의를 주니 욕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도 좋은 말은 아니니까 또 그런 말 하면 약속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안 하겠다고 약속을 하였다.

    

오늘 있었던 일이다. 쉬는 시간에 1호가 욕을 하였다고 일렀다. 무슨 욕을 하였냐고 하니까

“아이 씨 팔로우 미.”라고 그냥 영어를 했다고 우긴다.

누구에게 배웠냐고 물었더니 2호가 한 말을 따라 했다고 한다. 2호를 불렀다.

2호가

“I see follow me.” (아이 씨팔로우미)라고 말했단다.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냐고 하니 유튜브를 보고 배웠다고 한다.

어이가 없었지만 그건 욕을 그렇게 말한 것 같으니 좋은 말이 아니니 이제 그런 말을 해도 욕을 한 것과 똑같이 하겠다고 하였다. 다시 안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아이들은 주위의 환경을 통해 말을 배운다. 욕도 대부분 가정에서 배운다. 그런데 요즈음은 가정에서도 배우지만, 유튜브나 게임을 하면서 배우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 반 욕 잘하는 1호는 말끝마다 게임 이야기다. 집에 가면 게임하고 텔레비전 보는 게 일과인 것 같다. 부모님이 아이들 앞에서 욕을 하시진 않을 텐데 참 걱정이 많이 된다. 오늘 알림장에도

‘학교에서 욕을 하는 학생이 있으니 가정에서 바른말을 사용하도록 지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보냈다. 지금 언어습관을 잡아 주지 않으면 고치기 힘들 것 같다.     


시간 있을 때마다 '다섯 글자 예쁜 말 ' 노래를 부른다. 다섯 글자 예쁜 말은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아름다워요
-노력할게요

이다.


'다섯 글자 예쁜 말' 노래


욕이 교실에서 사라질 때까지 우리 반의 욕과의 전쟁은 계속되리라. 지도하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욕이 교실에서 사라질 때까지 끈기를 가지고 지도하리라 다짐해 본다. 욕보다는 다섯 글자 예쁜 말을 많이 사용하는 우리 반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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