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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Feb 01. 2024

2월은 홀로 걷는 길

2월 첫날, 천양희 시인의 시와 함께 시작합니다

천양희 시집(2011년에 1월 14일 초판 1쇄, 2012년 1월 11일 초판 5쇄 발행) (주)창비

책꽂이에서 발견한 시집이다. 작은아들이 대학생 때 구입한 시집이다. 천양희 인은 1942년 부산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대학 3학년 재학 중에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작가님은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되어

무릎 꿇어야 보이는 작은 것들을 생각한다."

 하신다.

2월에는 봄이 조금씩 시작된다. 가끔은 우두커니 서서 무릎 꿇어야 볼 수 있는 작은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


또한

오늘 내 발자국은 마침내 뒷사람의

길이 된다는 말 곱씹으며 걸어야겠다.

홀로 걸어야 하는 2월에도

함께 걸을 수 있는 따뜻한 이웃이 되어 드리고 싶다.


필사 노트
2월은 홀로 걷는 길
                                    천양희

헤맨다고 다 방황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며
미아리를 미아처럼 걸었다
기척도 없이  오는 눈발을
빛인 듯 받으며 소리 없이 걸었다
무엇에 대해 말하고 싶었으나
말할 수 없어 말없이 걸었다
길이 너무 미끄러워
그래도 낭떠러지는 아니야, 중얼거리며 걸었다
열리면 닫기 어려운 것이
고생문(苦生門)이란 걸 모르고 산 어미처럼 걸었다
사람이 괴로운 건 관계 때문이란 말 생각나
지나가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며 걸었다
불가능한 것 기대한 게 잘못이었나 후회하다
서쪽을 오래 바라보며 걸었다
오늘 내 발자국은 마침내 뒷사람의
길이 된다는 말 곱씹으며 걸었다

나의 진짜 주소는
집이 아니라 길인가?
길에게 물으며 홀로 걸었다

-천양희 시집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중


브런치 작가님,


2월에도

좋아하는 글 쓰시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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