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월은 홀로 걷는 길

2월 첫날, 천양희 시인의 시와 함께 시작합니다

by 유미래
천양희 시집(2011년에 1월 14일 초판 1쇄, 2012년 1월 11일 초판 5쇄 발행) (주)창비

책꽂이에서 발견한 시집이다. 작은아들이 대학생 때 구입한 시집이다. 천양희 시인은 1942년 부산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대학 3학년 재학 중에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작가님은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되어

무릎 꿇어야 보이는 작은 것들을 생각한다."

고 하신다.

2월에는 봄이 조금씩 시작된다. 가끔은 우두커니 서서 무릎 꿇어야 볼 수 있는 작은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


또한

오늘 내 발자국은 마침내 뒷사람의

길이 된다는 말 곱씹으며 걸어야겠다.

홀로 걸어야 하는 2월에도

함께 걸을 수 있는 따뜻한 이웃이 되어 드리고 싶다.


필사 노트
2월은 홀로 걷는 길
천양희

헤맨다고 다 방황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며
미아리를 미아처럼 걸었다
기척도 없이 오는 눈발을
빛인 듯 받으며 소리 없이 걸었다
무엇에 대해 말하고 싶었으나
말할 수 없어 말없이 걸었다
길이 너무 미끄러워
그래도 낭떠러지는 아니야, 중얼거리며 걸었다
열리면 닫기 어려운 것이
고생문(苦生門)이란 걸 모르고 산 어미처럼 걸었다
사람이 괴로운 건 관계 때문이란 말 생각나
지나가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며 걸었다
불가능한 것 기대한 게 잘못이었나 후회하다
서쪽을 오래 바라보며 걸었다
오늘 내 발자국은 마침내 뒷사람의
길이 된다는 말 곱씹으며 걸었다

나의 진짜 주소는
집이 아니라 길인가?
길에게 물으며 홀로 걸었다

-천양희 시집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중


브런치 작가님,


2월에도

좋아하는 글 쓰시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정이흔 작가님의 단편소설 <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