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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Apr 05. 2024

노인 둘이 사는 집은 몇 평이 적당할까

퇴직자들의 수다에서 알게 된 공통 생각, 나이 들면 큰 집이 필요 없다

나는 인천에 살고 있다. 두 달 만에 서울에 나갔다. 퇴직 전에는 매일 출근하던 곳이었는데 퇴직하고 나니 일이 있어야 나가는 곳이 되었다. 서울에서 40년 이상 근무했기에 서울에 나가는 일은 늘 설레게 한다. 비 소식이 있었지만, 마음만은 가볍게 집을 나섰다. 오늘은 오랫동안 만나왔던 모임이 있는 날이다. 지난 1월에 만나고 두 달 만에 만난다.      


나이는 다르지만 여섯 명이 만나면 늘 이야기가 끊기지 않는다. 걸어온 길이 같기에 마음이 잘 맞는 분들이다. 공통 화제도 있어서 늘 동질감을 느낀다. 이번 2월 말에 모임의 막내가 정년퇴직을 하게 되어 완전체 퇴직자 모임이 되었다. 퇴직한 막내가 퇴직하고 일이 없으니 우울하다고 했다. 뭐라도 할 일이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예전에는 퇴직하고 일하는 분들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퇴직하고 일하는 분이 많다. 퇴직하고 일하고 싶어 하는 분도 많다. 나는 퇴직하고 일할 수 있으면 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100세 시대라고 하니 40년을 그냥 놀고먹는 것은 노동력 낭비라고 생각한다. 나도 퇴직하고 작년에 기간제교사로 일 년 일했기에 건강만 허락하면 충분히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1시 30분에 만나 식사하고 카페로 옮겨서 본격적으로 수다를 떨었다. 어떻게 지내는지 정보를 나누었다. 그래도 퇴직하고 나름대로 즐겁게 생활하고 있어서 안심되었다. 이런저런 정보를 나누다가 주택 이야기를 했다. 서울에 사는 분도 있고 인천이나 일산에 사는 분도 있다. 대부분 큰 평수에 사는데 이제 슬슬 아파트를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노인 둘은 25평이 적당할까?     


2월에 퇴직한 분이 노후 자금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상담을 받았다고 한다. 보험을 비롯해서 다양한 상담을 받던 중에 몇 평에 사는지를 질문받았다고 한다. 둘이 살면 집에 돈을 깔고 살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즉 노인 둘이 살면서 큰 평수에 살 필요가 없다는 거다. 집을 줄여가면 물건도 정리되고 현금도 활용할 수 있다.     


작년에 친정엄마를 하늘나라에 보내신 분이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유품 정리하는 것도 큰돈이 들었다고 한다. 살아 있는 동안 물건도 미리 정리해 주는 것이 자식을 위하는 일이라고 했다. 나도 친정엄마 돌아가시고 지방에 친정엄마가 사시던 집을 아직 그대로 두고 있다. 우리도 유품 정리해야 하는데 알아봐야겠다.     


우리 집도 조금 큰 평수 아파트다. 둘이 사는데 방이 여러 개다. 지금은 주말에 오는 쌍둥이 손자를 위해 방을 하나 꾸며 주었고 넓어서 놀기에 좋다고 했더니 손자도 초등학교 4학년만 되면 바빠서 안 온다고 한다. 지금은 주말마다 오지만 크면 학원 다니랴 친구들과 노느라 자주 오지 못할 것 같다.     


얼마 전에 남편도 집을 줄여가자고 한 적이 있었는데 손자들 오면 넓은 집이 좋다고 내가 안된다고 했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사 가는 것도 괜찮겠다. 나이 들면 기운도 떨어져 청소하기도 힘들 텐데 작은 곳으로 이사 가는 것이 좋겠다. 우리 집도 몇 년 안에 집을 팔고 작은 아파트로 줄여서 이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게 노후에 현명하게 사는 방법 같다.     


그럼 몇 평으로 가는 게 좋을까. 모인 퇴직자 모두 25평이 적당하다고 한다. 방 2개와 욕실 하나 정도 있으면 될 것 같단다. 부엌에 4인용 식탁 하나와 거실에 3, 4인용 소파 정도만 있으면 되겠다. 아무래도 텔레비전 보는 시간이 많아질 테니까 거실은 조금 크면 좋겠다. 지금 사는 집에 정이 많이 들어서 이사 가긴 싫지만, 지금부터 신중하게 남편과 의논해 보아야겠다.    

 

한 분은 친정엄마가 90세 신데 친정엄마 집을 주택연금으로 돌려서 연금을 받는다고 했다. 그 돈으로 친정엄마는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하고 싶은 것도 하시고 손자들 용돈도 주며 행복하게 산다고 하신다. 나중에 자식에게 집을 물려주려고 지금 힘들게 사는 것도 현명한 노후 생활은 아닌 것 같다. 집을 좀 줄이고 사는 집을 주택연금으로 돌려서 노후 자금 걱정 없이 사는 것도 좋겠다.      


4월에 서른여덟 살 딸 시집보내는 결혼 스토리를 들으며 축하도 해주었다. 첫 손주를 본 할머니의 설렘도 들어주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쉼 없이 하다 보니 오후 4시가 지났다. 한 분이 퇴근 시간이니 우리도 퇴근하자고 했다. 학교는 대부분 4시 40분이 퇴근 시간이다. 그래도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다음에 만날 날짜를 잡고 헤어졌다.     


외출하고 돌아오다가 앞집에 사시던 어르신을 만났다. 몇 년 전에 아파트 단지의 작은 평수로 이사 가셨다. 우리 아파트는 다양한 평수가 있다. 딸 둘이 결혼하고 남편분과 둘이 사는데 불편하지 않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좁아서 답답하게 느껴졌는데 살다 보니 청소하기도 편하고 딱 좋다고 하셨다. 살던 곳이라서 낯설지 않아서 좋다고 하셨다. 멀리 이사 가지 말고 같은 아파트 단지의 작은 평수로 이사 가는 것도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오늘은 모두 퇴직자 모임이라 은퇴 후의 삶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헤어지고 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살고 있는 집에 대해서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혼자 결정할 문제는 아니기에 남편과 그리고 아들들과도 깊은 대화를 나누어 봐야겠다. 내 마음속에는 이미 작은 평수로 이사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80%는 차지하고 있다.       


나이 들어 친구들 만나 수다 떠는 것도 정신 건강에 좋다. 즉 저속 노화를 실천하는 방법이다. 다음에는 더 많은 수다거리를 가져오자며 헤어졌다. 모임이 몇 개 있는데 이 모임이 가장 편하다. 오래 만난 이유도 있지만 지나온 길이 비슷하니 동질감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오늘 많이 웃어서 5년쯤 젊어진 기분이다.        

       


이번 주도 노인복지관에서 여행 영어와 캘리그라피,  글쓰기 수업에 즐겁게 참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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