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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외출

by 유미래
머루(묵호 등대 카페에서)


비, 외출


유미래


장화 신고 우산 쓰고 빗속으로 들어가면

작은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지붕을 뚫고 내려온다

내려온 빗소리는 머리를 때려

우산을 자꾸 몸에 붙인다


비 오는 날 외출은 늘 마음이 싸운다

"그냥 들어갈까?"

몇 초 동안 망설이다 가던 길 걸어간다

"약속이잖아."


여름은 늘 비와 함께 자란다

들풀을 키우고

나무를 살찌우고

마음까지 자라게 하지만

오늘처럼 쏟아지는 비는 참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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