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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에 대하여

by 토끼대왕






만남이라는 말은 본래 '마주침이 (생겨)나다'는 의미이다. 서로 다른 사람이 서로의 눈을 마주치고 상대방의 말과 행동, 사상과 양식을 받아들이는 행위 일체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의 현상들을 우리의 시각에서 재해석한다. 감정이라고 하는 것, 만남에 의미를 부여하는 생각이라고 하는 것들은 모두 '나의'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는 만남은 '나와' 마주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상대가 무어라 생각하고 말을 하든, 그것은 모두 나라는 사람을 통해 되새김질 된 후에야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최근 이별을 맞이했다. 다행인 것은 어린 시절 가슴 시리게 눈물로 맞았던 여자친구와의 이별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직원과의 이별이었다. 처음에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사직서를 받아들고 한참을 생각했다. 으레 그렇듯 누구의 잘못이 더 큰지 따지기에 바빴다.

그리고는 한동안은 그 직원을 원망했다. 내게는 아무 잘못이 없으리라는 오만 또는 착각의 발로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감정이 가라 앉으면서 이내 나는 또 다른 나와 이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남은 내가 받아들이는 상대방과, 결국 나와의 마주침이기에 헤어짐도 같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름답지 않다고 여겼던 이별은 어쩌면 내 속에 있던 마주하고 싶지 않던 나와의 헤어짐이었을지 모른다.

잘못이 내게 있을 것이라는 자책이 아니라, 상대를 멈춘 시각으로 바라보던 좁은 나를 떠나보내고 난 뒤에 남는 감정이다.


이별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생각은, 실은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내 모습을 미화하기 위한 포장에 불과했다.


나는 이렇게 이별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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