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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기자가 만난 사람 11)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by 최재혁

대한민국 부호 순위에 매번 랭크되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을 다뤄볼까 한다.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이 만난 기업인이 서정진 회장이다. 기자회견만 5번 정도 참관한 거 같은데, 생각보다 털털하고 재밌는 인물이다.

'셀트리온'이라는 기업은 어떤 곳인가. 바이오 시밀러를 적극적으로 양산하고, 헬스케어의 퍼스트 무버가 되고자 하는 곳. 바닥부터 시작한 서정진 회장이 대한민국 최고 기업 중 하나로 끌어낸 명실상부 대기업이다.

하지만 셀트리온의 명성은 그리 높지 않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보다 이름이 잘 안 알려져 있고, 바이오 헬스 산업인 만큼 대중에게 그리 친숙하지 않다. 화장품 등에서도 아모레퍼시픽 등에 밀리니 이름값은 철저히 낮은 편이다.

나 또한 셀트리온을 정말 몰랐다. 주식을 하고 있어 망정이지, 속된 말로 '듣보잡' 취급했다. 셀트리온을 알게 된 건 취재차 셀트리온 본사를 방문했을 때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셀트리온 본사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낮고 넓게 지어진 연구소와 사옥은 미국의 시골 마을을 연상케 했고, 곳곳에 마련된 정원은 마음을 편안히 했다. 더욱 재밌는 건 이동할 때마다 카트를 타고 다닌다.


다양한 기업 사옥을 방문했지만, 셀트리온만큼 입장이 까다로운 곳이 없었다. 이미 약속된 방문이었지만, 신분증과 방문 일지, 그리고 비밀 유지 서약서도 작성했다. 물론 이 글은 누설할 것도 없는 안전한 글이다.

다시 돌아와서, 서정진 회장은 인천과 연이 깊다. 충북에서 태어나 서울로 이사했지만, 고등학교를 인천에서 나왔다.


전임 인천시장인 박남춘은 서정진 회장과 동기로, 매우 절친하다. 셀트리온 본사도 그렇고, 인천에서 기업 투자를 아끼지 않아 매우 긴밀한 사이다. 내가 알기로 셀트리온 사옥 대지를 인천에서 100년간 무상 임대한 것으로 기억한다.

한 번은 서정진 회장이 박남춘 시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인천시와 셀트리온의 협약식이었는데, 기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기자회견에 참석했기에, 30분 내외로 끝내고 점심을 먹으러 갈 생각이었다. 그날 셀트리온 본사를 다녀와 매우 배가 고팠기에.


30분은커녕 1시간이 지났는데 끝날 생각을 안 한다. 무엇보다 서정진 회장의 말이 끊기지 않았다. 기자가 질문하면 박남춘 시장은 2~3분 안에 짧게 끝낸다.

아마 이날의 주인공이 서정진 회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아닐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질문 하나로 20분 동안 말하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시시덕거리는 이야기가 많았다. 함께 취재했던 선배도 "뭐 저리 쓸데없는 말을 길게 해"라며 궁시렁댔다.

나도 마찬가지, 타사 선배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촬영 기자는 지루한지 의자에 앉아 하품을 길게 빼기도 했다. 도대체 저 아저씨는 말이 왜 이리 많은 거야?

서정진 회장은 본인의 이야기를 직접 풀었다. 인천과의 인연, 박남춘 시장과의 친분, 세계로 뻗어나갈 셀트리온의 바이오 시밀러 등 다양하고 중요한 정보가 많았다.

결국 기자회견은 1시간 40분 동안 이어졌다. 역대 최고로 긴 기자회견이었다. 보좌관과 비서가 서정진 회장과 박남춘 시장을 아무리 말려도 말은 끝나지 않았다.


맞다. 그는 수다쟁이였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서정진 회장 수다의 가치를 따지기에 내 마음가짐이 매우 물렁물렁했다.


100마디의 말을 하더라도 누군가에겐 귀중한 정보고, 누군가에겐 귀 딱지나 앉을 지루한 이야기다. 그 당시에 난 경제경영, 자기 계발 등에 관심이 없었다. 만약 서정진 회장의 말을 집중해서 들었다면 내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이때 큰 깨달음을 얻어 타인의 말을 더 경청하게 됐다. 어찌 보면 지금의 나를 만든 게 수다쟁이 서정진 회장 아니겠는가?


인생사 새옹지마라 하지 않던가. 어디서 귀인을 만날지 모른다. 항상 귀를 열고 눈을 뜨자. 세상은 우연처럼 내게 찾아온다.


* 만나고서 느낀 세 줄 포인트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당당함과 자신감

수백 명의 기자가 자신을 찍고 있는데, 어떤 말이든 할 수 있는 자신감

난 언제쯤 내 성공을 세상에 당당히 소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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