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사회부에서 근무할 때 공항 취재를 참 많이 갔다. 누가 귀국하고, 출국할 때 몇 시간 전부터 공항에서 '뻗치기'를 하며 기다리곤 했다.
기생충 팀이 칸에서 귀국할 때, 축구 국가대표팀이 귀국할 때, 그랜드캐니언에서 사망한 시신을 옮길 때 등 귀국을 취재한 적이 많은데, 이날은 대한항공의 한진, 조원태 회장과 만났다.
한창 조양호 회장에 대한 기사가 오르내릴 때였다. 미국에서 수술받던 그가 결국 사망했다는 소식, 우리는 시신이 국내로 넘어오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상당한 취재진이 몰렸다. 대한민국의 거대 기업인 중 한 명이 세상을 떠났으니 그럴 만도 하다 싶다. 더군다나 당시 남매의 세력 다툼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조원태, 조현민이 참석한다는 사실만으로 취잿거리가 충분했다.
선배와 난 조양호의 관이 비행기에서 꺼내지는 장면을 촬영했다. 비행장 한구석에서 리프트로 천천히 관이 나오는데, 왠지 모르게 섬뜩했다. 한편으론 '이게 뭐라고 수백 명이 몰렸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사망 탓일까? 조원태는 시종일관 눈물을 흘렸다.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은 조원태는 키가 상당히 컸다. 멀찍이서 봐도 듬직한 차림새라 다부진 체격이 느껴졌다.
어느 면에선 이재용과 비슷한 느낌도 받았다. 재벌 2, 3세는 비슷한 향기를 풍기는 걸까?
조원태가 펑펑 우니 질문하기도 좀 그랬다. 취재진과 몇 마디를 나눈 후 동행인들과 아버지에게 찾아갔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론 앞에서, 경영권 승계 다툼이 한창인 상황에서 일종의 '쇼'가 필요하지 않을까?
얄궂은 내 생각은 행동으로 옮겨졌고, 마침 조원태가 엘리베이터를 타자 끝까지 추격했다. 유리로 되어 외부에서 목격이 가능한 엘리베이터라 조원태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내 예상은 무참히 틀렸다. 아버지를 향한 진심은 진짜였던 것 같다. 조원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서 오히려 더 펑펑 울었다. 두 손으로 눈을 감싸고 어깨가 들썩였다.
취재가 끝나고 나니, 이런 생각도 들었다. '저들은 프라이버시가 전혀 없구나.' 내가 조원태라면 억울하고 화가 났을 것 같다. 아버지의 장례조차 편히 치르지 못하다니. 이럴 땐 내 직업이 참 괴롭다.
* 만나고서 느낀 세 줄 포인트
타인의 슬픔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다는 건 괴로운 일이다.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를 다루는 직업이기에
나는 좋고 슬픈 모든 현장에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