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작년 7월. 한창 문화생활을 즐기던 시기, 부산에서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당장 찾아갔다. 살면서 제대로 된 개그 공연을 거의 본 적이 없기에 어떤 느낌일지 너무 궁금했다. 혹여나 뻔한 개그에 유치한 장난만 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있었다.
부코페에서 총 6번의 공연을 관람했다. 변기수가 하는 욕쇼, 김영희가 하는 홈쇼핑 그리고 외국인 참가자가 선보였던 슬랩스틱까지. 이 중 최고의 공연은 단연 '쇼그맨'이었다. 김원효, 박성호, 이종훈, 정범균 등 6인이 펼친 쇼와 개그는 단연 독보적이었다.
이종훈 개그맨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개그맨 중 한 명이었다. 특유의 웃음 포즈가 강렬하고, 뒷받침하는 서브 캐릭터를 연기할 때 부족함 없는 모습을 보였다.
예전 어디선가 듣기로 개그를 너무나 사랑하고, 열정적이라는 이야길 듣고 더 좋아하게 됐다. 그래서 미리 인터뷰를 요청했다.
나는 '문화in'이라는 기획 인터뷰를 매달 연재 중이다. 다양한 문화 종사자와 만나 각 업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대부분 연극, 영화 쪽 인물이었기에 새로운 분야를 원했다.
개그맨, 그것도 오랜 시간 동안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며 웃음을 이끈 이종훈 개그맨과 같은 분을 강렬히 찾았다.
쇼그맨 공연이 끝나고 무대 뒤편을 통해 이종훈 개그맨을 만났다. 스태프와 무대 정리를 함께 돕던 그는 프로틴바를 먹고 있었다.
간단한 인사를 마친 후 "이종훈 개그맨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라고 묻자, 그는 "아무렇게 부르셔도 됩니다. 이종훈. 종훈아. 야이 새끼야. 편하신 대로 하세요"라며 개그맨의 면모를 보였다.
직후 들고 있던 프로틴바가 무척 부끄러웠나 보다. 머쓱하게 프로틴바를 살짝 들어 올리더니 "공연 끝나고 나면 체력이 다 떨어져서 안 먹으면 숨쉬기도 힘드네요"라며 양해를 구했다. 물론, 그의 공연을 봤으니 체력 소모가 얼마나 클지 모르겠는가. 어서 쉬어야 할 그를 배려하기 위해 이후 약속을 정하고 마무리했다.
100명이 넘는 이들을 인터뷰하며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속은 텅 비어있으면서 겉으론 강한 척하는 사람도 있었고, 딱 보기에도 사기꾼인 사람도 있었다.
물론 좋은 사람도 엄청 많다. 난 이종훈 개그맨만큼 열정적인 사람은 처음 봤다. 그는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고, 최선을 다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개그맨을 꿈꿨다. 사람들을 웃기면 그들이 좋아해 주는 게 참 좋았다더라. 그때부터 최선을 다했다.
개그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노트와 펜을 들어 분석하고 연습했다. 이후 학생이 되고, 소극장에서 공연하고, 개그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항상 분석하고 연습하며 아이디어를 발굴했다.
개그 아이디어를 짜느라 여자친구와 무수히 싸웠다고 한다. 연인에게 시간을 내줘야 하는데, 개그를 너무도 사랑한 남자였다.
그는 말뿐으로 끝나지 않았다. 몸담고 있던 곳의 문제를 가감 없이 드러냈고, 후배들이 안일해질까봐 걱정했다. 또, 무대를 너무도 사랑한 이종훈 개그맨은 무대에 오르기 위해 연구하고, 후배를 무대에 세우기 위해 오늘도 연구하고 훈련시킨다.
"전 개그에 미쳤어요. 미치도록 좋으면 모든 시간을 투자할 수밖에 없어요. 전 오히려 묻고 싶어요. 지금 하는 일이 즐거운가요? 그렇다면 모든 걸 쏟아보세요.“
24시간 열정적인 그에게 비결을 묻자, 이종훈 개그맨은 "전 개그에 미쳤어요. 미치도록 좋으면 모든 시간을 투자할 수밖에 없어요. 전 오히려 묻고 싶어요. 지금 하는 일이 즐거운가요? 그렇다면 모든 걸 쏟아보세요"라며 반문했다.
글을 쓰는 게 좋았고, 사람 만나는 게 좋았다. 하지만 내 애정도는 적당히였다.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힘들다고 꾀부린 적도 있었다. 벅찬 일에 도망가고도 싶었다. 만약 내가 이종훈 개그맨이었다면 개그만 생각하고 살 수 있었을까?
그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봤다. 난 얼마나 열정적인 사람인가. 얼마나 해보고 안 된다고 고개를 젓는가. 공자는 말했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말이다.
삶을 즐겨보자. 내 일을 마음껏 만끽해 보자. 그땐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만약 스스로 부끄럽다면, 당신은 최선을 다해 즐겨보지 못한 것일 테다.
* 만나고서 느낀 세 줄 포인트
열정 하나로 모든 걸 할 수는 없지만
열정이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과도 같다.
당신은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