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퇴사계획 - 12

퇴사, 그 반복의 기로에서

by 채움

지금 회사는 아직 퇴사하지 않았다.


이전 회사에서 퇴사 후 6개월이 되기 전 지금 회사에서 연락을 받았다.

내가 하던 인프라 관제 일과 가장 비슷하고 조건도 거의 맞아떨어졌다.

무엇보다 인터뷰 자리에서 좋은 분과 함께할 수 있다는 확신에 제안을 수락했다.

쉬고 있던 터라, 빠른 입사를 원하던 회사 일정에 맞춰 바로 출근했다.


입사하자마자 우여곡절이 많았다.

회사는 예상과 달리 구조적·비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었고,

그 혼란의 한복판에 내가 입사한 셈이었다.

파도처럼 요동치는 회사생활에 나를 맡기고, 그 파도를 고스란히 맞았다.


내외부의 상황과는 별개로, 일 자체는 재미있었다.

함께하는 팀원들과도 잘 맞았고, 끈끈한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나와 완벽히 맞는 '파라다이스'는 없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회사생활의 문제와 마주하고 있다.

회사는 내가 온 힘을 다해 만든 제품이 완성되자,

기획팀을 해체하려 하고 있다.


기획만 해 온 나에게 기획팀이 없어진다는 것은

곧, 더 이상 맡을 일이 없다는 의미다.


나뿐만 아니라 팀원들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함께 일하며 성취감을 쌓아가던 팀이,
뜻하지 않게 해체된다는 사실에 모두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팀을 잘 리딩하지 못한 내 탓일까?”
“내가 물러서면 이 상황이 해결될까?”

이런 질문을 되새기며, 나는 또다시 퇴사를 준비하고 있다.




퇴사는 곧 이직을 의미한다.
그리고 잘 퇴사하는 건, 잘 이직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여러 번의 퇴사를 겪으며
이번에도 잘 이직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은 있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일지는 알 수 없어 불안할 뿐이다.




이직 준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서류, 면접 등 전형에 대한 준비다.

기획자는 특히 서류 전형이 까다로운 편이다.


1. 나와 맞는 기획 직무 찾기

2. 실제 경력을 보여주는 포트폴리오 만들기

3. 적절한 연봉과 조건 맞추기


‘기획’이라는 타이틀 아래 다양한 직무가 존재한다.

서비스 기획, 사업 기획, 프로덕트 기획, 프로젝트 기획 등.

모두 ‘기획’이라 불리지만, 실제 업무는 극과 극이다.

내가 해 온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맞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지원하고 싶은 회사나 직무를 발견했다면,
‘내가 해봤기 때문에 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아
진정성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요즘 면접을 보면 PM스쿨이나 관련 학과 출신들이라며
복붙한 듯한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
보기엔 깔끔하지만, 내용이 없다는 건 금방 드러난다.
그런 평가를 내리고 싶지 않다면,
스스로 그런 평가를 듣지 않도록 더 치열하게 준비해야 한다.


서류와 면접을 통과했다면,

이제는 연봉과 처우가 맞는지 확인할 차례다.

기획 직무는 워낙 다양하고,

그만큼 처우와 조건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준비가 기획자에게는 쉽지 않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또 반복해야 하는 나에게는,

두렵기까지 하다.


앞으로는,

내가 퇴사했던 회사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지금 어떤 곳으로 가려는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를 기록하려 한다.


이번에는,
조금 더 나은 퇴사를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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