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다.
나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20대가 되었을 때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일지도 모른다.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내 아이를 상상해 보았을 거다.
나중에 나는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내게 딸이 있다면, 아이가 있다면 하는 상상.
그중에서도 딸이 갖고 싶었다.
요즘은 '추사랑' 이후에 생겼을법한 그 이름, '딸바보' 때문에 딸이 대세이긴 하지만,
우리 때만 해도 "아이고 그 집에는 딸만 있어서 어떡해요."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그때부터도 나는 딸을 원했다.
딸이 예뻤고, 또 예뻤다.
결혼 적령기의 나이가 됐을 땐 유모차를 끌고 가는 부부를 보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워 보였다.
특히 딸이 타고 있다면, '저 집은 다 가졌네, 다 가졌어!' 하면서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
아기만 보면 헤벌쭉 해졌고, 아기를 원래부터 좋아해서 아기들 나오는 TV프로그램도 굉장히 많이 봤다.
결혼하면 아기부터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누구보다도 양육에 자신 있었다. 우리 엄마가 키우는 게 아니라 정말 내가 키우고 싶었다.
그랬던 내가 임신을 하게 되었다. 첫 아이를 유산한 경험이 있었기에 산부인과에서 아기를 볼 때마다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아기들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 임신을 했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입덧을 할 때도 형언할 수 없도록 행복했다.
아 이게 입덧이구나, 나 임신했다는 증거구나, 이게 드라마에서 보던 그거구나, 하며.
그리고 정성 들여서 태교일기를 썼고, 마음을 다해 태교를 했다.
아이를 낳는 과정도 비교적 수월했었고, 다 좋았다.
와, 내가 엄마라니. 그 위대한 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는 게 몸서리쳐지게 영광스러웠다.
아이를 낳은 그날, 잠이 오지 않았다. 그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머릿속에 남아서 계속 생각이 났다.
경이롭고, 기적 같은 출산. 여자만이 느낄 수 있는 그 경험. 참으로 복되다.
열정 넘치는 엄마로서 모유수유는 당연했다.
바로 모자동실이 이루어지면서 아기를 바라보는데,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믿기지 않는 새로운 존재의 등장. 그리고 그걸 내가 해냈다는 뿌듯함...
어머나.
그런데... 왜 모유를 안 먹는 거지.
아기는 왜 이렇게 우는 거지. 왜 안 자는 거지. 황달? 그럼 모유를 중단해야 한다고?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지. 예방접종? 그 종류는 왜 이렇게 많은 거지. 준비물은 또 왜 이렇게 모르는 용어로 가득한 거지. 어라, 내 배는 왜 이렇게 나와있는 거지. 남편은 왜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거지. 얘는 왜 우유 먹었는데도 우는 거지.
아기가 세상에 등장한 동시에 쏟아지는 많은 의문들, 걱정들.
무엇보다도 하루아침에 잠을 잘 수가 없다는 현실에 너무 놀랐다.
주변에 아기가 전무했고, 아기 키우는 것을 제대로 본 적이 없기에 내가 경험했던 신세계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어쩌면 책으로 읽고 말로 듣기도 했으나, 나의 환상에 가려지고 묻혀서 내가 인지하지 못한 것일 수도.
이것은 마치 오랫동안 갈구했던 사람을 드디어 만나게 되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라서 그 괴리감에 놀라움을 넘어서서 배신감을 느낄 정도였다.
나의 진정한 육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