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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smile Jul 21. 2024

육아라고 쓰고 노동이라 읽는다.

"아이를 키워보니 낳은 정 보다 기른 정이 훨씬 더 크다는 걸 느꼈다."




갓 태어난 아기를 보는 것은 육아라고 하기에도 뭐 하다.

그야말로 100일까지의 아기는 그냥 엄마 양수 속에서 놀 다 온 자연 그 자체이므로 아기가 세상에 적응해 나가는 것을 도와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때는 그저 아기가 있을 환경을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우리 집과 나에게 적응하도록 이끌어주고, 안전하게 취침하고 잘 먹을 수 있게 돌봐주어야 한다, 고 쓰지만 실제로 양육자는 빨래와 청소하고 아기를 먹이는 게 주 업무이다. 


빨래, 청소, 수유.

이렇게 간단하게 쓸 수 있다는 게 얄미울 정도로

보통일이 아니다.


청소와 빨래 등 집안일이 능숙한 사람은 조금 덜 힘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안아야 할 지도 겁나는 우리 집 뉴페이스와 함께라면...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긴 한다. 매일매일이 같지만 동시에 새로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젖물리는 일은 이거대로 고통이 따르고, 분유 타서 먹여야 한다면 이것은 또 이거대로 어려움이 있고... 


이때야 비로소 아이를 키우는 본질이 노동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루의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알 수 없었고, 낮과 밤이 혼재하는 미궁 속에 나 홀로 놓인 느낌이었다.

잠이라는 게 이토록 인간에게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먹는 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본능적인 것인지를 아기를 통해 새삼 느꼈다.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해내는 배설과, 그 어린 몸도 살겠다고 행하는 젖물기 등을 보며 인체가 얼마나 신비로운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도 그냥의 노동이 아니었다.

내 자식을 위한 노동.

그리고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서 무럭무럭 크는 아기를 통해 느끼는 경이로움은 그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게 소중했다.


정말 다행인 것은 극한의 노동은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든다는 것이다. 

내 손과 눈이 닿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던 그 아기는 이제는 내 손과 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다. 그리고 육체적 고단함이 덜해질수록 아이의 깜찍하고 아가아가한 귀여움도 안타깝지만 덜해진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도 하지. 

시간을 함께 공유한 만큼 아이에 대한 내 사랑은 더욱더 깊어진다. 농도가 점점 더 진해지는 사랑.

남녀 간의 설레는 사랑과 부모에 대한 공경의 사랑을 넘어선 새로운 사랑의 세계엔 나의 아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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