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책으로 배웠다. 그리고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꿈꿨다.
개인적으로 미국드라마 <섹스 앤 더시티>에 나오는 샬롯을 좋아했다. 그녀의 고전적이고 보수적인 모습들이 나랑 비슷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녀에게는 예쁜 딸이 있다. 아이에게 잠자리 독서를 해주고 굿나잇 키스해 주며 아이방에서 나온다. 그 어떤 드라마에서도 아이랑 같이 함께 자는 장면을 본 기억이 없었다...
아이가 태어나서 함께 생활하게 될 때 내게 가장 힘든 것은 '잠'이다. 아니, 소중한 생명과 의지로 이길 수 있는 잠 따위를 비교하다니 싶지만, 정말 매일매일 나의 잠을 방해받는 것은 꽤나 힘든 일 중 하나다. 처음에는 잠자다가 아이한테 우유를 먹여야 했고, 조금 크면 잠자다가 아이는 잘 자는지 확인해야 했고, 또 크면 잠자다가 아이의 앙칼진 '엄마!' 소리에 일어나야 했고, 또 더 크면 잠자다가 아이가 이불에 실수는 안 했는지 살펴봐야 했다. 그 후엔 잠자다가 화장실 간다고 나를 깨웠고, 그리고 초등학생인 우리 딸은 아직까지도 잠자다가 왜 이렇게 깨는 것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점은 요즘의 엄마들은 대부분 아이랑 같이 잔다.
많은 엄마들에게 물어봤을 때 남편이랑은 따로 자더라도 아이랑은 붙어서 잔다고 한다. 다들 하나 같은 토를 달면서 말한다, "언제까지 엄마랑 잔다고 하겠어요".
서양에서는 엄마랑 아이랑 같이 자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 같다. 적어도 내가 본 사람들의 아이들은 아이방에 있는 아이침대에서 혼자 잔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교육을 많이 한다. 우리들의 어렸을 적도 생각해 보면 엄마랑 같이 자기보다는 내 침대에서 잔 기억이 더 많은데, 요즘은 왜 때문에 변한 걸까.
아이랑 같이 자는 엄마들은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것이다. 자다가 아이 팔에 맞고, 부딪히고, 아이의 발에 차이고, 아이랑 손잡고 화장실 데려다주었다가, 물 주었다가, 이불도 갈다가... 아이랑 같이 자는 수면의 질이 제일 나쁘다는 연구결과도 봤었다. 이 어려운 길을 걷는 엄마들에게는 적어도 자다가 방을 옮기지 않아도 되고, 한 자리에서 아이들 문제를 해결하는 장점이 있는데 이를 선택한 것이겠다.
남편도 함께 자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엄마는 이제 가족침대를 선택한다. 그리고 드넓은 가족침대에서 엄마아빠는 아이와 뒹굴뒹굴하면서 잠을 잔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가족적이고 아름답지만, 어떻게 보면 엄마 아빠는 부부의 모습을 많이 지운 듯 보인다. 남편과 떨어져서 잘 순 있어도, 아이는 함께여야 한다.
아이가 누구와 자는지 또는 혼자 자는지는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서양과 동양의 가족 잠자리 패턴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
1. 서양은 여자와 남자의 부부사이를 중요시 여긴다.
2. 서양은 아이는 어릴 때부터 부모로부터 독립적인 존재로 자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3. 우리나라는 부부사이보다 중요한 건 부모로서의 역할이다. 부모로서 아이를 보호하는 의무를 가지는 게 부부의 행복보다 중요할 수 있다.
4.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이는 언젠가 때 되면 독립한다. 지금부터 힘들게 하지 않아도 된다_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사상과 인종들이기에 굳이 잠자리 패턴만 떼어가지고서 비교하기는 무리이지만, 전체적인 느낌으로 나 혼자 생각해 본 것이다. 늘 우리 집에 와서 아이방의 침대를 보며 사람들이 '질문'한다는 것 자체가 신선했다. "얘는 혼자 자요?"
우리 집은 그럼 어떤가? 서양식 형태를 갖추고 추구하지만, 끝내 엄마가 아이방에서 자다가 나온다. 그리고 동시에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잠자리 교육이 잘 안 된다... 언젠가 혼자 자겠지.
결국 나도 K-엄마다.
미국드라마를 보는 K-마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