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캐나다에서 경험한 커뮤니케이션의 차이
캐나다에서 통역으로 일하면서 가장 자주 느끼는 것은, 회의에서 공유되는 정보가 지나치게 전제 의존적이라는 점이다. 회의 자료를 미리 받아도 처음 듣는 약어와 내부에서만 통하는 용어가 끝없이 등장하고, 발표자는 그것을 전혀 설명하지 않고 다 알고 있다는 전제로 자료를 만든다. 그들은 매일 그 일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알고 있겠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배경이 전혀 공유되지 않은 채 정보가 흘러가 버린다. 캐나다의 직장 문화는 효율을 중시하는 탓에 모두가 같은 수준의 이해를 이미 갖고 있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따라서 새로 합류한 사람이나 다른 부서에서 온 사람은 맥락을 따라가기 어렵다.
이에 비해 일본에서 일할 때는 정반대의 경험을 했다. 나는 IT업체에서 시스템 이용자 교육과 매뉴얼 제작을 담당했는데, 이미 인터넷이 널리 보급된 시기였음에도 문서는 항상 컴퓨터를 거의 다루지 못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작성해야 했다. 브라우저 아이콘을 더블클릭해서 열고, 주소창에 URL을 입력하는 절차까지도 매뉴얼에 넣었다. 당연한 일을 설명하는 것이 업무의 일부였다. 일본의 방송에서도 같은 경향을 자주 봤다. 새로운 아이폰이 출시되면 출연자들은 “요즘 기술이 너무 빨라서 따라가기 힘들다”는 말을 주고받고, NHK 뉴스에서 ‘블로그’가 언급될 때는 “인터넷에서 개인이 일기를 쓰는 서비스”라고 굳이 설명을 덧붙인다. 일본 사회에서는 아무리 기본적인 개념이라도 설명을 생략해서는 안 된다는 공통 인식이 존재한다. 모두가 알지 못한다는 전제 아래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태도는 일본에서 자주 쓰이는 ‘설명책임(説明責任)’이라는 개념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겉으로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개념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책임 추궁을 피하기 위한 방어 장치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다. 문서에 세세한 절차를 기록하고, 구두로 반복해서 설명하는 이유는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나는 설명했다”고 말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얼마나 이해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차이를 가장 선명하게 느낀 것은 캐나다의 한 회의 자리에서였다. 일본인 직원과 캐나다인 엔지니어가 의견을 나누던 중, 일본인 측은 “공식 문서에 업무 절차와 관련 자료의 링크를 추가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캐나다인은 “이미 모두 그 절차에 따라 일하고 있고, 모두 바쁜 와중에 공유 폴더에 있는 아무도 보지 않는 문서에 링크를 하나 넣는다고 해서 누가 그걸 보겠느냐”며 형식적인 조치보다 현장 트레이닝과 업무 감사를 강화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일본인은 공식 문서에 링크를 남기는 것이 ‘책임을 다한 증거’라고 생각하고, 캐나다인은 그것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하나는 ‘책임을 남기는 방식’, 다른 하나는 ‘효과를 중시하는 방식’이다.
이 두 문화의 차이는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문제가 아니다. 조직이 사람을 어떻게 신뢰하느냐, 그리고 책임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다. 캐나다는 두뇌 회전이 빠르고 유능하며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 재량을 부여한다. 리스크는 그들이 감당하되, 그만큼의 결정권도 함께 주어진다. 반면 일본은 개인의 판단보다 절차와 규칙을 신뢰한다. 누가 하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오도록 매뉴얼을 만들고, 문서에 근거를 남긴다. 이 구조에서는 유능한 사람도 예외 없이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게 된다. 그리하여 유능하고 창의적인 사람은 일본적 시스템에 맞지 않고, 시키는 일만 반복하는 데 익숙한 사람일수록 그 구조와 궁합이 맞는다.
그러나 캐나다의 시스템이 반드시 더 우수하다고는 할 수 없다. 나 역시 캐나다에서 일하며 그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모두가 유능하다는 전제 아래 빠른 속도로 움직이다 보니,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유능한 척’을 해야 한다.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이해한 것처럼 넘어가고, 결국 검증되지 않은 상태로 일이 진행되어 나중에 큰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말을 유창하게 하고 지식이 풍부해 보이는 사람 중에도, 내가 아는 분야에 대해 이야기할 때 들어보면 기본적인 이해조차 없이 대강 아는 척하며 그럴듯한 말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유능한 사람을 대우하는 사회이다 보니, ‘유능한 척’으로 생존하는 기술이 동시에 발달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걸러진다. 캐나다에서는 실적과 성과가 어느 정도 정직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체적인 경향을 보면 유능한 사람이 승진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일본은 여전히 사내 정치와 인간관계가 더 중시되며, 실제 능력이 출세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본다.
두 사회의 차이는 단순히 일하는 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무엇을 신뢰하느냐’의 차이다. 캐나다는 개인의 능력을, 일본은 시스템을 신뢰한다. 전자는 빠르지만 불안정하고, 후자는 안정적이지만 답답하다. 그리고 나는 그 두 극단 사이 어딘가에서, 서로의 약점을 조금씩 보완할 수 있는 균형이 존재한다고 믿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