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지 모르는 사람에게서 온 당돌한 메일
캐나다에서 일하다 보면, 업무 커뮤니케이션이 지나치게 간단할 때가 많다. 이메일은 더더욱 그렇다. 일본 기업처럼 장문의 서두나 배경 설명이 붙는 일은 거의 없고, 한국처럼 최소한의 문맥을 정리하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냥 “핵심만 던지고 끝”이라는 식이다. 겉으로 보면 효율적이고 실용적으로 보이지만, 정작 상대가 그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려는 없다.
오늘 그런 일을 겪었다. 어느 직원에게서 갑자기 이메일이 하나 왔다. 이름을 보고도 딱히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물론 통역으로서 회사 여기 저기 회의에 참석하다 보니, 그 사람이 프로젝트 팀의 일원으로서 회의실 어딘가에 앉아 있었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나와 직접 대화를 나눈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함께 일한 기억 역시 없었다. 아마 그쪽에서는 내가 통역사로 소개되고, 이름도 특이하니 기억에 남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냥 수많은 참석자 중 한 사람일 뿐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보낸 이메일은 본문도 거의 없이, 일본어로 된 원드라이브 액세스 권한 설정 화면의 스크린샷이 하나 달랑 첨부되어 있었다. 처음 봤을 때는 이게 무슨 보안 테스트인지, 피싱 메일인지부터 고민했다. 설명이 전혀 없는데 첨부 이미지 안에는 일본어 메뉴와 버튼들이 전부 노출되어 있으니 더욱 수상해 보였다.
메일 제목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제야 “Which button is Grant Access?”라고 적혀 있었다. 본문은 비어 있고 제목 한 줄, 그리고 스크린샷 한 장. 이게 전부였다. 질문의 의도는 겨우 “일본어 화면에서 어떤 버튼이 ‘Grant Access’인지 알려달라”는 것이었는데, 문제는 그 어떤 맥락 설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왜 물어보는지, 어떤 작업 중인지, 혹시 잘못된 권한을 승인하면 안 되는 상황인지조차 아무 얘기가 없었다.
일본이나 한국에서라면 이런 이메일은 이렇게 오지 않는다.
“○○ 작업 중인데 일본어 화면이 떠서 확인이 필요합니다.”
“아래 스크린샷에서 어떤 버튼이 ‘승인’인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정도는 최소한 붙는다. 그래야 상대가 상황을 이해하고, 요청의 성격을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캐나다 현장에서는 맥락 생략 = 효율이라는 믿음이 지나치게 강하다. 설명을 생략한 결과 오히려 상대가 전체 상황을 추측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더라도, 그건 상대의 문제라는 태도에 가깝다. 친분도 없고, 업무적으로 얽힌 적도 거의 없는 사람에게서 갑작스러운 스크린샷 질문이 오면 의심부터 드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간결함은 때로는 장점이지만, 그 간결함 속에 빠진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다.
설명은 글자 수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가 혼란을 겪지 않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이 단순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때, 캐나다 업무 현장의 ‘효율성’은 오히려 저효율로 이어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