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안의 벌레들은 허상의 갑옷을 걸치고
차례차례 흐릿한 사람의 그림자로 바뀌어간다
그들은 성과 함께 멈춤 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뒤처지고 무리에 섞이지 못한 벌레들은
갑옷과 무기를 잃고
허상의 인간 가죽마저 벗겨진 채
성의 폐기물과 함께
끝을 알 수 없는 사막으로 배설된다
거대한 태양의 직사 아래
어둠의 벌레들은 황량한 불꽃 속에 구워지고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한 채
소멸이라는 운명을 기다린다
그 한편,
성 안의 백열등은 여전히 따스하고 아름답다
사람들은 그 빛을 태양과 달에 비유하며
신의 광채가 영원히 자신들을 비춘다고 믿는다
성 밖,
한때 태양을 좇던 벌레들의 시신은
마침내 반짝이는 금덩이로 남게 되고
어느 날, 성 안의 사람들이 그것을 캐내어
다시금 화려한 갑옷으로 단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