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먼지 쌓인 구석에서 먹다 만 음식과 빈 깡통들,
그리고 빨지 않은 옷 더미로 둘러 쌓인 그 한가운데
한 남자의 커다란 몸이 누워있다.
그의 눈은 감겨 있고
그의 몸은 쓰러진 거대한 죽은 나무와 같았다.
거기서 나온 썩은 내가
이른 아침의 창가에서 들어온 싸늘한 공기를 따라
방 전체를 서서히 가득 메웠다.
그러다 밤이 되자
작은 거미 한 마리가 가시덤불숲을 통과한 듯
그의 숱 많은 머리카락 사이로 지나가
그의 귀가에 머물렀다.
쉰 목소리로 그한테 속삭여 노래를 부르며
비단실로 그의 얼굴을 스치고 알 수 없는 거미줄을
짜기 시작했다.
어느 날, 남자는 천천히 눈을 뜨며
텅 빈 눈동자로 거대한 천장을 바라보자
반짝이는 눈물이 눈가에 스쳐
거미가 만든 그물 속으로 흘러버렸다.
새벽빛으로 반사되어
때마침 죽은 거미를 위해 만들어진
오색찬란한 깃털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