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질문의 편지> 프로젝트 - 3월의 편지
(질문)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진실을 마주할 때가 있다. 예컨대 모든 사람은 죽는다 같은 것. 그리고 빼도 박도 못하는 진실 하나를 요 근래 하나 더 찾았다. 시간이 흘러 사람이 나이를 먹고 주름살이 하나 둘 늘어나면 그런 모습을 보고 다들 늙어간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착각이라는 것이다. 결코 늙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나이를 먹어 늙는 부분은 오직 외모뿐이다. 외모 이외에는 늙는 것이 없다는 것. 어쩌면 더 큰 비극일지도 모르지만. 이것이 최근에 내가 찾은 진실 하나다. 혹시 당신이 최근에 찾은 진실 하나를 얘기해 줄 수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 홍지
(답변)
내가 최근에 깨달은 진실은 모든 사람은 살면서 어느 순간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과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에서 생산적으로 여기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도 20대 내내 늘 독립적인 사람이 되려고 애써왔다. 10대에 수능 공부를 하고 대학에 갔던 것은 꼭 주변에서 시켜서만은 아니었다. 스스로 잘 해내는 사람이 되어 독립하고 싶었다. 경제적으로, 생활적으로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 것이 더 좋은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다리를 다치기도 하고 최근에는 물혹을 발견해 수술을 하기도 하면서 내 관점도 바뀌었다. 살면서 완전히 독립적인 사람은 없을 거라는 것이다. 누구든지 아플 수 있고 힘든 순간이 오기에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도움을 받는 것을 어색해했고 제일 가까운 엄마에게도 아픈 내색을 하기 싫어했다. 하지만 내가 아프고 일상생활이 힘들 때 남편과 부모님, 가족들의 도움이 절실해졌다. 혼자 버티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 혼자 살 수 없다는 식의 이야기는 물론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꼭 필요할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아기처럼 어리고 여릴 때도 누군가 돌봐줘야 하지만 나이가 들어 질환이 생기거나 약해져도 누군가 도와줘야 할 것이다. 해가 뜨고 지듯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내가 의존적이기만 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반대로 나를 필요로 하는 주위 사람이 있을 때는 먼저 손을 내밀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돕고 도움을 받는 것이 사람 사는 모습일 거라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아픈 후에서야 내 삶에 사람들을 들이는 법을 배워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 콩이
2024년 <질문의 편지>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매달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는 프로젝트입니다. 3월의 질문과 제 답변을 공유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