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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ela Mar 25. 2024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물건에도 추억이 깃든다. 한편으로는 이제는 정말 필요하지 않지만 아직 품질 좋은 새 제품일 때의 모습을 어느 정도 간직하고 있는 물건들도 있다.


예전에 넷플릭스에서 곤도 마리에의 정리 팁을 보았다. 핵심은 설렘이 남아 있는 물건만 남기고 싹 정리하는 것이다. 일반인 출연자를 신청받아 도와주는 콘셉트이었는데 미국 집의 창고를 거의 비울 만큼 다 치우는 모습이 나오는 것을 보았다. 우리 집에는 필요 없는 미련 남은 물건이 얼마나 쌓여 있을까 새삼 떠올렸던 기억이 난다.


봄이 오면서 미니멀 라이프까지는 아니어도 옷장 정리라도 하고 싶어졌다. 다시 떠오른 곤도 마리에의 명언. 요즘에는 당근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실천하고 있다. 아직 나름 퀄리티가 좋아 보이는 옷, 대부분은 내가 애정을 가지던 옷과 물건들을 당근 앱에 내놓았다.


몰랐는데 나는 당근에 시세(?)보다 조금 싸게 올리는 편이다. 어쩐지 금방 연락이 와서 팔리곤 했다. 여러 번 이웃님들이 왜 이렇게 싸게 올렸냐고 물어보셨다. 하지만 아직도 가격 설정은 어렵다. 몇 번 안 쓰던 물건을 내놓는 편이지만 새것은 아니다 보니 미안하기도 하다. 어떤 날은 완전 새 물건인데 안 쓸 것 같아 싸게 올리면서도 조금은 아쉬운 느낌도 든다. 그래도 가지고 있는다고 사용할 것 같지 않아 아쉬움을 내려놓고 업로드한다.


옷장과 마루가 정리되면서 내 마음도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그런데 계속 안 팔리는 물건도 있다. ‘끌어올림’을 계속해도 안 팔리는 물건. 나에게는 괜찮아 보이는데 문의조차 오지 않는 물건.


그런 물건들은 아직 떠나보낼 때가 아니구나 하고 다시 간직하기로 한다. 어쩌면 사용할 곳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하는 게 미니멀 라이프인지는 모르겠지만 설렘을 남기는 나만의 미니멀 라이프를 만들어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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