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교실 금순 할머니는 수업에 매번 열정적으로 참여하셨다. 미간을 살짝 찌푸린 표정으로 칠판과 책의 글씨를 읽는 모습이 인상적인 분이었다.
민아가 상담을 하며 알게 된 사실인데 금순 할머니는 예전에 국민학교 졸업장까지는 받으셨다고 한다. 하지만 집에서 큰오빠만 공부를 시켜 그 후로 학교는 다니지 못하셨다고 했다. 지금은 책을 읽는다거나 글을 길게 쓰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하셨다. 사실은 검정고시반을 가고 싶었지만 아직 공부가 어려울 것 같아서 한글 교실을 먼저 듣는 거라고 하셨다.
민아가 수업을 하며 지켜보니 금순 할머니는 다른 분들보다 먼저 중등반에 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실 한글을 아예 몰랐던 것은 아니셨기에 실력이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셨다.
민아는 중등반 선생님들을 만났을 때 금순 할머니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다. 민아가 늘솔학교에 오기 전에 다른 선생님들이 초기 상담을 했었기에 금순 할머니에 대해서는 선생님들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금순 할머니가 중등반 수업을 들어도 좋을지 정하기 위해 민아와 중등반 선생님들이 만나 회의도 거쳤다. 한글 교실보다는 상급반을 들어도 될 것 같다는 데에 의견이 모였다. 그리고 선생님들 모두 무엇보다 금순 할머니의 의사가 중요하다고 동의했다.
민아는 수업이 끝난 후 쉬는 시간에 금순에게 다가갔다.
“저번에도 살짝 이야기는 했었는데.. 어머님 원래 검정고시 수업도 듣고 싶어 하셨잖아요. 그래도 아직은 한글 교실 먼저 다녀보자 하고 등록한 거구요. 제가 지켜보니 중등반 수업을 들으셔도 될 것 같은데 어떠세요?”
“아이고 벌써요? 물론 검정고시는 시험을 치고 싶어요. 그런데 수업을요. 제가 따라갈 수 있을까요..”
금순 할머니는 자신 없어 보이는 표정이었지만 싫지는 않은 눈치였다.
“제가 중등반 선생님들하고도 이야기를 했는데 다들 중등반 수업을 들으셔도 되겠다고 했어요. 물론 어머님이 원하실 경우예요! 여러 과목이 있어서 걱정되실 수도 있지만 과목마다 또 좋은 선생님들이 있으니까요. 저랑 한 것처럼 어려운 것 있으면 상담도 하시면서 열심히 들어보면 충분히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참. 그리고 저도 중등반 수업도 하나 맡고 있어요.”
민아는 용기를 드리고 싶은 마음을 가득 담아 이야기했다.
조금 더 고민해 보겠다고 했던 금순 할머니는 다음 주 수업날에 앞으로 중등반 수업을 듣겠다고 했다. 이렇게 처음으로 한글 교실을 졸업한 학생이 생겼다.
“아유 제가 또 이렇게 월반을 해보네요. 선생님도 중등반에 있다고 하셨죠? 잘 부탁드려요 선생님.”
민아는 한글 교실 학생이 한 명 줄어들어 시원섭섭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용기를 내신 모습이 멋져 보였다. 이렇게 한 명씩 졸업을 하게 되는 걸까. 아직은 몇 달 지나지 않았지만 모두 한글 교실을 졸업할 때까지 힘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