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기다리던 가을 소풍 - (2)

by Adela

맑은 날씨와 함께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소풍을 즐기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어느덧 해질녘 노을이 보이는 시간대였다. 저녁에는 시간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 불꽃놀이 축제를 보기로 했다.


“젊은 사람들끼리 마저 놀아요. 젊음이 좋네~”


어르신들은 저녁에는 피곤하시다며 다들 집으로 향하셨다. 이번 소풍도 성공적이었다. 다 같이 찍는 단체 사진을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소풍은 마무리지었다.


그리고 민아와 연정, 라희, 시환, 찬영, 다솜, 사라가 남았다. 사실 늘솔학교 선생님들은 저번 회의 때부터 불꽃놀이로 들떠 있었다. 민아도 학교 일정으로 바쁘다 보니 불꽃놀이는 오랜만이었다.


한강 근처에서는 불꽃놀이가 잘 보이다 보니 사람들이 점점 더 모여들었다. 오전부터 한강 근처에서 놀고 있었기에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와 시작한다 시작해. 이쪽으로 와요.”


선생님들끼리 흩어지지 않게 서로 끌어주었다. 그래도 인파는 계속 몰려들었다. 민아는 제일 친한 연정과 옆에서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보니 다른 선생님들이 안 보였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니 다솜 선생님과 사라 선생님은 보였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다들 보이지가 않네요.”


“그러게요.. 그래도 다들 잘 보고 있겠죠! 불꽃놀이가 멋있긴 하네요.”


민아가 연정에게 말을 걸었지만 점점 큰 소리로 말해도 서로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이렇게 된 거 불꽃놀이에 집중할 수밖에. 까만 밤하늘 불꽃놀이는 화려하고 멋졌다. 서울시에서 이 행사를 1년 넘게 준비했다는 사회자의 설명도 들었다. 민아는 오랜만에 핸드폰 카메라를 켜 사진과 영상을 열심히 남겼다.


“우리 잠깐 편의점 좀 다녀올래요? 화장실도 가고요.”


“좋아요! 저도 콜라라도 마시고 싶었어요!”


민아와 연정은 사람들 틈새를 살짝 빠져나왔다. 편의점으로 향하는 길에도 사람들이 참 많았다.


축제를 한 번 하면 우리나라에 사람이 참 많구나 느끼게 된다. 그래서 한강 근처에서 불꽃놀이를 보는 건 매년 포기했었는데 올해는 나름 명당자리에서 보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편의점 앞 잔디밭에서 화장실에 간 연정을 기다리던 민아였다. 그런데 저 앞에 라희와 시환이 보였다.


“어!”


그쪽으로 다가가면서 둘을 부르려던 민아는 멈칫했다. 라희와 시환은 손을 잡고 걸어오고 있었다. 잘못 본 줄 알았지만 다정한 연인 티가 났다. 모른 척해줘야 하나 하고 있는데 민아와 둘의 눈이 이미 마주쳤다. 라희의 깜짝 놀라는 표정이 보였다.


“민아 선생님.. 하하하”


“아니! 그냥 모른 척하려고 했는데.. 눈이 마주쳐 버렸네요. 그럼 둘이 비밀연애 중이었어요?”


민아는 어색해지고 싶지 않아서 밝게 말했다.


“저희 사실 얼마 전부터 사귀고 있어요. 제가 라희 선생님한테 관심 있었거든요. 아직 아무도 모르긴 하는데.. 딱히 비밀은 아니에요.”


시환이 조금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나는 정말 몰랐는데! 둘이 직접 이야기할 때까지는 저는 비밀로 하고 있을게요. 이제 보니 둘이 정말 잘 어울려요. 귀여운 커플이네요.”


그러고 보니 간식 준비를 할 때나 교무실에서 수다를 떨 때 시환이 라희 옆에 있을 때가 많았던 기억이 났다. 왜 몰랐을까. 하지만 사실 민아는 이런 미묘한 분위기를 잘 눈치채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민아는 부럽기도 하고 이렇게 들통난 상황이 재밌기도 했다. 그래도 둘은 밝은 분위기가 참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이미 다른 커플들도 있는 거 아닐까?’


민아는 문득 궁금해졌다. 사랑이 꽃피는 늘솔학교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