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아가 제안한 바로 다음 주에 점자가 캘리그래피 수업을 하게 되었다. 민아는 모아 놓은 용돈으로 붓펜을 4개 사 왔다. 점자는 이미 캘리그래피용 도구가 다 있다고 했다. 점자가 캘리그래피 연습용 종이를 준비해 왔다.
“안녕하세요. 1일 강사를 맡은 김점자입니다. 오늘은 캘리그래피 기초를 배워볼 거예요. 선 긋기부터 연습을 할 테니까 붓펜을 들어주세요. 그리고 일자로 가로로 쭉 긋고. 그다음 세로로 긋고. 두 가지만 여러 번 써보세요. 제가 돌아다니면서 봐 드릴게요.”
“우와 환영해요 점자 선생님~”
학생들이 장난스럽게 환영 인사를 해주었다.
점자는 복지관 선생님께 배운 내용을 기억하면서 열심히 설명했다. 학생들은 붓펜이 익숙하지 않아 보였다. 그래도 다들 집중해서 쓰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쭉 그을 때 힘을 조금 빼고 똑같은 굵기로 한 번 해보는 거예요. 이렇게요.”
점자는 돌아다니면서 시범을 보여줬다. 점자도 처음 배울 때 선긋기를 어려워했던 기억이 났다. 학생들이 쓰는 모습을 보니 선이 얇았다가 굵어지기도 하고 굵게만 되기도 했다. 일정한 굵기를 유지하기 어려운 마음을 잘 알기에 점자는 한 명 한 명 정성 들여 알려주었다.
“선 긋기만 잘해도 그걸 연결해서 기역, 니은을 쓸 수 있거든요. 이제, 기역, 니은, 디귿, 쭉 한 번 써보세요. 종이는 이 앞에 많이 있으니까 걱정 마시고요.”
점자의 수업은 편안한 분위기였다. 민아도 자리를 하나 잡고 앉아서 같이 글씨를 써 보았다. 붓펜으로 쓰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30분 정도 다 같이 숨죽여 집중했다.
“자 다들 집중력이 정말 좋으신데요. 오늘은 처음이니까 여기까지 연습해요. 글씨 쓰는 연습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제가 점자 어머님께 캘리그래피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을 드렸어요. 다들 재밌으셨죠? 다들 수고해 주신 점자 선생님께 박수 한 번 치고 끝내요!”
다 같이 박수를 치면서 글씨 쓰기 연습을 마무리했다. 잘 끝낸 건가 얼떨떨했는데 선생님 소리도 들어보다니.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저희 다음에 또 배워요!” “맞아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재밌기도 하고요.”
또 배우고 싶다고 외치는 학생들이었다. 조금 어려워도 붓글씨를 쓰는 느낌이 좋다고 했다.
“하하 반응이 너무 좋네요. 일단 저희가 남은 시간이 15분 정도 있거든요. 저번에 읽던 책을 마저 읽고 끝내요. 그리고 어머님! 다음번에 캘리그래피 수업, 한 번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민아가 또 저번처럼 눈을 반짝이면서 물어보았다. 점자는 오랜만에 마음이 두근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네 그럼요. 제가 도움이 된다면요. 다음에 또 해봐요.”
점자는 소녀처럼 볼을 붉히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