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9월이 되었다. 아직은 더운 날이 있었지만 조금씩 날이 시원해지기 시작했다. 민아는 이번에 보건소 실습을 하게 되었다. 제시간에 가려면 다시 아침 일찍 일어나야 했다.
민아는 아무런 수업이 없던 여름방학 동안 늘솔학교에 푹 빠져서 보냈다. 가을이 되면 개강으로 바빠지니 힘들까 봐 걱정했었다. 하지만 늘솔학교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니 오히려 스트레스가 풀렸다. 저녁 수업을 듣느라 졸려하면서도 눈을 반짝이며 수업을 듣는 어르신들의 얼굴을 보면 피로가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가을 소풍 가는 날이 되었다. 늘솔학교 사람들은 몇 주 전부터 가을 소풍 준비에 설레고 있었다. 선생님들은 역할을 나누어 부지런히 조금씩 준비를 해왔다. 다 같이 먹을 김밥과 유부초밥, 음료도 준비했다. 다행히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었다.
다 함께 한강공원 옆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자리를 잡았다. 소풍에 못 오신 분도 있지만 한글 교실과 검정고시반 학생들이 모이니 사람 수가 꽤 많았다. 팀을 나눠서 가까운 곳으로 몇 군데 돗자리를 폈다.
“날씨도 너무 좋다. 선생님들 준비하느라 고생하셨어요.”
“그러니깐요. 김밥도 싸 오시고. 이것도 같이 드세요.”
학생들도 나름대로 삶은 계란이나 귤 같은 간식거리와 김밥을 준비해 오셨다. 보온병 가득 직접 끓인 보리차를 가져오신 분도 있었다. 사실 교사들은 사람 수에 비해 점심이 모자랄까 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음식은 남았다.
다 같이 나눠먹는 김밥은 역시 꿀맛이었다. 평범한 재료로 만들었어도 다른 음식이 따라잡을 수 없는 정다움이 있다. 점심을 먹고는 다 같이 둘러앉아서 이야기도 나누고 수건 돌리기 게임도 했다. 팀을 나눠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기도 하고 한강을 한 바퀴 걷고 오기도 했다.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아이처럼 좋아하며 열심히 참여했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아 맞다. 한글 교실에서 캘리그래피 수업 진행하셨다면서요? 다들 글씨 쓰는 연습은 많이 하신 것 같네요!”
돗자리에서 쉬면서 사라 선생님이 민아와 학생들에게 물어봤다. 사라 선생님은 전공을 살려 중고등부 국어 과목을 맡고 있었다.
“저희가 겨울에 소식지를 매년 만들고 있거든요. 근데 이번에 한글 교실 분들도 글을 써보는 것 어때요? 보통 시를 쓰기도 하고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시기도 하는데요. 아직 길게 쓰기 부담스러우면 캘리그래피 배운 것을 실어도 좋을 것 같아서요!”
“와 소식지에 직접 쓰는 글이라니 정말 좋네요. 추억도 될 것 같아요. 저희 꼭 해요!! 아셨죠?”
원래 중등부나 고등부 학생들 위주로 소식지에 직접 쓴 글을 실었다고 한다. 아직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자신 없어 보이는 표정도 보였다. 사라 선생님은 부담을 가지시지는 않게 같이 잘 상의해서 알려달라고 했다. 민아는 한글 교실 학생들이 용기를 냈으면 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 수업을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권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