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는 치매가 있어 주위 사람들을 잊어가도 자식들은 기억하는 분들이 많았다. 목욕을 하기 싫어하거나 식사를 잘 안 하거나 할 때도 “이러시면 아드님 OO이 속상할 텐데요” 하면 다시 잘하시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 자주 쓰는 멘트 같았다.
치매가 생겨 많은 것을 잊어도 내가 엄마라는 사실은 기억에 각인되는 걸까. 신기하기도 하고 어느 날 생각해 보면 불쑥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그만큼 깊은 사랑이 느껴지기도 했다. 생각할수록 새삼 참 놀랍기도 하다.
시할머니도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요양원에 모셨는데, 손주들은 몰라도 따님들은 기억하셨다. 나는 결혼 이후 뵐 때마다 매번 새로 인사를 드렸다. 매번 아가씨 같은 새댁이 왔냐며 예뻐해 주셨다. 다음번 인사드리면 다시 처음 인사를 드리는데 이전과 다른 반응을 해주셔서 재밌기도 했다. 한 번은 튼튼해 보여서 좋다고 하실 때도 있었고 다른 날은 손을 잡아주시며 색시를 잘 얻었네, 하실 때도 있었다. 나중에 더 자주 뵙게 되자 며느리라고 기억해 주시게 되었다.
할머니는 평소 이가 없어 음식을 이미 씹어 먹기는 힘들어 죽을 드셨다. 어느 날은 식사 시간에 같이 있었는데 당신의 막내 따님에게 자꾸만 한 수저 가득 떠 음식을 먹여주려고 하시는 모습을 보이셨다. 처음엔 수저를 떠서 안 드시고 준비를 하는 모습에 다들 왜 그러시나 했는데 먹여주려고 그러시는 거였다. 치매가 있어 기억을 잊어가도 엄마니까 그런가 보다.
엄마라는 이름. 아직 나는 엄마보다는 딸의 입장만 경험해 보아서 그 깊이를 잘은 모르는 것 같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할머님들을 보다 보니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 엄마가 되면 바다같이 깊은 사랑이 생기나 보다. 기억을 지워가는 강력한 치매를 더 강한 사랑으로 밀어낼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