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dela Oct 02. 2024

요양원의 어느 평범한 저녁

요양원을 처음 출근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조금 바쁠 때였다. 7시가 넘은 조금 늦은 저녁까지 있었다. 어르신들은 벌써 주무시러 갈 준비를 한 분들이 많아서 조명도 어두워졌었다.


이제 퇴근할 시간이었다. 정리를 하려고 컴퓨터가 있는 사무실로 돌아가는데 무슨 소리가 들렸다. 누가 부르는 소리 같았다. 처음에는 작게 들려 잘못 들었나 했다. 그런데 어느 어르신이 부르는 소리가 맞았다.


“여기요. 불 좀..”


소리가 나는 쪽 방으로 가 보았다.


“불 좀 켜주세요. 불 좀 켜주세요.”


할머님 한 분이 반복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계셨던 것이다. 하긴 아직은 tv를 보면서 쉬다가 나중에 주무시고 싶을 수도 있다.


“아 네, 불 하나 켜드릴까요?”


방은 불이 다 꺼진 상태였다.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켜드리면서 다시 물어봤다.


“응 그래그래”


만족하며 웃는 얼굴이 보였다. 그때였다. 옆에 누워 계시던 어르신은 불만이 생기셨나 보다.


“아유 불 꺼주세요. 이제 자야지. 밤인데.”


불을 켜달라고 한 분보다 더 젊어 보이는 분이셨다. 그 말을 들은 옆 할머님이 안 된다고 불을 켜야 한다고 하셨다. 아이크. 이러다 싸울라. 나는 조금 곤란해지는 것을 느꼈다.


“저 양반은 원래 저래요 맨날. 이제 자야죠.”


원래 자주 불을 켜달라고 요청하신다며 이젠 불을 꺼달라고 하셨다. 두 분의 요구를 절충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스위치 여러 개를 눌러보았다. 그 짧은 동안에도 불을 다시 끄는 줄 알고 옆에서 할머님은 불을 켜라며 아우성이었다.


조금 큰 형광등이 있고 작은 보조등이 있었다. 작은 보조등만 켜두기로 했다.


“다시 켰어요. 이거 작은 불만 켜둘게요. 아셨죠? 이따가 주무실 때 끄세요.”


이 정도로 절충이 성공했다. 두 분 다 푹 쉬시길 바라며 방을 나왔다.


서로 다른 성격과 개성을 가진 분들이 같은 방을 쓰다 보니 다들 맞춰 가는 어려움도 많았겠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다. 같은 요양원에 있어도 비슷한 것은 치매라든지 여러 질환이 있다는 것과 연령대 등 겉으로 보이는 것일 뿐이다. 각자 평생 다르게 살아오셨을 테니 성격도 취향도 제각각이다. 또 한편으로 인지능력이 좋은 분들도 있어서 건강 상태도 다 비슷하다고 하긴 어렵다.


어쨌든 함께 살아가는 어르신들은 가끔 아웅다웅은 하지만 거의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잘 지내는 법을 터득하신 것 같았다. 서로의 성향을 파악해 나에게 같은 방의 다른 어르신에 대해 여러 정보(?)를 주시기도 했다. 이런 걸 좋아한다, 싫어한다, 원래 이런 행동을 한다는 등. 서로를 잘 알고 계시는 모습이었다. 어르신들의 일상을 보다 보면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 함께 지내면서 서로 포용하는 모습을 배우게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