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요양원에서 매주 여러 번 강사님을 모시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노래 교실도 있고 그림 그리기나 종이 오려 붙이기 등 미술 프로그램을 같이 하는 경우도 있다.
이 프로그램 시간은 어르신들의 무료할 수 있는 오후를 환하게 밝혀주는 시간인 것 같다. 왜냐면 낮잠을 자며 누워있기 일쑤이던 분들도 프로그램 강사님이 오시는 날이면 방 밖으로 미리 나와 기다리셨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은 언제 하냐고 물어보는 분들도 꽤 있었다. 오늘이라고 하면 “이따가 나도 갈게요” 하며 적극 참여 의사를 밝히시기도 했다.
그렇게 강사님을 모시면 모처럼 어르신들의 환한 웃음을 볼 수 있었다. 특히나 노래교실 시간엔 평소 조용히 지내시던 분들도 마이크를 잡고 열심히 노래를 부르셨다. 강사님은 어르신마다 좋아하는 노래를 파악해서 명단을 만드시기도 했다. 나는 다른 업무를 하느라 프로그램 시간 전체를 같이 참여하지 못할 때도 많았지만 강사님의 열정이 요양원 전체에 퍼지는 느낌이었다.
강사님이 다음에도 또 오시냐고 물어보시며 기다리는 분들도 많았다. 어떤 분은 매번 애국가를 진지하고도 열성적으로 부르시기도 했다. 다른 분들이 좋아하는 노래는 주로 트로트였다. 그러다 보니 트로트는 장윤정 노래 몇 개 외에는 잘 모르던 나도 트로트를 배워갔다.
“내 나이가 어때서”는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긍정하는 가사가 멋진 노래이다. 그리고 더 예전 세대의 트로트들은 누이를 그리워한다거나 어머님에 대한 절절한 마음을 표현하는 가사들도 있다. 요즘엔 트로트 가사 내용도 다양해졌지만 기본적으로 많은 트로트 가사가 조금은 구슬픈 내용이 많은 듯하다. 그래도 박자 자체는 신나기 때문에 슬프지만은 않다는 것이 트로트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찐찐찐찐 찐이야~완전 찐이야 “
저녁 때나 쉬는 날, 나도 모르게 집에서도 흥얼거리게 되는 트로트 노래에 남편을 웃기기도 했다. 커피를 타면서도 흥얼거리고 집에서 그냥 쉬다가도 노래가 나왔다. 레퍼토리도 점점 다양해져 갔다.
우리네 인생을 담은 트로트는 어르신들을 울리고 웃겼다. 나도 그 노래에 빠져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