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마다 방을 꾸미는 것을 보면 한 분 한 분 개성이 느껴졌다. 어떤 분은 미술 프로그램 시간에 만든 작품을 침대 옆 벽면과 탁자, 선반 등에 알록달록하게 붙여 두셨다. 알록달록 작품을 배열하는 방식과 색감도 남다르다.
같은 방을 쓰는 다른 분은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시는지 자리에 아무것도 없게 깔끔하게 정돈해 두셨다. 웃으시며 정신없이 뭐가 늘어져 있는 것이 싫다고 하셨다. 그 말씀대로 침대에도, 침대 옆 탁자에도 물컵 하나 없이 비워져 있다.
어떤 분은 특정한 방식으로 옷가지와 아끼는 물건을 침대 옆 탁자에 정리해 두셨다. 정리를 도와주거나 물건을 치워주려고 해도 유독 싫어하셔서 어르신이 원하는 방식으로만 물건들을 두시는 분도 있었다. 그 모습이 조금은 어지러워 보이더라도 어르신은 거기에서 안정감을 느끼시는 것 같았다.
나도 어릴 땐 다이어리를 꾸미며 ‘다꾸’를 즐겼고 조금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방을 조금씩 꾸미는 재미를 즐겼다. 스스로 방을 꾸미고 정리하는 것은 우리 모두 좋아하는 일이 아닐까. 치매가 있다거나 몸이 불편하다고 해도 방을 꾸미는 것은 다들 포기하지 않는 일 같았다.
여러 가지 장식을 많이 하는 분들만 방을 꾸미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미묘해서 잘 보이지 않는 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자기만의 꾸미는 방식이 있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시구처럼 시간을 들여 자세히 보다 보면 어르신들만의 선호와 감각을 엿볼 수 있었다. 그걸 존중해드리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