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를 타고 가던 아버님 한 분이 멈춰 선다. 유리창으로 보이는 방 안에는 수술 이후 거동이 어려워 누워만 계시는 할머님이 있었다. 할머님은 치매도 있고 몸에 기력이 적어 침대를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 된지 오래였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조금씩 기력을 회복하고 있던 때였다.
그동안 같은 층에 사시는 할아버지가 휠체어로 지나다니면서 눈이 마주치면 할머님에게 인사를 해주셨나보다. 치매라는 질환은 모두를 순수하게 만들어주는 듯 하다.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손을 흔들고 활짝 웃으며 인사를 하시는 할아버지. 그리고 이 할아버지보다도 연세가 지긋하시지만 아기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화답하는 할머님. 두 분 다 꾸밈 없는 미소에 나도 미소가 지어졌다. 이 날은 할머니도 잘 움직이기 힘들어하던 팔을 들어 손을 흔드는 시늉도 하셨다. 천천히, 천천히 다섯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이것저것 재고 따지지 않고 그저 순수하게 반가워 짓는 웃음. 살다보면 우리는, 나는 언제 그런 웃음을 지어 보았나 모르겠다.
우연히 해맑고도 소중한 인사를 목격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