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dela Oct 05. 2024

집에 가고 싶지만

요양원에 오는 분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서 돌봄이 필요한데 가족들이 힘이 부칠 때 즈음 요양원 입소를 고려하시는 것 같다.


요양원에 오시는 어르신들은 90대가 다 되어 가거나 90세를 넘기셨고 자식들이 60대가 넘은 경우도 많았다. 노노케어가 실감되는 현실이다.


부모님을 요양원에 보낸다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이야기도 꽤나 여러 번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겪어 보지 않고 함부로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도 많다. 자식들이 젊고 건강하고 경제상황도 좋고 시간적 여유도 많다고 가정해야 부모님을 제대로 집에서 돌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실 어르신들이 고령이다 보니 자녀들 본인이 60대가 넘은 어르신이다. 건강도 좋지 않은 경우도 꽤 있다. 그런 상황에서 부모님을 90대가 될 때까지 이미 최대한 노력하며 모시다가 더는 어려워 요양원을 알아보러 오는 분들도 많이 있다.


그렇다고 손주들이 부모님에 조부모님까지 다 모시며 돌보기란 너무 힘든 상황이다. 누군가는 일을 하고 경제적인 뒷받침을 해야 돌봄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돌봄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에도 한계가 있다.



부쩍 자주 집에 가고 싶다고 하는 어르신이 계셨다. 그러다가 또 다른 요양원을 알아보겠다고도 하신다. 입맛도 없다고 하시며 점점 식사도 잘 안 하셨고 다른 어르신들과 싸우기도 하셨다. 원래는 원룸을 구해 혼자 지내다가 살림을 할 기력이 부족하고 힘들어서 스스로 요양원에 가겠다고 자녀들에게 이야기했다고 하신 분이다. 아마도 가족들 힘들지 말라는 깊은 마음으로 결정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고령이라 기력이 떨어진 것을 제외하면 건강한 분이었다. 치매로 힘들어하다가 오는 어르신들에 비하면 인지 능력도 너무나 좋으셨고 건강도 좋은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요양원 내에 말벗 삼을 어르신도 적었다. 혼자 방에서 tv를 보거나 뜨개질을 하곤 하셨지만 그것도 이제 흥미가 없다고 하셨다. 다른 사람들이 아픈 모습을 보기도 힘들다고 하셨다.


그렇지만 또 조금 지나면 괜찮다고 하며 그냥 평소처럼 지내신다. 자녀들의 집에 가고는 싶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을 어르신들도 잘 아시는 것 같다. 요양원을 새로 집 삼아서 적응해 나가시는 듯하다.


예전에 일했던 요양원에서는 90대의 어머니가 먼저 요양원에 계셨는데 나중에 그 따님도 치매로 같은 요양원에 들어오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


사연이 알알이 채워져 있는 곳이 요양원이다. 직원들이 아무리 잘해드려도 가족이 그리운 허한 마음을 채워드리기는 어려울 것이기에 마음이 아플 때도 많다.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