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를 보지만, 직장에서 좋은 리더가 되고 싶다.
중간 관리자 역할을 이제 맡은지도 어언 5년차다.
첫 몇년간은 이 역할에 적응하고, 어떻게 하면 정말 내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아랫사람들에게 내가 정말 '윗사람' 이라는걸 보여줄 수 있는지, 얼마나 이 역할을 잘 수행해낼 수 있는지 증명해보이는 시간이었다.
이제 그 시간이 지나 정말 '나'만이 가지고 있는 리더십 스킬을 발휘해야할 때임을 직감한다.
나는 강렬한 카리스마가 있는 스타일은 아니다. 부하 직원들을 매섭게 혼내거나 때론 본질을 꿰뚫는 질문을 던지며 확실하게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사람은 아님에 분명하다.
오히려 조금은 물러터진 소프트 리더십의 소유자인데...
다행히 나와 함께 일하는 부하 직원들은 나를 좋아해주는 눈치이지만... (작년에 회사에서 상도 받았다)
때로는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카리스마 있게 이끌어가는 사람들, 쓴소리도 적시에 할 줄 알고, 강단이 있는 사람들을 보며 부럽기도 하다. 나는 오히려 부하 직원들의 의견을 들어보려고 하고 그 의견을 듣고 내 생각을 접기도 하는 스타일이라서... 누군가는 나를 답답해할 수도 있다.
얼마 전 회사에서 직원 한명이 관리하는 사이트에 이슈가 발생했다. 임상시험약 반납과 관련된 업무였는데 내 상사에게 보고하지 않을 수 없었던 문제였다. 그 직원은 본인의 라인매니저에게 해당 이슈를 공유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보통이라면 본인의 라인 매니저에게도 해당 내용에 대해 공유하고 도움을 받거나 도움을 받지 못하더라도 알리는 것이 이치인데... 끝까지 그러지 않는 직원을 보면서 나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슈 해결에 초점을 두고 보고는 그저 내 상사에게만 보고를 했다. 그리고 그 직원의 라인 매니저는 내 상사를 통해 해당 이슈에 대해 듣게 되었다.
처음부터 그 직원에게 '당신의 라인 매니저도 알고 있나요? 해당 내용에 대해 공유하도록 하세요.' 라고 지시를 했어야 할까?
뒤늦게 해당 직원의 라인 매니저가 이메일에 카피가 되고, 아차 싶었다.
부하 직원이 하지 않으면 내가 하면 됐을 텐데... 너무 부하 직원의 사정을 봐준 것 같아서 괜히 문제를 꼬이게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직원의 경우 굉장히 열심히 하고 태도도 나무랄데가 없지만, 실력적인 부분에서 가끔 의문을 품게 하는 직원이다. 영어를 잘하고 어느 정도 연차가 찼기 때문에 승진 대상자 중 한 명인데 승진 인터뷰를 보고 나서 해당 부서의 리드께서 나에게 해당 직원에 대해 물어왔다. 나는 솔직히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 직원은 결과적으로 승진하지는 못했지만, 실제 승진한 다른 직원을 보니 모두가 납득할 만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남자 직원은 다른 직무로 변경하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좋은 결과이다. 해당 role을 거치면 추후 승진에 더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슈 해결에만 포커스를 두고 해당 직원에게 뭔가 상사로서, 매니저로서 해야 할 말을 삼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마음이 조금 찝찝했다. '왜 라인 매니저에게 진작 알리지 않았는지' 그리고 '왜 약 반납 시 제대로 챙기지 못했는지'에 대한 질문은 하지 못했다. 충분한 대화 없이 문제 해결만 하고 끝난 느낌이어서 개인적으로 나 스스로에게 조금 아쉬웠다.
그 직원은 이후의 팀 미팅 등에서 굉장히 의기소침한 태도를 보였다. 본인의 실수가 굉장히 신경이 많이 쓰였으리라... 그리고 승진을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스스로 자존감에 타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래도 새로운 role로의 보직 변경을 접하게 되었을 때 기뻤고,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나의 속마음은....
그 직원은 다른 직원이 가지고 있지 못한 강점을 그래도 몇 가지 가지고 있어서, 충분히 지금의 좋은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좋은 기회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고, 너무 본인의 지나간 실수에 대해 의기소침해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물론 내가 묻지 못한 '왜'에 대한 질문들에 대해서도 답을 충분히 들어봤어야 한다. 그리고 분명하게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어떻게 보완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도 몇 마디 해줄 수 있었을텐데... 끝끝내 말을 해주지 못했다.
이런 내가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을까?
부하 직원들이 나로부터 인사이트를 얻고 배움을 얻을 수 있을까?
때로는 쓴소리를 해가면서 성장통을 지켜보고 적절한 시점에 당근을 주는 그런 리더가... 되고 싶은데.
다음에 밥 한번 사주면서 이야기 해주어야겠다.
내가 생각하는 본인의 강점은 무엇인데, 단점은 이러이러한 것들이 있다. 그 단점은 굉장히 크리티컬한 부분일 수 있으니 굉장히 많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얼마 전 업무 실수는, 누구든 할 수 있는 실수였다. 나도 예전에 이러이러한 실수를 한 적이 있다. 거기서 본인이 느끼는 것이 있고, 반성을 하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그걸로 된 것이니 너무 풀이 죽어 있을 필요는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