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을 싫어하는 아이

by 외딴방

우리 아이가 갑자기 등원 거부를 했을 때를 떠올려보았다.

"내일 가기 싫어" 라고 하면서 잠 들기 전 나에게 이야기를 힘겹게 꺼냈다.

"OO 선생님(한국인 담임 선생님)이 오늘 ΔΔ이를 엄청 혼냈어. 그래서 내가 마음이 너무 아팠어."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선생님이 너네들을 혼낼 수도 있는거야. 잘못한 행동을 하거나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면 혼이 나야지' 하고 말했고 그 다음날 등원하기 싫어하며 걱정하는 아이 손을 붙잡고 버스에 태웠었다.


그리고 그 주 주말 일요일 밤에 똑같이 "내일 가기 싫어. 쉬고 싶어."라고 이야기를 했고, 나는 아이가 두번 이상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것에 '정말 뭔가 있구나' 싶어서 월요일 하루를 쉬게 했었다. 하루를 쉬게 하면서 별의 별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7세 2년차 여름방학 이후로 점점 더 진도도 빨라지고 내용도 어려워지고, 숙제도 많아지는데 아이가 지친걸까? 쉬고 싶다고 두 차례 이상 이야기하는 아이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다녀도 되는걸까..? 정말 많은 생각을 하면서 두렵기도 하고, 낙오자가 되는건 아닌지 무섭기까지 했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에서 가장 중요한건 그 무엇도 아닌 '내 아이'인 것이다. 오랜 고민 끝에 그만둘거면 지금 그만둬야겠다는 마음이 생겼고, 나는 집 근처 일반유치원에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개월이 흐르고 영유 같은반이었던 엄마들 몇명과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다. 그쪽 아이들도 들어보니 일종의 '등원 거부'가 온 상황이었고,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아서 그냥 다니고 있다고 했다.


같은 반 엄마들끼리 모여서 하는 이야기 중에 늘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애가 선생님을 너~무 좋아해요."

"맞아요. 선생님이 너무 좋으신 분 같아요."

진심으로 아이들을 대해주시는 선생님. 힘든 과정을 아이들이 해나가야 할 때에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해주며 따뜻한 마음으로 이끌어가려는 선생님들이 대부분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고, 이 경우 대부분 아이들이 집에 가서 '누구누구 선생님이 너무 좋아.'라고 표현을 한다. 선생님의 진심이 아이들에게 가 닿은 경우에는 대게 이런 경우다. 그러면 아무리 학습식 영유의 과정이 힘들고 어려워도, 그 선생님의 사랑과 보호 속에서 아이들은 버텨내곤 한다.


그러나 우리 아이의 7세 한국인 담임 선생님은 그 반대의 케이스였다. 학기 초 엄마들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해당 선생님이 별로다, 아이가 좋아하지 않더라, 원어민 선생님을 더 좋아하고 더 자주 언급하더라 등의 이야기들이 오갔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말이다.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 선생님과 마음이 통하지 않은 것이고, 마음이 통하지 않는 선생님과 정서적인 유대감을 쌓고 어려운 과정을 버티면서 해내기란 더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원어민 선생님이 있기 때문에 원어민 선생님과 정서적인 유대감을 형성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아무래도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같은 문화권의 생김새가 비슷하고 긴급한 상황에 모국어로 말해도 통할 수 있는 한국인 담임 선생님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학습식 영유 입장에서는, 7세 하반기에 접어들수록 엄마들이 소위 말하는 '아웃풋'을 명확하게 내주어야 하는 시점이다. 그렇기에 한국인 담임을 통해서 아이들이 숙제를 빠뜨리지 않도록 관리하라고 할 것이 뻔하다. 또한 특정 진도를 빼야하는 '학원'이기 때문에 '숙제를 해 오는 것'이 더 중요하고, 내년에 이 아이들이 졸업을 했을 때에도 학원 입장에서는 계속 장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한국인 담임 선생님들도 압박감을 느끼면서 아이들을 푸쉬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 이제 한국인 담임 선생님의 soft skill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우리 부모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해당 선생님이 아이가 숙제를 해오지 않았을 때 어떤 표정으로 아이를 타이르는지, 어떤 행동과 말을 하며 반 아이들을 이끌어가는지가 굉장히 아이들에게는 중요한 요소인데 정작 원장이나 부모는 자세한 내막을 확인할 길이 없다. 얼마 전 만났던 엄마가 해준 이야기로는, 한국인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을 혼낼 때 굉장히 무섭게 돌변한다고 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주변에 와서 선생님과 무언가를 같이 하고 싶어하거나 선생님에게 말을 걸려고 해도 크게 한숨을 내쉰다고. 잘하는 아이에게도 한숨을 쉬고 맨날 한숨을 쉬어서 아이가 집에서 똑같이 한숨을 내쉰다고.


해당 선생님에 대해 공통적으로 나왔던 이야기 하나 더 풀어놓자면, 매달 한번씩 선생님과 전화통화를 하게 되는데, 굉장히 선생님이 핀트에 맞지 않는 이야기들만 자꾸 해서 답답하다는 이야기였다. 사회 초년생이거나 학부모와 통화하는 것이 유난히 어려운 선생님들이 분명 있을 것이지만, 유독 의사소통이 안되는 느낌을 주었던 선생님이어서 '아, 아이들과도 그렇겠구나.' 싶었다. 왜 학원에서는 이렇게 'qualify'가 충분히 되지 않은 것 같은 선생님을 고용했을까? 그 질문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법하다.


학습식 영유의 한국 선생님들이 반드시 유아교육 전공자일 필요는 없겠지만, 유아기 아이들의 발달 과정을 잘 이해하고 정서적으로 따뜻한 유대감을 쌓을 수 있는 사람들이면 좋겠다.


언젠가 한번 영유 관련 내용을 다루는 유튜브 댓글에서 본적이 있는 댓글인데, 본인이 한국인 담임 선생님인데, 어짜피 영유에서는 아웃풋 잘내고 숙제 잘 해오는 성실한 애들만 끌고 간다고 하는 말이었다. 그래서 특정 영유에서 그렇게 지능검사 결과를 가지고 오라고 하는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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