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삼시세끼
나의 인생에서 손에 꼽히는 행운 중 하나가 <건강> 프로그램을 만나서 함께하게 된 것이다. <건강> 프로그램은 준*님이 운영하신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질 수밖에 없는, 그 값어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대단한 프로그램이다. ‘건강’에 대한 무수한 정보들은 넘쳐 나지만 누구도 나에게 '건강'을 이루는 제대로 된 지식은 알려주지 않고 나로 하여금 '건강'을 위해 돈을 쓰게만 했다. 과체중의 몸은 항상 내가 게으르고 부족한 사람임을 이마에 써놓고 다니는 것처럼, '건강'을 이용하여 돈벌이를 하는 사람들에게 열린 지갑처럼 행동하게 하였다. 하지만 일시적인 효과 후에 되돌아온 모습은 스스로를 의지박약의 사람으로 자책하게만 하였다. '건강'을 위해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서 멀어지고만 있었다.
숱한 실패를 거듭하다 만난 <건강> 프로그램 중 '현미 채식'을 통해서, 스무 살 이후 처음으로 곡식으로 된 '밥'을 먹으면서 죄책감 없이 오롯이 식사하는 행위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 시도한 많은 식단들은 단기간에는 절제를 하며 식욕을 누르고 참아오다 절제의 한계치가 지나면 '아귀'로 변해 음식물을 탐하게 만들었다. '현미 채식'을 통해서는 먹고 싶은 만큼 다 먹으면서 6주 동안에 7킬로의 감량을 하였다. 이 전에 느껴왔던 식후 피로감을 느끼지 않게 되었고, 몸이 가벼워짐을 느끼게 되었다. ‘다이어트’하면 가장 많이 들는 말이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을 많이 먹으세요.’ 고지방 다이어트에서는 ‘탄수화물을 최소한으로 하고 지방을 많이 드세요.’일 것이다. 다들 탄수화물을 ‘적’으로 삼는데, ‘‘현미’라는 탄수화물을 먹는 채식이라니??’라고 의아해하는 분들을 위해 왜 ‘현미 채식’을 하게 되는지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는 암이다. 한국인의 26.5%가 암으로 사망한다. 2014년 다양한 유형의 식사 패턴이 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사람, 동물, 세포를 대상으로 한 조사 연구가 발표되었다. 50세 이상 미국인 6,381명을 1997년부터 18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단백질을 많이 섭취한 사람들(단백질 칼로리 20%이상)과 중간 정도 섭취한 사람들(단백질 칼로리 10%~20%)이 적게 섭취한 사람들(단백질 칼로리 10%미만)보다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각각 4.3배, 3배 높았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서구식 식단(붉은 가공육, 고지방 유제품, 정제 곡물)을 더 많이 먹는 전립선암 환자가 10년 이내에 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2.5배 높고, 하루 3회 이상 유제품을 섭취하는 전립선암 환자의 경우, 1회 이하로 섭취하는 사람에 비해 1년 이내에 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141퍼센트 증가한다고 한다. 동물성 단백질 섭취량 증가에 따라 암 사망률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동물실험에서는 쥐에게 피부암세포와 유방암세포를 이식하고 우유단백질(카제인)을 칼로리의 4%, 18%수준으로 공급했을 때, 많이 섭취한 모든 쥐들은 암세포가 암으로 성장하였고, 적게 섭취한 쥐들은 80%만 암으로 진행되었다. 암의 크기도 우유 단백질을 많이 섭취한 쥐의 것이 2.2배가 컸다.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먹으면 왜 암세포의 성장이 촉진되는지 확인하기 위한 검사에서는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인자의 활성으로 인해 암세포 또한 쉽게 암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외에 필리핀에서의 연구, 인도에서의 쥐 실험, 중국 연구 등에서도 동물성 단백질은 암을 유발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러면 우리는 건강하기 위해 무엇을 먹어야 할까?
미국인들의 사망 원인 1위는 심장질환이다.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핵심적인 요소는 ‘플라크plague’이다. 플라크는 관상동맥의 벽에 쌓인 단백질, 지방(콜레스테롤을 포함하여), 면역계 세포로 이루어진 기름진 층이다. 이 플라크가 많이 쌓이면 혈류에 심각한 제한이 생기고 몸을 쇠약하게 하는 흉통, 협심증이 일어나고, 동맥의 50퍼센트 미만을 차단하는 경미한 플라크들이 쌓이면서 심장마비를 일으킨다. 콜레스테롤과 고혈압이 심장마비의 큰 요인이 된다. 1959년에 발표된 한 연구는 20개국의 관상동맥질환 사망율을 비교하였다. 주로 동물성 식품을 주식으로 하는 미국이 식물성 식품을 주식으로 삼는 곳보다 17배의 심장질환 사망률이 높았다. 심장마비에는 (관상동맥) 우회로 이식수술과 스텐트 수술 등이 진행되고 있지만 완치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좋은 심장센터라고 꼽히는 오하이오의 클리브랜드 클리닉에서는 음식으로 환자들을 살리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건강을 위해서 무엇을 먹을까?
비만은 신속한 해결책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생활방식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적절한 생활방식을 유지해야 계속해서 체중이 줄고 적절한 체중을 유지할 수 있다. 한 번에 많이 빠르게 감량할 수 있다는 비법은 장기적으로 효과가 없다. 인기 있는 유행 식이요법은 단기간에 체중을 감량할 수 있게 해줄지 모르지만 신장질환, 심장질환, 암, 뼈와 관절 질환, 그리고 다른 질병같은 장기간에 걸친 고통도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건강한 식사를 하면 음식을 많이 먹더라도 칼로리를 줄일 수 있다. 또한 건강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휴식하는 동안 대사율이 약간 높은 것으로 관찰된다. 대사율이 조금만 증가해도 24시간 동안 태우는 칼로리가 많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건강한 식사란 무엇일까?
1925년 힘스워스는 식습관과 당뇨병 비율을 비교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지방을 덜 먹을 때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인구 10만 명당 20.4명에서 2.9명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30년 후 연구에서는 동물성 단백질과 동물성 지방을 많이 섭취한 나라에서 당뇨병 발생이 높다는 것을 밝혀 냈다. 당뇨병은 1형, 2형으로 분류되고 모두 당을 처리하는 대사의 기능 장애로 시작한다. 1형은 췌장의 인슐린 생산 세포가 파괴되어 있어 인슐린 생산을 못하고, 2형은 인슐린은 생성할 수는 있지만 혈당을 적절하게 대사되게 작용하지 못한다. 현대 약품, 수술로는 당뇨병의 치료가 불가하다고 한다. 당뇨병의 합병증으로는 심장질환, 뇌졸중, 고혈압, 실명, 신장질환, 신경계질환사지절단, 치과질환, 임신합병증 등이 있다. 이러한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식사란 무엇일까?
이외에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자가면역질환인 다발성 경화증, 류마티스 관절염, 전신성 홍반성 낭창, 제 1형 당뇨병, 류마티스성 심장질환, 염증성 장질환, 크론병, 류마티스성 심장질환, 파킨스병을 영양과 관련하여 연구하였을 때 동물성 식품 특히 우유 섭취가 높은 연관성을 보인다고 한다. 그러면 이러한 질환들을 치료할 수 있는 식사란 무엇일까?
<무엇을 먹을 것인가>의 저자는 약 60년 동안 영양과 건강에 관한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이끌었고, 어떤 연구에 자금을 지원해야 할지 결정하는 일을 해왔다. 그는 오랜 연구를 통해 우유 단백질을 비롯한 모든 동물성 단백질이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많은 질병들 또한 동물성 단백질과 관련이 깊다는 것을 밝혀 냈다. 그는 동물성 단백질을 최소한으로 하였을 때, 위에 언급한 수많은 질병에 긍정적인 유의미한 변화가 있음을 밝혔다. 또, 식물성 단백질은 질병 발현에 영향을 주지 않음 또한 밝혔다. 그리하여 그가 추천하는 식단은 자연식물식 Whole food, plant-bosed, WFPB이다. 간단히 말해 육류와 유제품, 달걀을 포함한 동물성 식품을 먹지 말고 가공하지 않은 자연식품인 무가공 식물성 식품을 먹으면 된다. 무가공의 건강한 과일, 곡물, 콩류, 채소로 식단으로 지방 10퍼센트, 단백질 10퍼센트, 탄수화물 80퍼센트 칼로리를 얻는 식단을 구성하면 된다. 이제껏 ‘건강의 적’(?)이 되어온 탄수화물을 80퍼센트나 먹으라고? 하면서 반기를 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탄수화물에는 정제 탄수화물과 복합 탄수화물이 있다. 정제 탄수화물은 비타민과 무기질,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함유되어 있는 식물의 껍질을 기계적으로 벗겨내고 넘은 전분과 설탕이다. 우리가 먹지 말아야 하는 탄수화물은 정제 탄수화물이다. 정제 밀가루로 만든 파스타, 당질이 많은 곡류, 흰 빵, 사탕류, 설탕 가득 든 탄산음료를 피하고, 가공하지 않은 신선한 과일. 채소. 오트밀 같은 복합 탄수화물을 함유된 식품을 먹어야 한다.
<조금씩, 천천히, 자연식물식>의 저자는 밥(가능한 한 현미밥)이나 녹말 식품(각종 곡식,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 그리고 채소, 과일, 약간의 콩류 및 견과류를 먹으라고 권한다. 동물성 단백질 (고기, 생선, 계란, 우유), 식용유(올리브유, 카놀라유, 콩기름, 들기름, 참기름), 설탕을 가능한 한 배제하라고 한다. 그리고 모든 음식을 1~2mm 크기가 될 때까지 잘근잘근 씹은 다음 삼키고, 식사 중이나 후에 액체류를 최대한 적게 섭취하라고 조언한다. 현미의 식이섬유는 발암물질과 환경호르몬 등의 독성물질을 체외로 배설하는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에 되도록 현미를 먹는 것을 권한다. 유일하게 영양제가 필요한 성분으로는 비타민D와 비타민B12가 있는데, 비타민D는 햇볕을 하루 5~30분정도 쬘 수 없는 사람일 경우 영양제를 섭취하고 비타민B12는 된장, 청국장, 템페(동남아지역의 콩 발효 식품), 고추장, 맥주효모 등의 발효 식품, 일부 버섯류(표고버섯, 느타리버섯, 노루 궁뎅이버섯 등), 해조류(김, 파래, 다시마, 미역 등) 함유 되어 있다. 김과 파래의 비타민B12 함량은 동물의 간 수준만큼 높아 하루 2~4g만 먹더라도 권장량을 섭취할 수 있다. 굽거나 조리하지 말고 생김이나 무침으로 먹는 것이 좋다. 이러한 이유로 ‘현미 채식’을 하게 되었다.
글을 읽으면서 그럼 ‘나는 왜 탄수화물을 다이어트의 적이라고 알고 있었던가?’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그 분들을 위해 인슐린 이야기를 잠시 해보자. 인슐린은 췌장에서 생산되는 단백질 호르몬이다. 혈액 속의 포도당(혈당)을 세포로 흡수시키고, 세포에 흡수된 여분의 포도당을 지방으로 저장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져있다. 지방을 저장시키는 호르몬이다 보니 인슐린을 분비시키는 탄수화물은 비만의 원인이고 그렇지 않은 단백질과 지방은 다이어트 성분이라는 인식이 생겼는데 이것은 완전히 거짓이다. 우리 몸이 건강 상태를 유지하려면 적절한 수준의 인슐린이 유지되어야 한다. 하지만 인슐린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분비된다면 문제가 된다.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서 더 많은 인슐린이 필요해진 상태, 몸 안의 세포들에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내성)이 생기면서 더 많은 인슐린이 필요해진 상태를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한다. 필요 이상으로 혈중 인슐린 수준이 높은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지방조직, 간, 근육 내에 지방 축적이 증가하고, 혈액의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준이 증가하고, 혈당이 상승하고, 혈압도 상승한다. 인슐린 저항성은 고기, 생선, 계란, 우유, 식용유, 설탕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인슐린 저항성이 탄수화물이 원인인 것처럼 주장하면서 탄수화물이 인슐린을 분비시키니 먹지 말자고 주장해왔던 것이다. 그렇게 주장함으로서 이득을 보는 세력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현미채식을 한다면, 자연식물식을 한다면 위에 나열한 수 많은 질병으로부터 예방이 가능하다. 만성 질환이 사라지고 의료비 지출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동물성 식품 중심에서 자연식물식으로 식단을 바꾸면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20%가량 줄일 수 있고, 파괴되는 숲을 보존할 수 있고, 농지의 60%이상을 다시 숲으로 만들 수 있고, 바다의 산성화와 질소오염, 수자원 남획을 줄일 수 있고, 바닷속 산호초와 남극 및 북극의 펭귄, 북극곰도 살릴 수 있다. 기후 위기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현미 채식’을 모르던 나는 하루에 삶은 달걀을 10개씩 먹던 시기도, 닭가슴살을 삼시세끼 먹던 시기도 있었다. 기버터와 옥테인 오일을 넣은 방탄커피로 하루를 시작한 시기도 있었고, 하루 지방섭취량을 늘리기 위해 버터를 썰어 그냥 먹기도 한 시기도 있었다. 이제 무엇이 바른지 방향성이 정해졌으므로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몸으로 지금 내가 아는 것들을 실천할 것이고 그 결과를 보고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자연식물식 혹은 현미 채식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나, 우리, 그리고 크게는 지구를 위해서, 저랑 현미 채식하실래요?
(2021. 5. 15.)
참고도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 콜린 캠벨 토마스 캠벨, <조금씩, 천천히, 자연식물식>, 이의철
사진 출처 https://cdn.britannica.com/17/196817-050-6A15DAC3/vegetables.jpg
작가님, 커피 한 잔에 글 쓰기 좋은 저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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