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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무경 Apr 02. 2024

사랑의 층 구조{켜 얼개}론
[5] 구조론의 효용성

[5] 층 구조 이론의 효용성

[5] 층구조 이론의 효용성


완전한 E사랑의 끈.


 E사랑이 견고하게 맺어지기 위해서는 이 3개의 켜가 튼튼하게 얽어 짜여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3층의 어느 한 층이라도 허술하게 지어져[맺어져] 있으면 지진이 났을 때 부실한 건축물이 쉽게 무너지는 것처럼 사랑도 쉽게 무너지고 만다.      


예컨대 서로의 얼굴도 기억하기 어려운 어린 시절에 불행하게도 서로 헤어진 부모와 자녀를 생각해 보자. 부모가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헤어진 자식으로 여겨지는 청년을 찾아냈다. 그들은 아직 그 청년과 부모가 친자관계인가 아닌가를 알 수 없어서 병원에 친자확인 검사를 의뢰한다. 사람들은 적어도 이러한 유전적인 확인이, E사랑의 심원층인 "자기"의 한계를 의식시켜주는 유일(?)한 계기인 것이다. 따라서 유전적으로 동일성이 확인되면 비로소 그 부모 자녀 간에는 [심원층]이 연결된 것으로 여겨지며 자기애가 교류될 것이다.

     

현재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검사 방법이나 기간이 매우 짧아졌지만, 몇 년 전이나 몇십 년 전처럼 장기간에 걸친 복잡한 검사 과정이 진행되던 때였다면 검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올 때도 있고 부정적으로 나올 때도 있는데 결과가 긍정적일 때에는 서로에게 E사랑이 교류되지만,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때에는 그 지향은 얼어붙는다. 


검사 결과의 긍정과 부정에 따라 그들의 감정은 일희일비가 교차될 것이다. 친자임이 확인되면 비로소 사랑이 지향되고 친자가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지향되려던 사랑의 감정이 다시 얼어붙는 것. 친자임이 확인되면 <무조건적>으로 지향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결론이 나면 냉정하리만큼 철회되는 것. 〘E사랑〙의 심원층은 그러한 것이다. 만약에 친자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그렇게 되었다면 서로 간에 자기애가 지향되지는 않을 것이다.    

  

드디어 그 청년이 친자임이 확인되었다. 그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울면서 그동안에 쌓였던 앙분을 해소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감정의 추이는 심원층적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들 사이에 곧바로 E사랑이 흘러넘쳐 교류되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자기의 동류, 그것도 가장 강력한 혈육임이 확인되었지만, 그것으로 E사랑의 조건이 충족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청년이 추남(신체적 용재에서의 용모의 열등성)이고 거지(재화 용재에서의 열등성)이고 정신 지체아(정신적 용재에서의 열등성)라면 그 부모들이라 하더라도 그를 한없는 반가움과 만족함으로 받아드리지는 못하리라. 말하자면 E사랑의 1층인 심원층은 형성되었으나 그 2층인 [평가층]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는 그 청년이 부모에 대해 갖는 감정에서도 마찬가지로 발생한다. 곧 그 부모가 거지이고 추잡한 인격의 소유자이고 술주정뱅이에 마약 중독자이며 신체적으로도 온전하지 못하다면 그들이 비록 자기 부모임에 틀림 없다고 하더라도 〘치사랑: 자녀가 부모에게 보내는 사랑〙의 감정이 원활하게 지향되지는 못할 것이다. 이는 부모가 열등한 그 자녀에게 지향하는 〘내리사랑〙보다도 더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가 이러한 우울한 가정(假定)을 하지 않고 부모나 청년 모두 신체와 정신, 재화와 신분 등 5가지 용재가 매우 긍정적인 경우를 상정한다면, 우리는 애타게 찾아 나섰던 그들이, 근친들을 다시 만났다는 반가움으로 활발한 사랑의 교류를 보내고 있을 것임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빠져있는 접점


그러나 아직도 그들 사이의 관계에는 무엇인가 하나의 사랑의 요인이 빠져있다. 서로 간에 애정을 지향하려는 의식은 팽배해 있으나 애정에 허전한 느낌이 들 수 있다. 곧 그들 서로는 오직〘심원층〙적 친애의 감정으로만 연결되어 있고〘평가층〙도 만족스럽지만, 아직도 서먹서먹하며 낯이 설다. 


이래서는 사랑의 교호는 매우 미약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그들이 아직도 서로 사이의 끈끈한 정을 이어줄〘적응층〙의 접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곧 〘E사랑〙의 1층과 2층은 공고한데 아직 3층인 적응층의 바탕이 연약하기 때문에 생기는 틈이 작용하는 것이다. 곧 관념적으로는 그들이 친애 사이임을 의식하고 있으나 서로 사이에는 아직 정이 들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낯설어하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은 감정에 민감한 한국인들에게 있어서 특히 심하다. 

     

이와는 반대로 서로 유전적인 친족이 아닌, 곧 양자나 의부모 사이의 관계는 심원층에 따르는 신체적 ∙ 생물학적 [우리]가 아니지만, 심원층의 다른 연결끈인 정신적 의지에서 [우리]이기를 결의한 사이여서 ⸺친자보다는 심원층의 연결 끈이 약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이 어려서부터 양육되어 정이 듬뿍 든 사이라면 결코 유전적인 친자보다 덜하지도 않은 사랑의 교류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말로는 친척이라고 하지만 서로 멀리 떨어져 살아 접촉에 의한 정이 들지 않은, 계촌상(計寸上) 가까운 사촌보다도 항상 이웃에 살면서 교류해온 ⸺그러나 인척은 아닌⸺ 동네 사람들 사이에 정분이 두터운 [이웃사촌]은 바로 이러한 적응 성향 때문이다.      


오랫동안 생활을 같이한 노부부들에게 있어서 상대방에 대한 용재의 우월성에 의한 긍정 감정, 즉 매력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 그가 신체적으로 잘생겼든 이제 늙어서 별 볼 일 없이 생겼든 이제는 관심 밖에 있는데도 전체적인 E사랑에는 별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 그 틈을 메워 주는 것의 대부분이 오랫동안 같이 생활하면서 축적된 적응 작용으로서의 정듦 ⸺곧 적응층적 끈⸺ 이 두텁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라 해서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처럼 E사랑은 3중의 층으로 형성되어 있고 이들 3층 모두가 질긴 끈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사랑이 튼튼하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이 점이 사랑의 층 구조의 중요성을 일깨울 것이다. 사랑이 이루어질 계기를 비롯해 사랑이 오랫동안 원활하게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랑의 3층 구조〙가 확고해야 한다.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자녀들이 부모에게, 또 부모들이 자녀에게 어버이와 자식이라는 심원층의 신체적인 관계만을 빌미로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원망한다면 사랑의 교류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 원고는 필자가 저술 중인 ❰사랑, 그 참뜻과 모습❱ 제1부 E사랑 제3과 사랑의 층구조(層構造){켜 얼개}를 옮겨 적은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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