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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무경 Apr 22. 2024

의식 체류처와 감정의 단계

의식의 단계에 따라 감정의 단계도 달라진다. 


의식 체류처에 따라 달라지는 감정

감정 발생의 첫째 요소인 감성은 지금까지 초든 바와 같으므로 우리는 둘째 요소인 의식에 관해 알아보기로 한다.

의식은 천지가 열려 생물이 탄생하자마자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믿어진다. 의식은 무기물적 수준인 기극(氣極)*에서 예지적 수준인 이극(理極)*으로 점차 발전해 나가는데* 그 단계는 무기물적 수준인 [물리기]를 거쳐 생명의 존망에 관한 본능적 의식인 [생리기]를 지나 남에게 자기를 드러내 보이려는 제시 본성이 활약하는 사회적 의식인 [심리기]로 나아간다.


*기극(氣極): 의식의 여정 시작점인 [물리계]의 바닥 끝

*이극(理極): 의식 여정의 마지막 도달점인 [예지계]의 꼭대기

*여정(旅程): 의식, 더 넓게는 마음의 기능들이 기극에서 이극으로 굴러 나아감.


그러나 처음에 의식의 힘은 아주 작고 여려, 있다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하다가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차츰 역할을 발휘하면서 생명의 참 진화를 이끌어 왔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과정은 인류의 역사가 원시 시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아기의 탄생 이후 어른으로 자라기까지의 과정과 비슷하다. 


의식의 이러한 성장, 곧 [의식의 발전]은 달리 말해 얼[정신]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는 단계에 따라 각각 [물리계][생리계][심리계][윤리계][성리계]  [예지계]라고 부른다.


물리계(物理階)생명체 안의 생리적 체계가 아직도  물리적 시스템에 따라 작동하는 단계.

생리계(生理階)삶의 정신, 특히 본능적 의식이 주로 삶의 존망에 몰두하는 단계.

심리계(心理階)〙사회생활에서 자기 존재를 드러내어 남의 의식에 각인시키려 노력하는 단계.

윤리계(倫理階)삶을 도덕적 의식에 따라 영위하려는 단계

성리계(性理階)인간이 삶을 자기의 본질인 이성적 상태인 본질 발현에 두는 단계

예지계(叡智階)인간의 이성이 가장 높이 올라 찬란한 빛을 드날려 성자적 수준에까지 다다르는 단계


마음의 기관인 감성이 의식의 인도에 따라 발생하는 [감정]은 이들 단계에 따라 발전하므로 이 발전 단계에 따라 감정의 빛깔도 달라진다.     


의식의 발전과 체류에 따른 감성의 변화

감정의 발생 요소의 셋째 요건인 [정세]는 생명체의 삶의 환경과 상태 등을 아울러 가리킨다. 생물에게 외계의 정세가 의식되기만 하면 그 정세의 내용이 무엇이거나 간에 이를 의식하는 감정이 발생한다. 


그러나 생물은 정세를 맹목적으로 수용하거나 맹목적으로 수용하더라도 무조건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욕망의 목적인 삶과의 관련성을 디디고서 파악한다. 다만 현실적인 정세가 현시점에 놓여있는 특정의 생명체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을 수는 있을 것이다.


이처럼 구체적인 상황에 따르는 정세는 생물에게 다음과 같은 당부(當否)의 관점을 디디고서 의식된다. 곧

�자신의 동기에 직접적인 아무 의미도 없음.

�자신의 동기에 의미 있는 관련이 있음.     


의미 정세와 단순 정세

단순 정세와 의미 정세

(1)풀밭에 누워있는 목동이 여름 하늘에 흘러가는 한가로운 흰 구름을 바라볼 때, 또는 

(2)전쟁 중에 크게 다쳐 두려움에 떨고 있는 신병이 작렬하는 폭탄의 솟구치는 불길을 바라볼 때에 

당사자에게는 이러한 정세에 대한 의식으로부터 그 정세가 그의 생존에 미치는 영향의 의식적 평가에 어울리는 감정이 발생하게 된다. 한가롭게 흐르는 구름이 목동의 생존적 의지에 어떤 의미를 줄 것인가? 


그 정세는 목동의 기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겠지만 그의 생존 의지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작렬하는 폭탄은 신병에겐 생사라는 의지적 사상(事象)을 위협하는 정세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태이다. 


┈본인이 이처럼 의식하지 않는 한 이러한 정세가 무조건적으로 같은 의미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정세가 (1) 의 사례처럼 생존에 의미 있는 관련이 없다고 의식되는 때에 처했을 때의 정세를 [단순 정세]라 하고 (2)처럼 그의 심신에 특별한 관련이 있다고 의식되는 때의 정세를 [의미 정세]라고 불러보자. 


물론 엄밀한 의미로서는 단순한 정세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만 적어도 의식이 가장자리[변연(邊緣)]에 머물러 있기에 현실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의식 핵(意識 核)]*에 따랐을 때 무의미하게 평가되는 정세가 있다면 이러한 정세는 일단 단순 정세라 할 수 있다. 정세에 따라 달라지는 감정은 먼저 의식 단계 안의 해당 항목에 나누어 설명하려 한다. 


 정세가 ⓐ의 사례처럼 생존에 의미 있는 관련이 없다고 의식되는 때에 처했을 때의 정세를 [단순 정세]라 하고 ⓑ처럼 그의 심신에 특별한 관련이 있다고 의식되는 때의 정세를 [의미 정세]라고 불러보자.

다시 정리해 보면


●[단순 정세]란 감성이 대상의 자극을 받고는 있지만, 심신에 특별한 영향을 끼치지 않아 자극되는 감성이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다고 판단되어 순수하게 반응만을 하는 감정을 가리킨다.

♥[의미 정세]란 의지에 의미가 있는 정보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되는 사태에서 생기는감정이다.


의식의 주관성을 따라가는 감정

정세의 단순성과 의미성의 판정은 객관적인 상황에 의해서 규정되는 것이 결코 아니며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주관적 의식에 의해서 결정된다. 


“예컨대 지극히 사랑하는 연인이 자동차 사고로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을 가정해 보자. 그는 크게 놀라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병원으로 달려갈 것이다. 그런데 그 소식이 사실은 이름만 같은 다른 사람{동명이인}에 관한 오보였을 뿐 그의 연인이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니었다면 그가 느낀 슬픔은 사실이 아닌, 오보의 [의식]에 의한 반응이었다. 


곧 크게 놀라 슬퍼했던 그 감정은 정세의 사실 여부와는 달리 자신의 [의식]에 맹목적으로 반응한 셈이다”.

그렇다고 당자의 주관적 의식 자체가 정세에 대한 자기의 삶의 입장을 자의적으로나 망상 속에서 상정하고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당자의 목표가 허황된 자기만족에 빠지려고 하는 것이 아닌 한, 당자는 외계의 정세를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의식은 안팎의 원인이나 이유로 인해 정세를 언제나 정확하게 파악한다고 볼 수는 없다.


삶의 정세는 생명체가 맞닥뜨리는 모든 순간마다 달라지고 생명체마다 각기 다르므로 그에 따라 발생하는 감정도 이에 따라 낱낱히 달라지므로 일의적으로 규정하기 어려우므로 의식 발전의 단계에 처하는 생존이나 생활에 준하여 그때마다 설명하려 한다.


*의식 핵: 물리적 의식에서 시작하는 의식이 성리적 의식으로 발전해 가는 도중에 가장 뚜렷해지는 체류처의 의식.     


그런데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의식은 안팎의 원인이나 이유로 인해 정세를 언제나 정확하게 파악한다고 볼 수는 없다.     

삶의 정세는 생명체가 맞닥뜨리는 모든 순간마다 달라지고 생명체마다  각기 다르므로 그에 따라 발생하는 감정도 이에 따라 낱낱히 달라지므로 일의적으로 규정하기 어려우므로 의식 발전의 단계에 처하는 생존이나 생활에 준하여 그때마다 설명하려 한다.      


감정의 구분 

단순 감정과 의미 감정

감정들은 일정한 상하좌우의 위치와 체계를 가지고 있으나 우리는 그 감정들의 경계를 모호하고 혼란하게 표상하므로 이름이나 개념이 뒤섞여 있을 수밖에 없다.  

   

위에서 우리는 감정을 구분할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징표를 발견했다. 감정은 정세를 판정하는 의식에 의해서 촉발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세가 개체에게 미치는 의미에 따라서 ┈라기보다는 오히려 개체의 동기에 따라서 평가되는 정세의 의미에 의해서┈ 감정의 내용이 2가지로 크게 나누임을 알 수 있다. 

.

(1)[단순 정세]란 감성이 대상의 자극을 받고는 있지만, 심신에 특별한 영향을 끼치지 않아 자극되는 감성이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다고 판단되는 정세을 가리킨다.

(2)[의미 정세]란 의지에 의미가 있는 정보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되는 사태에 대한 정세이다   

  

이때 [의미 정세]로 이해되는 사태에 당면해서 촉발되는 감정과 [단순 정세]로 이해되는 사태에 당면해서 촉발되는 감정은 단순히 형태만 다른 것이 아니라 의미에 있어서 확연히 다르다. 정리하자면 감정을 단순 정세의 감정과 의미 정세의 감정으로 구분할 수가 있다.     


다만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든 개념의 구분이나 구별이 그러하듯이, 아니 그보다 더 감정에 관핸 개념의 구분이 칼로 자르듯이 그렇게 뚜렷하게 나누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낱낱의 감정과 감정 사이의 경계, 더구나 현상 자체도 서로 섞여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나타내는 이름과 이름에 관한 사람들의 이해도 꼭 맞아 떨어지지 않는 일이 흔하다. 


단순 감정인 필링[feeling : 정취(情趣)]과 의미 감정 이모션[emotion : 情動]

필자는 [단순 정세]의 의식에 의해서 촉발되는 감정을 [정취(情趣: 필링]라고 부른다. 그리고 [의미 정세]의 의식에 의해서 촉발되는 반응을 [정동(情動 이모션]이라고 부른다. 정취는 우리의 의지적 활동에 영향이 없을 것으로 의식함에 따라서 생의 의지를 주목하게 하고 주의하게 하는 강한 자극을 초래하는 일이 없이 다만 감성을 피동적으로 자극할 뿐이기 때문에 감정의 촉발도 [단순]하다. 곧 정취(情趣)적이다. 


이에 견주어 의미 정세는 그의 생존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에 따른 감성적 반응도 의지와 연결되어 격동하는 [의미] 있는 반응, 곧 정동(情動)이 된다.   

   

오늘날 감정의 이론가들은 감정 이론의 역사적인 업적에 의해서 정립되어 온 감정의 두 가지 개념 곧 [필링(feeling)]과 [이모션(emotion)]을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필링은 쾌ㆍ불쾌에 대한 미약한 반응을 의미하고, 이모션은 강도가 심하여 마침내 내장 기능의 광범위한 변화를 거쳐 의식, 또는 행동에 표현된 동란 상태라 이해하고 있다. 좀 더 단순화한다면 이모션은 강한 필링이고 필링은 약한 이모션을 의미해 왔다고 이해해서 큰 잘못이 아닐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모션과 필링을 구별하는 근거는 다름아닌 감정의 셈여림{강약}의 정도, 즉 양적 차이에 있다는 뜻이 된다. 일부의 학자들이 감지해 왔듯이 필링과 이모션의 이와 같은 양적 구분엔 편의적인 이득이 있을지는 모르나 학적인 의미를 부여하기엔 미흡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감정뿐만 아니라 모든 개념의 구분은 원칙적으로 양에 의해서가 아니라 의미 ⎯곧 질(質)⎯ 에 입각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정동〙과〘정취〙의 구별에 관한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A] 항해 중의 어느 날 아침,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 위로 붉은 아침 해가 바다를 금빛으로 물들이며 장엄하게 솟아오르는 것을 보는 사람이 가슴 속에 형언하기 어려운 감동을 받는다.

[B] 인적도 드문 높은 산에 가냘프게 꽃핀 한 떨기 한란(寒蘭)을 보고 잔잔한 애조를 느낀다.

[A] 오랫동안의 각고 끝에 대망의 권좌에 오르게 된 장년의 남자가 벅찬 환희에 잠겨 있다.

[B] 한 여인이 지나가는 다른 여인의 호사스러운 차림새를 보고 슬그머니 아니꼬움을 느낀다.   

  

위의 예에서 로마 숫자[ ]는 예화의 의미에 따라서 구별해 사용한 것으로 Ⅰ은 단순 감정이고 Ⅱ는 의미 감정이며 알파벳 [ B]은 예화가 줄 수 있는 반응의 강도에 따라서 구분한 것으로서 A는 강한 반응, 그리고 B는 비교적 약한 반응을 묶어 놓은 것이다. 


우리가 개념을 분류하기 위해서는 과연 무엇을 근거로 취해야 하겠는가? 학적 소양이 조금만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더 논의할 필요도 없이 개념의 분류는 알파벳 A와 B가 나타내는 양(여기에서는 강도: 强度)에 의해서가 아니라 Ⅰ과 Ⅱ의 질[(의미(意味))에 따라야 할 것임을 수긍할 것이다. 


그래서 양에 의하면 A를 이모션, B를 필링이라고 해야겠지만, 우리는 정세의 의식에 따른 의미의 차이를 규명한 이상, Ⅰ을 필링, Ⅱ를 이모션이라고 함이 타당함을 알 수 있다.  필자가 [필링(feeling)]을 [정취(情趣)]로, [이모션(emotion)]을 [정동(情動)]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에 따른 것이다.  

    

외계의 정세가 개체에게 미치는 것으로 의식되는 이러한 내용의 해명에 의해 우리는 감정을 [정취]와 [정동]이라는 2가지 큰 개념으로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정취]란 생의 의지적 활동과 무관한 것으로 여겨지는 단순한 정세라는 의식만으로 감성에 촉발된 반응이고 [정동]이란 생의 의지에 영향을 미치는 정세, 즉 유의미 정세로 의식함에 따라서 동란으로 촉발된 감성의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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