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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무경 Apr 02. 2024

[한글]은 치솟고  [한말]은 고꾸라지고

우리 글인 [한글]과 우리 말인 [한말]의 위상


리 글인 [한글]과 우리말인 [한말]의 위상


지금 [한글]은 세계만방에 이름을 떨치며 치솟아 오르는데  우리 고유어인 [한말]은 우리 나라 사람들의 홀대를 받으며 고꾸라져서 죽기 일보 직전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세계만방에 [한글]의 자랑스러움을 뽐낸다. 그런데 현재 한글의 상당한 부분은 외래어로 볼 수 있는 한자를 비롯한 외국어의 발음기호 구실을 하기에 바쁜 형편이다. 한자어와 외국어[외래어]를 빼면〘한말:  [맨 우리말〙]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지은 것이 만국 발음기호”로 쓰기를 바란 것은 아닐 것이다. 


※세종대왕께서 새 글자를 지으시고 이름을 [훈민정음]이라 붙이신 뒤 500여 년 지나 주시경 선생은 이를 [한글(한민족의 글 • 큰 글 )] 이라고 바꿔 오늘에 이르렀다. 그런데 우리 말에 관해서는 마땅한 이름이 없어서 "순 우리말" "순수 한국어" " 맨 우리말" "고유어" " 토착어" 등 중구난방, 통일되게 부르는 이름도 없다. 


이에 필자는 우리민족의 큰 글이라는 의미의 [한글] 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한말(한민족의 말  • 큰 말 )]이라고 부르려 한다. 



외래종 생물이 들어와 우리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점에 대해서는 경악하면서 외래어가 들어와 [한말] 생태계를 휘젓는 일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외국인의 한글 수업에서조차 "고맙다"는 한말 대신에 "감사(感謝)하다"는 일본식 한자어를 가르치고 "튀김닭"이 "치킨"이 되었으며 어느 방송국에서는 “다음”을 넥스트로, “이어서”를 컨티뉴로 쓰고 있는 것이 현실 아닌가?. 


무슨 소리든지 적어낼 수 있어 자랑으로 삼고 있는 [한글]의 장점이 다른 나라 말을 쉽게 적어 우리 말을 몰아내는 만국 발음부호가 되고 말았다. 이에 관해 한글을 배우고 있는 외국인들조차 걱정하고 있다.      


상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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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의 한글 사전에는 아마도

[미르] 용(龍)

[두루미] 학(鶴)

[가시] 계집

[놈] 사람, 것, 일을 가리켜 이른다, 물건을 가리켜 이른다, 자(者)

[슈퍼] 규모가 큰 소매점을 가리키는 영어     


라 써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현대(2000~ 2030년대)의 한글 사전엔 아마도 

[미르] 용(龍)의 옛말

[두루미] 학(鶴)의 옛말

[굵다] 두껍다의 옛말

[가늘다] 얇다의 옛말

[가시] 계집의 옛말

[놈]: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

[소매점] 슈퍼마켓의 옛말


이라 적히고


100년 뒤의 한글 사전에는

[다음] : “넥스트”를 가리키던 한국의 고어. 

[이어서] : “컨티뉴”를 가리키던 한국의 고어. 

[통닭] : “프라이드 치킨”의 한국 고어. 

[좋아요]:  "라이킷"을 가리키던 한국의 고어


라 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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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수업 교수의 [슬픈 우리말우리문화신문에서   

"국어사전에 올라 있는 ‘배알’은 풀이가 또 이렇다. 

1) ① 동물의 창자. ② ‘사람의 창자’의 낮은말. ③ ‘부아’의 낮은말. ④ ‘속마음’의 낮은말. ⑤ ‘배짱’의 낮은말.

2) ‘밸’을 속되게 이르는 말.

3) ① ‘창자’를 비속하게 이르는 말. ② ‘속마음’을 낮잡아 이르는 말. ③ ‘배짱’을 낮잡아 이르는 말. 

     

‘짐승의 창자’라는 것 말고는 모조리 ‘낮은말’이니 ‘속되게 이르는 말’이니 ‘비속하게 이르는 말’이니 ‘낮잡아 이르는 말’이니 해 놓았다. ‘배알’은 제 뜻을 지니지도 못하고 겨우 다른 말을 낮추어 쓰는 말일 뿐이라는 것이다. ‘배알’을 얼마나 업신여기고 있는지 잘 알려 주는 풀이들이다.     

‘배알’은 보다시피 ‘배’와 ‘알’이 어우러진 말이다. 그러니까 배 속에 들어 있는 알, 곧 밥통(위)과 염통(심장)과 애(창자)와 쓸개(담낭)와 지라(비장)와 이자(췌장)와 창자를 모두 싸잡아 일컫는 말이다. 무엇을 낮잡거나 속되게 이르는 말이 아니라 그저 제 뜻을 불쌍하도록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말일 뿐이다. 

그런데 이런 낱말이 글에는 올라설 꿈도 못 꾸고 간신히 입으로만 떠돌며 살다가, ‘내장’이니 ‘복장’이니 ‘오장육부’니 하는 한자말에 자리를 빼앗기고 쫓겨난 것이다. 그러고는 ‘밸’로 줄어진 채 “밸이 꼬여서 못 견디겠다.” 또는 “밸이 뒤틀려 못 참겠다.” 하며 아니꼬움을 참고 견디는 하소연에다 겨우 자취만 남겨 놓았을 뿐이다. 


▲ 토박이말 “온, 즈믄, 골, 잘”은 중국에서 들어온 “百, 千, 萬, 億”에게 짓밟혀 죽어 나갔다. ‘스물, 서른, 마흔, 쉰, 예순, 일흔, 여든, 아흔’도 이제 간당간당하다.      

“이런 세월의 흐름에서 우리말의 신세는 불쌍한 백성과 함께 서러움과 업신여김에 시달리며 짓밟히고 죽어 나갔다. 헤아릴 수 없이 죽어 나간 우리말을 어찌 여기서 모두 헤아릴 것인가! 셈말만을 보기로 들어 보면, ‘온’은 ‘백(百)’에게, ‘즈믄’은 ‘천(千)’에게, ‘골’은 ‘만(萬)’에게, ‘잘’은 ‘억(億)’에게 짓밟혀 죽어 나갔다. ‘온’에 미치지 못하는 ‘아흔아홉’까지는 아직 살아서 숨이 붙어 있다지만, ‘스물, 서른, 마흔, 쉰, 예순, 일흔, 여든, 아흔’으로 올라갈수록 한자말인 ‘이십, 삼십, 사십, 오십, 육십, 칠십, 팔십, 구십’에 짓밟혀 목숨이 간당간당하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우리말을 짓밟아 죽이고 그 자리를 빼앗아 차지한 한자말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고, 국어사전에 실린 낱말의 열에 일곱이 한자말이라는 소리까지 나올 지경이다. 세종 임금이 ‘한글’을 만들어 우리말을 붙들지 않고 줄곧 한문으로 글말살이를 했다면, 우리도 만주 벌판에 사는 사람들처럼 중국으로 싸잡혀 들어가고 말았을 것이다.”    

 


우리 말로 이름짓기의 어려움  


필자가 집필하면서 고심한 부분의 하나는 이름짓기였다. 필자는 홀로 독창적인 글쓰기를 해오고 있기에 나름대로 새로운 학술적 개념을 착상하면 그에 걸맞는 이름을 지어 부르지 않을 수 없는데 알맞은 낱말을 찾지 못해 애를 먹는다.  


이때에는 그 개념과 비슷한 개념의 이름을 빌어다 쓰거나 새로운 이름을 지어 쓰게 되지만 이미 쓰던 이름을 빌어다 쓰다 보면 개념의 뜻에 관한 이해가 헷갈리기 쉽다. 이미 쓰이는 이름에는 그동안 그 이름에 따라붙은 의미들이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학술적 저작이 아니라 문예적 글짓기를 하는 분들은 상상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한글]의 우수성에만 기대어 어깨를 으쓱거리고 예컨대 중국어인 한자보다 우수하다고 자랑스레 뽐내지만 글자와 달리 한말, 특히 개념어를 새로 짓는데에 한말은 한자에에 비해 너무도 어려워 한자에 기대는 것이  10배는 더 쉽다. 


심지어 새로 지은 [한말] 뒤에 ( )를 하고 한자어를 적어넣는 형편이다.  곧 우리말인 [한말]을 써넣고 한자어로 토를 달아 설명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웃픈 현실이 벌어진다. 


필자는 박애적 [사랑]을 가리키기 위해 “아가페”라는 낱말을 쓰고 싶었지만, 아가페라는 낱말에는 이미 다양한 역사상의 의미가 붙어 있어서 필자가 착안한 개념을 가리키는 낱말로 쓰기에는 제약이 따르므로 아예 새로운 이름을 짓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해 새로운 사랑의 이름으로 아가페의 로마자 첫자인 A에 사랑을 붙여 [A사랑]이라고 부른다. 에로스도 마찬가지여서 eros+사랑=[E사랑]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새로운 개념을 나타내려고 한말을, 다음에 한자어를 살펴 보았지만 알맞은 낱말을 찾지 못해 애를 먹는다. 한자 수입 후 우리의 고유어가 많이 사라져 필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개념에 관한 마땅한 한말 낱말이 없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움직씨나 그림씨는 그런대로 넉넉하나 개념을 나타내는데 가장 중요한 이름씨는 너무 보잘것없고 조어법도 마땅하게 연구되어 있지 않아 말짓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인 것이 한말의 현실이다. 


이에 필자는 과감하게 새로운 한말 갈말을 만들어 쓰고 또한, 이미 쓰고 있는 한자어 또는 외국어나 외래어 가운데 아직 그 개념을 가리키는 용어가 없는 경우에도 새로운 갈말을 고안해 표기하려고 고심했다. 이러한 이유로 불가피하게 새로운 이름을 지어 붙인 개념 말이 350여 개에 이른다.  이 갈말은 [한컴] 표로 작성되어 있는데 여기에 붙여 넣으려 했으나 이 플랫폼은 표가 반영되지 않고 고쳐쓰려면 너무 힘들어 써 넣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 지은 한말을 불쑥 쓰는 것은 아직 익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 용어들이 조어법에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외계어처럼 서먹서먹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서  읽기에 부담을 줄 수도 있는 까닭에 그런 짐을 지우지 않는 테두리 안에서만 쓰려고 한다. 


그리고 책을 출판할 때마다  갈말(용어)표를 저서의 속판{목차} 맨 앞에 적어 놓아 혼동하지 않도록 조처하려 한다. 이 한말 갈말표와 이어 적어놓은 새로 짓거나 이미 쓰던 한말의 의미가 크게 달리 쓴 것의 갈말표도 적어놓아 본문을 읽기 전에 한번 훑어보면 본문 이해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 밖에 우리말로 부르고 싶지만, 독자들의 언어 감각에 아직은 낯설 것 같은 낱말은 맨 우리말 뒤에 같은 뜻의 한자어를 쓰거나 한자어 뒤에 바꿔 쓰면 좋을 듯해 지어낸 맨 우리말을 {뜻이 같거나 비슷함} (  ) [  ] 등의 괄호 안에 적어 넣으려 한다.      

  

또 동음이의인 한자어의 경우 뜻의 혼동을 피하게 하려고 많은 부분을 한글로 적은 뒤에 묶음표(  )나 { }를 달고 한자를 아울러 써넣었다.  


한자어를 [한말]로 적은 것은 예컨대“[간주(看做)하다]는 [여기다]로, [자타(自他)]를 [내 남]으로, [항상(恒常)]은 [언제나, 늘]로, 기타(其他)를 [그 밖]으로, [언급(言及)하다]를 [초들다]로, [서언(緖言)]이나 [서론(緖論)]은 실마리로, [상호간(相互間)]은 [서로 간 또는 서로 사이]로, [갑을병정(甲乙丙丁)]은 [강낭당랑]으로, [단어(單語)]는 [낱말]로, [용어(用語)]는 [갈말]로, [즉(卽)]은 [곧]으로, [동일(同一)하다]를 [같다, 똑같다]로” 이 낱말들은 늘 그렇게 썼다.      


그 밖에 우리말로 부르고 싶지만, 독자들의 언어 감각에 아직은 낯설 것 같은 낱말은 맨 우리말 뒤에 같은 뜻의 한자어를 쓰거나 한자어 뒤에 바꿔 쓰면 좋을 듯해 지어낸 맨 우리말은 가끔씩 (  ) [  ] 등의 괄호 안에 적어 넣었다. 예컨대 생(生)을 삶으로, 정신을 “얼”로, 신체{육체}를 “몸”으로, 뇌(惱)를 “골”로 구조를 “얼개”로, “[심신]은 맘몸으로”   일본어 츤데레는 "비쎄데기"로  


의미를 달리한 말들

[정서(情緖)]정동(情動)으로 쓰고 정서는 심리적 정취의 의미로 바꿔 썼다. 새로 지어 부르는 낱말 [사례] 몇 가지 예를 들어본다.      

사랑하는 사람(사랑의 주체) →사랑하니[또는 줄여서 “하니”]

사랑을 받는 사람(사랑할 대상) → 사랑하리[또는 줄여서 “하리”]

아무리 달려도 제자리걸음 →아달제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밝히거나 말없이


특히 혼동하기 쉬운  “소리는 같은데 뜻이 다른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는 일부러 다른 이름을 새로 지어 나타내려 했다. 


원능[原能]은 “학습하지 않고도 선천적으로 알아서 적응하는 행동으로서의 본능”의 뜻으로, 

정조[情操]와 정조[情調] 가운데 정조를 [정초(情楚)]로 바꿨다. 


●새로 지은 우리말이나 잘 쓰이지 않던 우리말을 한자어 앞에 쓰거나 한자 낱말 등을 적어서 오히려 우리말의 의미에 혼동될 걱정이 있을 때, 에는 한자어를 함께 적어 이해하기 쉽게하려고 노력해 보았다. 


엄청나게 조어력이 좋은 한자어가 활개를 치고 있는 곳에서 이러한 필자의 노력은 닭걀로 바위치기에 지나지 않겠지만 쉽게 고칠 수 있는 말부터 하나하나 맨 우리 말로 바꾸는 노력이 이어지고 조어법이 정비되면  언젠가는 우리말로 되돌려 쓰는 일이 늘어나지 않을까? 기다려 본다. 

     

♣한말로 바꿔쓰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한자어 몇 가지 {안은 바꿔쓸 수 있다고 여겨지는 맨 우리말 }

格   • 氣 • 金 •  毒  • 理{결}  • 民  • 法 • 病 •  寶  • {일부는 빛}  • 典  • 殿 • 傳 • 點 • 定 •  準 • 症 • 覇 • 合{모으다}  • 許  • 患 …………  그 밖에도 셀 수 없이 많음.

   

♣다음은 굳이 한자어로 쓰는 말들 가운데 우리 말로 바꿔 쓸 수 있는 낱말 몇가지. 물론 한자어가 더 알맞은 경우도 있기는 하다. 


 감사(感謝)하다 고맙다

 감지(感知)하다 알아채다

 개폐(開閉)하다→ 여닫다

 계속(繼續)하다→ 줄곧 잇다

 고의(故意) 일부러

 동일 인물(同一人物)→ 같은 사람

 붕괴(崩壞)되다→ 무너지다

 상회(上廻)한다→ 웃돌다

 선호(選好)하다→ 더 좋아하다.

 승차(乘車)하다 차(수레)에 타다 • 올라타다

 심지어(甚至於)→ 더구나

 완료(完了)하다 끝내다

 ⯄저렴(低廉)하다→ 싸다 • 값싸다 

 존재(存在)했다→ 있었다.

 천변(川邊)→ 냇가 개울가

 탑승(搭乘)하다→ 타다 • 올라타다  • 싣다

 탑재(搭載)하다 싣다 • 태우다

 ………… 

이 밖에도 한말로 바꿔쓰기 넉넉한 낱말이 셀 수 없이 많은데도 우리 모두가  전혀 자각하지 않고 타성적 • 습관적으로 한자어로 적고 말한다. 그런데도 정작 한자는 가르치지도 않으니 나중에는 한자의 소리를 적어넣다가 헷갈려 엉뚱하지만 비슷한 한글로 바꿔 쓰고 뜻의 이해도 엉뚱하게 잘못 아는 일이 셀 수 없이 많이 일어날것이다. 


한자어 우리말로 바꿔 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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