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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무경 May 02. 2024

중국의 저승 신화:  시왕(十王)

불교의 지옥신화와 도교의 지옥 신화의 결합 


중국적인 형태의 지옥 관념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시왕신앙(十王信仰)이다.


시왕신앙은 불교가 중국의 도교적 민간신앙을 흡수하고 도교 내부에서도 불교의 중유(中有, 또는 中陰:사람이 사망한 이후부터 내세에 태어날 때까지 영혼이 머무는 기간) 사상을 받은 것이 뒤섞여 생긴 신앙 형태이다. 


불교에서는 저승의 일체 부중은 모두 지장보살(地藏菩薩)의 관할 아래에 있다. 그리고 중국의 전설에 의하면 옥황상제가 염라대왕을 책봉해 지옥과 오악의 위병을 통솔하게 했다거나 도교의 동악대제(東嶽大帝 = 태산부군)의 통솔을 받게 했다고 한다.   


불교적인 염라왕과 도교적인 동악대제(東嶽大帝)가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있으면서 저승, 특히 지옥에서 죽은 사람들의 업을 평가하여 육도의 여러 곳으로 보내는데 그들 밑에는 다시 열 사람의 심판관이 있다는 것이다.   


이 열 사람의 심판관을 시왕[十王]*이라고 부르며 저승에 관한 이러한 관념을 믿는 것이 바로 시왕신앙이다.  


*시왕은 또 명계(冥界) 시왕ㆍ지장(地藏) 시왕ㆍ지부(地府) 시왕ㆍ십전염왕(十殿閻王)이라고도 부른다.  


당(唐)나라 초에 저작된 것으로 보이는 《지장시왕경(地藏十王經》이라는 조악(粗惡)한 위경(僞經)이 이러한 관념의 전형, 또는 원인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러한 종교적인 위협을 통해 사람들을 교화하여 악한 사회를 구제하기 위해 이러한 사상을 창작해 냈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각각 자기들의 궁전에서 부여된 임무를 처리한다는 시왕 사상과 8지옥. 24지옥. 32지옥 등으로 구분되는 지옥의 조직화가 이루어졌다.   


시왕신앙은 사람들 사이에 널리 믿어졌다. 사람이 매일매일 행하는 선악은 신들에 의해 천상에 보고된다고 믿어졌고, 시왕을 청하여 죄를 사죄하는 의례도 행해졌다.   


[중국에서의 도가와 불가의 관념이 결합된 시왕[十王]의 이름과 거처 및 사자(死者)가 당도하는 기일]

전륜왕은 오도전륜왕(五道轉輪王)이라고도 부르며 각각의 왕들을 대왕(大王)이라고도 부른다. 


중국인이나 한국인이 생각하고 있는 저승세계의 생생한 모습은 《지장시왕경(地藏十王經》과 이를 그림으로 나타낸 변상도(變相圖)로 인해 형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왕경》에 의하면, 죽은 이가 저승에 가서 새로 태어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7·7일 곧 49일이다.


이 동안에 일주일에 한 왕씩 만나게 되어 일곱 왕에게 생전에 지은 업(業)에 대해서 일일이 조사를 받게 된다. 


●[첫 주]: 저승의 다리를 건너 진광(秦廣)왕을 만나게 된다. 

●[둘째 주]: 저승의 강을 건너 초강(初江)왕 앞에 결박된 채 끌려가 심문을 받는다.

●[셋째 주]: 멀고 험한 저승의 행로가 나오며 송제(宋帝)왕을 만나게 된다. 

●[넷째 주]: 죽은 이가 칼을 쓰고서 오관(五官)왕 앞에 끌려와 생전에 지은 죄업의 경중을 저울로 재어본다. 

●[다섯째 주]: 죽은 이가 염마(閻魔)왕 앞에 끌려와 업경대(業鏡臺: 생전의 업을 비춰보는 거울)에 생전의 일을 비추어 본다.

●[여섯째 주]: 죽은 이가 변성(變成)왕 앞에 끌려와 문책 당한다. 

●[일곱째 주]: 죽은 이의 중음신(中陰身)이 태산(泰山)왕 앞에서 과보에 따라 다시 생을 받게 된다.

●[100일] 죽어 100일이 지나면 평등(平等)왕 앞에서 형벌을 받는다. 

●[1년] 죽은 이가 1년이 지나서 도시(都市)왕 앞에서 고통당한다.

●[3년] 죽은 이가 3년이 지나서 칼을 쓴 채 전륜(五道)왕 앞에 등장한다. 


각 일주일이 지날 때마다 초칠일재(初七日齋)ㆍ삼칠일재ㆍ사칠일재…………라고 하며 사자(死者)의 살아있는 가족들은 그때마다 천도재(薦度齋)를 지내는데 일곱째 7일 날 드리는 천도제가 49재(四十九齋)이다. 


※설마달다(設摩達多)라는 소승 학자는 중유(中有)가 49일이라고 주장했는데 이것이 가장 널리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때의 영혼을 유주고혼(有主孤魂)이라한다. 우주 공간에는 자손이 없거나 자손이 있어도 사망 일자를 모르는 영혼들이 얼마든지 있는데 이런 영혼을 무주고혼(無主孤魂)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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