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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무경 Apr 08. 2024

우열의 사회적 평가 기준 [1] 권위

사회적 용질관――우열 평가의 사회적 잣대


        

사회적 용질관――우열 평가의 사회적 잣대      

사회적 잣대 실마리


[1] 권위


사회적 잣대의 뜻     

지금까지는 순전히 자기의 주관적인 자존심에 따라 자기를 평가하는 여러 가지 형태들을 훑어보았다. 그러나 인간의 제시 본성이란 이런 자화자찬으로 만족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제시 본성은 남의 의식 속에 자기의 우월성을 심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남의 평가다.   

             

그리고 남의 평가란 사회 가치관에 입각한 평가다. 그리고 사회적 가치관은 절대적인 정확성이나 필연성에서는 모자란 점이 많으나 대체로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측면에 장점이 있어서 사회인들의 우열을 재는 매우 중요한 잣대로 작용한다. 이런 평가관에는 무엇이 있을까? 살펴보자     

.           

권위 

①권위의 뜻     

일정한 분야에서 정신적 기능의 역할이 남보다 높고 많아서 타당성이 높아 사회적으로 남들을 압도할 만한 믿음을 인정받고 따라서 영향력이 크다는 뜻.         


자기 스스로 사상(事象)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적다. 교육이 보편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현대와 비교해 보면 옛사람들이 알고 있었던 지식은 현재의 구우일모(九牛一毛)에 지나지 않았던 것으로서 옛날에 전문가들만이 알고 있던 지식이 현대에는 상식이 될 정도로 현대인들은 옛사람들에 견주면 매우 박학다식해졌다.     

           

이처럼 지적 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어 있어 아무리 유식한 사람이라도 자기의 전문 분야 이외의 내용에 대해서는 거의 진위(眞僞)ㆍ정부(正否)의 판단을 내릴 수가 없게 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래서 한 분야의 문외한들은 그 분야의 진위ㆍ우열 등의 평가를, 그 분야의 전문가 ┈아니 자기의 전문 분야 라고 해서 자신 있는 판정을 내릴 형편이 못 되는 것이 오늘의 실상이다.┈ 의 판정에 따라서 내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특정한 분야에서 성공률 높은 연구의 업적을 쌓거나 그 분야에서 오랫동안의 관찰과 연구 등으로 많은 경험┈경험은 지식을 얻는 중요한 방법인 귀납의 원천이며 지름길이다.┈ 을 쌓은 전문가들의 의견은 문외한들에게는 참{진(眞)}, 그 자체로 여겨지고 이에 따라서 그들의 의견은〘용재〙의 평가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용재의 평가에서 그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중시하는 이러한 판정의 기준을 우리는 [권위]라고 부른다.          


제기된 문제의 사실 판단이나 가치평가에 의문이나 시비가 있을 때, 시비의 당사자는 그들의 대립된 주장을 어떤 방식으로 조정하는가? 사실 내용이 어떠하거나에 불구하고 그 가치를 판정하는 것은 인식 능력이고 타당한 인식적 결론을 우리는 진리, 또는 사실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진리의 정당한 판단의 근거는 객관적 사실에 있는 것이지 어떤 신비한 인물의 견해 자체에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초들 가치조차 없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일반 대중 또는 권위주의자들은 객관적 사실에 따라서 진위를 판단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성격적으로도 권위에 맹목적 순종형이기 때문에 판정을 권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진리도 권위 있는 평가자가 부정하면 허위가 되며, 허위도 권위자가 인정하면 진리로 둔갑해서 행세하게 된다. 그러면 권위는 어떠한 조건에서 형성되는가?        


우리가 한 마디로 권위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권위를 형성하는 근거는 매우 다양하다.      


②권위의 사례     

그 하나의 예로 우리는 [다수의 권위]를 들 수 있다. 다수의 권위란 많은 사람이 지지하는 것을 타당한 것, 또는 우월한 것으로 단정하고 이에 승복하려는 태도에서 발생하는 권위를 말한다. 양(量)이 모여 질(質)이 되는 것이 아니지만 ┈그렇게 믿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힘을 중시하는 대중들은 다수인들의 막대한 힘에 대해 거역할 수 없는 중압감을 느끼고 이에 휩쓸려 동화되거나 지지하려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태도가 하나의 용질 평가의 근거인 권위로써 행세하게 된다.     


또〘맞잡이〙들에 대한 평가는 누구나 다 1인 1점이다. 따라서 질이 다 같은 바에야 양의 다수가 타당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그들 수용자가 많은 것이 적은 것보다야 제시 본성에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신비(神秘)의 권위]라는 이름이 적합할지는 모르겠지만, 근원을 헤아리기 어려운 오래된 사상(思想)이나 자신의 능력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신비한 사상(事象)ㆍ인물ㆍ지식 등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경외심을 품고 있으며 그러한 권위에 압도당하는 일이 많다.    

            

심지어는 고색창연한 복식이나 제도, 유품 등에 대해서까지 신비감을 품고 숙연해진다. 사람의 운수를 점쳐 알 수 있다고 주장하는 명리(命理) 철학관(哲學館) 운영자들이 흔히 옛날 고관들이 입던 옷을 입고 손님들을 맞는 것은 이렇게 함으로써 고객들에게 신비감을 주어 자신의 점괘가 맞는다는 점을 세뇌시키기 위해서이다.     

 이처럼 신비해 보이는 전적(典籍)ㆍ전설화한 인물ㆍ오묘해 보이는 지혜 등이나 이에서 유래하는 사상들은 우열 판정의 중요한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③고전과 최신의 권위     

위의 경우처럼 오래 전해 내려오는 고전의 권위가 있는가 하면 이와는 전혀 상반되면서도 역시 권위를 지니는 것은 [최신]이라는 개념이다. 더구나 소위 진리의 타당성에 지표로 인정되는 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최신에 얻어진 과학적 업적은 그 진리성이 입증되었다고 믿어지며 덩달아 현대에 나오는 모든 것들은 그것이 최신의 사물이라는 이유로 막강한 권위가 인정된다.      


학위와 칭호 및 명성의 권위     

[박사] • [석좌교수] • [노벨상 수상자] • [유명 대학 교수] • [대회 • 경연의 우승자] • [전문가] 등은 권위자들이다. 이들은 특정한 방면에 관한 경험이 많고 또 깊이 연구한 사람들이어서 그들이 사실이라거나 맞다고 하면 믿음이 간다.     

           

그들이 항상 100% 틀림없는 것은 아니지만, 타당성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회의 가치관을 알려주는 선지자인 동시에 교사이며 우열 평가의 최고 기준이 되는 궁극적 가치와 대중을 연결해 주는 시렁 다리{가교(架橋)} 역할까지 해준다.         


[공학적 기술]은 현세기에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여 얼마 전에는 인간의 공상에 불과하던 착상들이 기적처럼 현실화되었다. 전광석화 같은 공학적 기술의 기능에 관한 기적을 목도한 현대인들은 현대문명에 대한 무한한 신뢰감에 젖어 있어서 [현대적[ 또는 [초현대적]이라는 개념을 전지전능ㆍ무소불위의 대명사로 알고 있다.                

그래서 어떤 사물에, 그 사물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더라도 [현대]ㆍ[초현대]ㆍ[최신] ㆍ[발명특허 제품] 등의 수식어만 붙이면 거기에서 권위와 우월을 느낀다.         


특히 [과학(科學)]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거의 절대적인 권위를 느끼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과학이라는 말만 붙어 있으면 거기에서 [신적]인 권위를 느끼는 과학만능주의적 권위주의자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 안에서의 지위나 재화, 영향력 등이 막강한 개인ㆍ단체 및 기관은 그 사회 구성원들을 위압하는 막강한 권위자들이다. 사회의 여러 분야, 예컨대 정치계ㆍ경제계ㆍ예술계ㆍ학계ㆍ종교계ㆍ언론계 등등에는 일거수일투족이 그 영역의 전범(典範)이 되고 우월의 척도가 되는 [그 분야의 권위자]들이 있다.      

          

권위를 지니지 못한 사람이라면 그가 만약에 세계적인 위업을 이룩해 놓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인정받는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울 것임에 틀림없다. 


그가 만약 무학자라면 세상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하버드 석좌교수도 못한 일을 네가 감히 어떻게 한단 말이냐?


그가 만약에 후진국의 인물이라면 수용자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선진국에서도 이룩하지 못한 일을 후진국 인이 성취시켰을 리가 없다.”라고.          


그가 만약 흑인이라면 수용자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백인도 못한 일을 흑인이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그가 만약 여자라면 수용자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남자도 못한 일을 여자가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사상(事象)의 평가에 관한 권위의 위력은 조선조에서도 마찬가지였으니 성리학의 교조인 주자의 언설과 상치되는 이론이 출현하면 [사문난적(斯文亂賊)]의 낙인이 찍혀 매도되지 않았던가.     


◉프로이트는 지금은 20세기 제일의 사상가의 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이지만 그의 주저인 ❰꿈의 해석❱이 발표된 1900년 당시에 그를 지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학설은 니체가 ❰비극의 탄생❱을 발표했을 때 그랬듯이* 냉소의 대상이었다.                

*니체는 “이런 것을 쓴 자는 학문적으로 이미 죽은 것과 마찬가지다”라는 평을 받았다.《비극의 탄생》 박준택 역. 박영사 〔박영 문고〕 (76). 1987. 265p. 해설 중에서 인용.       


어떤 사람이 그의 책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고 한다.      

“이 책은 이전에는 정식으로 학문적 훈련을 받고 있었으나 현재는 그러한 능력을 잃어버린 어느 의학도에 의해서 쓰인 것이다.*” *《프로이트의 심리학》. 라켈·버이커 저 이경준 역. 학문과 사상사 간. 1983(4판). 127p. 

                    

30년 뒤 프로이트가 세계의 심리학계를 풍미하는 대사상가로 존숭되었을 때인 75세 탄생 기념일을 기해 마련된 공개 회합에서, 이전에는 프로이트를 정신 이상자에 불과하다고 규탄했던 야우레크(J. W. Jauregg: 1927년 노벨 의학·생리학상 수상자) 교수 등은 “적대자에 의해서 승인받는다는 것은 지지자로부터 듣는 상찬보다도 더 큰 가치가 있다.”고 말함으로써 프로이트의 명예를 인정했다고 한다.*

               

*❰프로이트의 심리학❱.라켈 · 버이커 저 이경준 역. 학문과 사상사 간. 1983(4판). 188p.  

                  

필자는 여기서 프로이트의 이론이 권위를 인정받았기 때문에 타당하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프로이트의 우월을 인정한 것이 그 이론의 타당성을 이해했기 때문인가의 여부도 알지 못한다. 여기서 지적하려는 것은 다만 프로이트의 명성이 가져온 권위적인 위세 때문에라도 그들은 프로이트를 부인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이다.         

       

대중은 거의 동격자들이기 때문에 다 같이 1인 1표의 권위를 지니지만 대수롭지 않은 권위라 하더라도 권위는 일반 대중보다는 늘 더 중요시되는 것이 세상의 평가관이다.        


특히 화제가 된 사건은 화제 중심인물의 제시 자체의 성공? 일 뿐만이 아니라 관심을 끌어 거의 우월한 평가를 받기 쉬운 상태를 조성한다. 권위는 이처럼 언제나 개인의 우열을 판정할 때 대단히 큰 힘을 발휘하는 사회적 평가 규준이며 그 점에서는 세속적인 인간들에게는 진리 자체보다도 더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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