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치, 드셔보셨나요?

먹을 순 있더라고요.

by 펠릭스

세상에는 2가지 종류의 음식이 있다고 합니다. 먹을 수 있는 음식과 먹을 수 없는 음식. 그중 여치는 먹을 수 있는 음식에 속합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제가 먹어봤으니, 믿고 드셔도 됩니다.



어린 시절 살던 집 옆에 큰 논이 하나 있었습니다. 가끔 황색 소가 서 있기도 했지만, 대부분 빈 공터였죠.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크고! 넓고! 뛸 수 있는 곳! 이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나 봅니다. 이곳은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아지트였고, 대부분의 사건 사고의 중심지였습니다.


image.png 저작권 프리 이미지 찾기가 어렵네요. 코뚜레가 있던 소였고 안 닮았지만, 아무튼.


아이들무리에서 나이가 좀 있는, 일명 '형아' 들은 아이들 무리의 대장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할 놀이를 정하고, 규칙을 알려주며, 또 같이 뛰어놀아주는 고맙고도 든든한 존재였죠. 그래서 늘 '형아' 주위에는 아이들이 있었고, 저란 아이도 거기에 있었습니다.


그 논은 안 쓴 지 오래된 듯, 황폐한 느낌의 논이었습니다. 바퀴 빠진 추레라가 논 한구석에 쓰러져 있었거든요.


image.png 인터넷에서 저작권 프리로 찾은 경운기. 저 뒤쪽 트레일러가 부서진 채 쓰러져 있었어요.


어느 날, 형 한 명이 라이터를 가지고 왔습니다.


이 시기에 라이터는 금기의 물건이었습니다. 라이터를 들고 있다? 너 담배 피우지?로 이어졌기 때문에, 라이터를 들고 있으면 200% 확률로 부모님께 혼이 나는 금기의 물건이었죠.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지금부터 하는 모든 일들은 비밀이어야 함을 알고 있었습니다.


라이터를 든 형은 조용히 우리에게 비밀 이야기를 합니다.



"이걸로 여치 구워 먹자!"



이 얼마나 금기스러운 일인가. 라이터로 여치를 구워 먹자고 합니다. 아이들은 신이 나 와! 소리를 지릅니다. 당연하지만 저 아이들엔 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몇 명의 아이는 여치를 잡으러 뛰어다니고, 몇 명의 아이는 마른 짚을 모아서 가지고 옵니다. 모아 온 여치 몇 마리는 버려진 추레라 위에 올려두고, 몇 마리는 직화 구이를 위해 형이 가져갑니다. 잠시 뒤, 형은 주위 아이들에게 구워진 여치를 나눠줍니다. 다리가 맛있다며 저에게 다리 하나를 줍니다. 그렇게 여치를 처음으로 먹어봤습니다.


맛은 전혀 기억나지 않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맛있었던 거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 형이 "닭다리 맛 같지?"라고 물었고, "응!"이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닭다리 맛이 난다"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런 맛이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네요.


꼬맹이들이 하는 일은 늘 서투릅니다. 아이들이 열심히 모아 온 여치는 이미 다 도망갔고, 모아 온 마른 짚은 쓸데가 없어서 결국 버려집니다. 결국 여치 한 마리만 여러 아이들이 나눠먹고 시식회는 끝. 그 뒤는 자연스럽게 잡기 놀이나 숨바꼭질로 이어지다 부모님의 호출로 하루가 끝납니다.






- 저는 입이 무거운 편입니다. 그래서 비밀이라고 하면 비밀을 잘 지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저 사실을 제가 좀 더 크고 나서야 알게 되셨답니다. 어머니는 메뚜기를 드셨었다고.

- 초록색길쭉한 날개를 지닌 곤충으로 기억해서 찾아보니, 비슷한 사진들이 나오네요. 근데 벌레 사진이라서 차마 첨부는 못하겠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 중 "Do you like ~~~~?"로 시작하는 노래가 있습니다.



Do you like broccoli?

Yes, i do. yes, i do.

Do you like ice cream?

Yes, i do. yes, i do.

Do you like broccoli ice cream?
No, I don't, yucky!



앞부분 가사가 이런데, 아이가 이 노래로 장난치는 걸 좋아합니다. 여느 때처럼 장난치며 노래를 부르며 아빠를 놀리려고 가사를 바꿉니다.



Do you like ice cream?

yes, i do~

Do you like 벌레?

yes, i do~~

벌렌데??



훗, 아빠의 무용담을 들려줄 때가 되었습니다. 벌레도 먹을 수 있다!! 번데기도 맛있고, 여치도 맛있다! 아빠는 어렸을 적에 여치를 먹은 적이 있다!!! 라며 아이에게 무용담을 펼칩니다. 흥미로워하며 신기해할 줄 알았지만, 아이는 엄마와 똑같은 반응을 보여줍니다.



"으웩. 아빠 저리 가."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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