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가는 날

그렇게 성장합니다.

by 펠릭스

제가 시골에 살았을 때, 어머니께서는 한 달에 한번 저를 데리고 시장을 갔었습니다. 5일장에 간다고 그러셨던 거 같은데,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야 했습니다. 당시 시장은 아이의 흥미대상이 되지 않아서 인지, 제 기억에 시장의 이미지는 전혀 남아 있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이미지는 그물에 담겨 있는 개구리들이 전부네요. 개구리인지 황소개구리인지 두꺼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광경이 너무 인상 깊어서 그것만 딱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image.png 인터넷 무료 이미지로 찾은 시장. 이런 느낌은 아녔지만, 뭐.



아이들은 시장에 가면 할 게 없습니다. 어머니는 살 것들을 적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시며 물건을 사기 바쁘시지만, 아이는 할 게 없어서 심심해서 바쁩니다. 저 또한 시장에서 매우 심심했었던 듯하고, 칭얼칭얼 거리며 어머니께 반항을 했던 모양입니다.


미리 변명을 하자면, 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제가 칭얼칭얼 거리며 따라오다가 장난감 가게 앞에서 딱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고 하시는데, 전 정말 기억이 없습니다. 그 앞에서 고집부리며 실랑이를 한참을 하다 어머니께서 화가 나셔서 "하루 종일 장난감만 구경해라!!"라고 하시며 가버리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겁주듯 가시다 뒤를 돌아봤는데.... 제가, 없어졌다네요?



image.png 인터넷에서 찾은 대구 서문 시장의 모습. 요런 느낌이었던 거 같기도 한데!



눈 깜짝할 사이에 제가 사라지고 소소한 다툼은 큰 사건이 되어버립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전 기억에 없습니다. 어머니는 한참을 저를 찾으셨고, 30분? 1시간? 정도 뒤에 시장 입구 쪽에서 울고 있는 저를 다른 분들이 찾아 주셔서 어머니와 극적으로 만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시장 한복판에서 서로 끌어안고 한참을 우셨다고.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요? 같은 사건이 한번 더 일어납니다. 또 어머니와 시장을 갔고, 또 잠시 눈을 돌린 사이에 제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또 큰일이 나서 어머니는 우왕좌왕하며 시장을 뛰어다니셨는데, 누군가 "아이 한 명이 버스 타고 어딘가로 가더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설마... 하고 집으로 돌아왔더니, 세상에나. 진짜 제가 혼자 집에 와서 놀고 있었다네요?



"집에 어떻게 왔어???"



하고 물어보니,



"버스"



라며 시크하게 대답했다고...

당시 초등학교도 가기 전이여서 어떻게 혼자 버스 타고 왔는지 신기해하셨다고 하네요.






- 기억력이 나빠서인지 저는 저 당시의 기억은 없습니다. 기억나는 건 엄마가 보고 싶다는 기분과 울었던 기억뿐이네요.

- 이 외에도 저를 잃어버린 적이 더 있는데, 그때마다 신기하게 어떻게든 찾아왔다고 합니다. 길을 잘 기억하는 편인데, 이때의 영향은 아닐지...!?






아빠 할머니와 함께 식사를 하는 날이면, 아빠 아이 때 이야기가 한 번씩 나오곤 합니다. 아이는 그런 이야기가 신기한 듯 사건의 흐름을 자주 묻곤 합니다.



"아빠 아이 때 시장에서 잃어버려서 큰일 날 뻔한 적이 있어~"

"그래서 어떻게 됐어?"

"음, 다시 할머니랑 만났지?"

"그리고 어떻게 됐어?"

"음, 그리고 잘 만나서 지금 아빠가 되었지?"

"왜 잃어버렸어?"

"아, 장난감 가게 구경한다고 아빠가 안 움직였데."

"아~~ 왜 그랬어?"

"음........... 그러게...."



취조... 당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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