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빨라요.
저는 강아지와 고양이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무조건 강아지일 정도로 강아지를 좋아합니다. 주인을 보면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는, 기쁨을 숨기지 않는 그 모습. 그 모습이 너무 좋습니다. 하지만 강아지가 항상 이런 모습만 보여주는 건 아닙니다. 강아지도 여러 모습을 가지고 있죠.
시골에 살던 때. 옆집인지 아니면 그 옆집인지 모르겠지만, 근처에 사는 형 한 명이 개를 한 마리 끌고 왔습니다. 4~5살 기준 허리정도까지 오는 크기였으니, 아주 큰 개는 아녔던 듯싶습니다. 동네 꼬마 몇 명이 그 형을 졸졸 따라다니며 강아지가 귀엽다며 관심을 표합니다. 물론, 저도 있었고요.
왜 데리고 왔는지는 기억에 없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그 형이 강아지 자랑을 했던 거 같은데, 중요하진 않았던 듯합니다. 아무튼 그 형은 강아지를 데리고 동네를 산책하며 걸었고, 꼬마들도 함께 동네를 걸었습니다.
범인이 저였는지, 아니면 그냥 목격자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꼬마 한 명이 그 형에게 '나도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사건이 시작됩니다. 그 형은 알겠다며 잡고 있던 목줄을 꼬마에게 건네주던 바로 그 순간,
강아지는 엄청난 속도로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거기에 있던 아이들은 모두 깜짝 놀라며 당황하고 있었는데, "잡아!!!!!!"라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다들 강아지를 쫓기 시작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동네를 2바퀴 정도 돌았던 거 같습니다. 아이들이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강아지를 따라잡기는 무리였죠. 정말, 정말 정말 빨랐습니다.
결국 강아지는 잡지 못했습니다. 그 뒤, 시간이 늦어져 저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고 이후의 자세한 행방은 전해 듣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어린 시절, 강아지는 엄청 빠르다! 는 사실과 목줄을 놓으면 안 된다는 걸 배웠습니다.
퇴사한 회사가 도보로 15분 내외인 곳이다 보니 가끔 근처로 놀러 가 전 직장 동료분과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이후의 회사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재밌다 보니 "역시~!", "그럴 줄 알았다!!" 같은 이야기들을 하며 산책을 하던 때. 저 멀리서 큰 소리가 납니다.
무슨 소리인지 쳐다보니, 견주분이 목줄을 놓치셨는지 개가 뛰어가고 주인이 쫓아가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너무 먼 거리여서 도와드릴 수 없었는데, 해당 장면을 보니 이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전 직장 동료분은 개를 키우고 계시다 보니 목줄을 놓으면 정말 위험하다며, 자신도 같은 경험이 있음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나중에는 견주분이 개의 목줄을 다시 잡고 걸어가고 계시더라고요. 다행이었네요.
아이도 강아지를 참 좋아합니다. 저와 달리 고양이를 더 좋아하긴 하지만, 길에서 강아지를 보면 꼭 "안녕!" 하고 인사할 정도로 좋아합니다. 하지만 겁쟁이여서 다가가서 만지지는 못합니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길, 지나가는 강아지를 보며 인사하는 아이에게 강아지는 엄청 빠르다고 이야기해 준 적이 있습니다. 역시나 이 이야기도 살짝 해줬죠. 아이는 흥미롭게 듣는 듯하다, 곧 아빠에게 소리칩니다.
"누가 더 빨리 집에 가는지 대결이다!! 시작!!"
아마 달렸단 이야기만 골라 들은 듯합니다. 무릎 아픈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