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각인된 기억이니, 효과 만점이었던 듯하네요.
PVC 파이프를 아시나요?
회색으로 된 둥글고 긴 원통형으로 된 아주 튼튼한 친구랍니다. 물길을 만들 때 주로 쓰는데, 가끔은 사람을 때릴 때 쓸 수 있답니다. 저희 어머니처럼요.
몇 살 때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5살? 6살? 그쯤에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저는 진해시 웅천면에서 살았습니다. 시골에 있는 작은 마을이었는데, 30분만 걸으면 온 마을을 구경할 수 있는 크기의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5~6살쯤 되는 아이는 궁금한 게 많고 재잘거리길 좋아하는 듯합니다. 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이때의 저도 그랬던 듯합니다.
당시 살았던 곳은 건물이 2채, 그리고 그 사이에 화장실이 하나 있는 구조의 집이었습니다. 가운데는 마당이 있고, 마당 한편에 자재더미가 쌓여 있는 그런 곳이었죠. 저희가 살던 건물 건너편은 주인집 건물이었습니다. 그리고 주인집에는 당시 고등학생이던 형이 한 명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집에 계셨고, 늦은 시간도 아니었던 거 같으니 아마 일요일이었던 듯싶네요. 저는 기억나지 않지만(가해자의 변명), 제가 옆집 형을 그렇게도 못살게 굴었다고 합니다. 집에서 공부하고 있는 애 옆에서 계속 종알종알거리고, 같이 놀자며 괴롭혔다고 하네요.
어머니께서는 '형을 방해하지 말아라'며 저를 떼어놓으셨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참 집요합니다. 어찌 이리도 집요한지 잠시 있다가 가고. 또 끌려온 뒤 잠시 있다가 또또 가고... 그러다 결국 어머니는 폭발합니다.
어머니께서는 큰소리로 저를 부르시곤, 회초리를 찾으셨습니다. 아마 튼튼한 회초리를 찾으셨던 모양인데, 하필이면 마당에 크고 길쭉한 게 있네요.
너무 맞아서 기억을 잃은 게 아니라면 파이프로 직접 맞은 기억은 없습니다. 커다란 파이프를 양손으로 번쩍 들어서 "이리 안 와!!!" 라며 소리치시던 모습, 딱 하나만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 뒤로는 어머니 말을 잘 들었던 거 같습니다. 적어도 이 일 이후로 남을 괴롭혀서 혼나본 일은 없습니다. 교육 효과는 확실하게 있었던 듯하네요. 잘못하면 혼나야죠. 암.
- 제 기억에는 쇠 파이프였고, 엄청 큰 파이프를 온몸으로 끌어안고 들어 올리던 모습이 기억에 있었는데, 실제로는 작은 파이프를 한 손에 드셨던 듯합니다. 분명 집채만 했는데...
- 무서웠던 기억만 있었는데, 어머니와 이야기해보고 나서야 앞집 형을 괴롭혔다는 걸 알게 되었네요. 시험 준비 중인 형이었다고. 혼날만했네요.
아이가 말을 안 듣고 장난치던 어느 날, 아이에게 이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아빠 아이 때 이렇게 말 안 들으면 할머니가 커다란 파이프로 혼냈었어!!"
"할머니가?"
"응! 엄청 큰 파이프로 혼냈었어!"
"아...."
아빠 할머니는 아이에게 무척 친절하니, 아이에겐 상상이 되지 않는 듯했습니다.
"아빠는 혼났었데요~ 혼났었데요~~"
.....아무 효과가 없는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