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친해졌어요!

그럼에도 아빠는 엑스!

by 펠릭스

드디어 길고 긴 격리 방학이 끝났다! 아이의 눈은 원상태로 돌아왔고, 이제 일상으로 걸어갈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엄마와 아빠는 다 낫지 않은 거 같지만.... 다행히 거울을 통해 눈을 보면, 빨갛지는 않다. 대신 기이하게도 쌍꺼풀이 생겼다.... 쌍꺼풀 없었는데....?




오랜만에 유치원에 다녀온 아이는 꽤 지쳐 보였다. "잠와...." 라며 눈을 감고 집까지 걸어올 정도였다. 평소보다 좀 피곤했던 모양이다. 격리 기간 동안 엄마 아빠와 놀 때는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했는데, 유치원에선 원하는 걸 다 하진 못했을 테니. 그래도 기특하다.


격리 기간 동안 아빠와 아이는 꽤 친해졌다. 새삼 가족은 가까이에 있어야 함을 느낀다. 아이가 아빠에게 좋아한단 말을 해주고, 이전보다 X(엑스)라는 말을 적게 한다. 아, X(엑스)는 거절이나 싫음을 표현하는 아이의 제스쳐 중 하나다. 손을 크게 X자로 교차하고 "엑스!"하고 크게 외치며 거부한다. "아빠 안아 줘!" 하면 "아빠 엑스!!" 하며 "엄마만 안을 거야~~" 하는 식이다. 아빠랑도 안자고, 아빠 팔베개도 안 했다. 적다 보니 서러워진다....


이런 아이의 입에서 "아빠 엑스"가 나오는 빈도가 급격하게 줄었다. 아빠랑 논다는 소리도 하고, 아빠랑 잔다는 소리도 했다! 엄청난 변화다. 기쁘다. 새삼 기쁘다.


일을 쉰 지 3개월. 이제는 뭔가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시간이 되었다. 다시 일을 하든, 아니면 뭔가 수익을 내든. 문제는 지금 있는 이곳에서 내가 일을 하기가 쉽지가 않다는 것. 이동이 필요하다. 가족 모두가 가기는 어려울 거 같은데, 어떻게 하지.... 넌지시 아이에게 물어봤다.


"아빠, 멀리가야 될 수도 있는데 괜찮아?"

"매일매일?"

"응~ 매일매일."

"힝~~ 싫은데..."


다행히 싫다고 한다. 내심 기쁘다. 그리고 한편으론 슬펐다... 선택지가 많지 않으니. 일단은 해볼 수 있는 것들을 더 해보기로 하고, 이번 달을 바삐 움직여 보기로 했다.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해보자.




우리 집은 매일 잠들기 전에도 시끄럽다. 불이 꺼져도 엄마 아빠에게 장난을 치고 이것저것 놀다가 잠이 들어서다. 그런데 그 시간이 재밌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야 일어날 수 있지만, 즐겁다. 조금 더 노력해보자.


"이제 아빠 좋아?"

"응~"

"그럼, 아빠 안아줘!"

"히히히, 아빠 엑스!!"


20250903_112923.jpg 유치원에서 그려온 가족 그림. 엄마 머리 위엔 하트가, 아빠 머리 위에 X가 있다. 하지만 아이 양손에는 엄마, 아빠 모두에게 하트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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