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할아버지가 좋아!

진심으로 좋아!

by 펠릭스


신기하게 아이는 엄마 할아버지를 엄청 좋아한다. 엄마보다 엄마 할아버지가 더 좋다고 할 정도다. 그리고 엄마 할아버지를 만나면, 정말 사랑에 빠진 사람의 눈으로 변한다. 미소를 머금고, 쑥스러운듯 할아버지 옆에 있는다. 엄마 할아버지 옆이면, 엄마 아빠는 없어도 된다.




양가 부모님은 우리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계신다. 아빠 할머니는 걸어서 5분,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는 걸어서 10분. 그래서 아이는 아기 때부터 양가 부모님과 함께해 왔다. 그래서 양가에 놀러가는게 놀이터 가는 것 마냥 편해한다. 유치원에 다녀오고 "엄마 할아버지 집에 갈래!!" 라고 하는 날이 종종 있다. 삐져서 엄마 아빠랑 안 논다는 날은 엄마 할아버지 집에 갈 꺼야! 라고 한다.


예전에 아이에게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가 좋아?" 하고 물어본 적이 있다. 아이는 짧게 대답했고, 예상하지 못한 대답에 놀랐다.


할머니, 할아버지 좋아!
틀린 말도 고쳐주고 해서 좋아.


아이는 말이 좀 느렸다. 미디어를 마구 노출한 부모 탓일 거다.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자주 틀린 말을 고쳐주셨었다. 아이가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아이는 그것도 좋다고 말해주었다. 여러 의미로 아이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그리고 참 대견스러웠다. 아이는 정말로 할머니, 할아버지를 좋아하는구나. 그렇게 느낄 수 있었다.




가족 모두의 눈이 하얘진 오랜만의 주말.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와 만날 약속을 잡았다. 아이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고, 엄마 아빠가 잠든 척을 한 사이에 몰래 방을 빠져나가 무언가를 하고 왔다. 다음날, 아이에게 뭘 했는지 물어봤다. 가방을 쌌단다. 오늘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 놀러 가야 되니깐. 가방에는 장난감 음식과 장난감 조리 기구가 들어있었다. 맛있는 걸 해드릴 거란다.


아이는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를 정말 좋아한다. 그리고 아이 덕분에 늘 따뜻해진다.


SE-b9cd327f-b253-402d-8c8b-17f0db9f1577.jpg 눈이 아프기 전,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 가기 전날 그렸던 그림.




...할아버지 할머니는 식당에서 만나서 식사하고 집으로 모셨다. 그래서 가방을 풀지는 못했지만.... 다른 장난감들을 마구 보여드렸으니 만족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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