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무서워라 해골바가지!
즐거운 명절. 우리 가족은 먼 곳에 가지 않는다. 아니, 갈 필요가 없다. 인근에 양가 모두 있으니 멀리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아빠 할머니 집은 걸어서 5분. 조금 걷다가 건널목 하나 건너고 골목길로 가면 끝이다. 엄마 할아버지 집은 걸어서 10분. 아빠 할머니 집에서 5분 정도 더 가면 끝이다. 이러니, 아이는 양가 부모님을 모두 좋아한다. 유치원 마치고 '놀이터'가 아닌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 갈래!!' 란 말이 나오는 수준이니.
요즘 아이는 전자 메모 패드를 들고 다닌다. 이전에는 스마트폰을 많이 봤는데, 최근 아이 눈에 이상이 확인돼 스마트 폰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그래서 대체제로 선택한 게 전자 메모 패드. 그림 그리고 설명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에게 최고의 기기다.
추석 당일, 아빠 할머니와 식사하고 커피를 마시러 갔다. 당연하게 아이의 전자 메모 패드도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아이가 그림을 그리며 보여줬다. 해골 그림. 이제 어른들이 신나는 시간이다.
"아침 먹고 땡! 점심 먹고 땡! 창문을 열어보니 비가 오네요~ 옥상에 올라가니 지렁이 세 마리! 아이고, 무서워라 해골바가지!"
이런 노래로 해골을 그리곤 했었다. 아빠 할머니가 저 노래를 떠올리시곤, 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도 기억났다. 어른들은 신이나 노래를 부르며 그림을 그렸다. 아이는 재밌는지 '더 해줘!'를 외친다. 따라 그려보기도 하다가 이내 자기 그림으로 해골을 그리며 논다.
몹시 신기한 광경. 엄마가 나에게 알려줬던 걸 내가 기억하고, 그 기억을 다시 아이에게 전해주었다. 사소하지만 삼대에 걸친 추억의 공유와 전파. 엄청 사소한 이야기이고 기억이지만, 즐거운 기분과 기억이 또 하나의 추억으로 기억될 듯하다. 그리고 나는 추억으로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