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좋은 날이네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를 키우고 계신 부모님들이라면, 12월 말과 1월 초가 어떤 날인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방학'이라는 무시무시한, 아주 무시무시한 친구가 기다리는 날이거든요.
저희 아이도 12월 31일부터 일주일간 방학을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아이 방학이 시작되기 전부터 방학 때 어떻게 보낼지를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1월 1일부터 4일까지, 캠핑장에 가자!! 가능하면, 눈을 볼 수 있는 곳으로!'라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지금, 저희는 캠핑장에 와 있습니다.
저희는 부산에 살고 있습니다. 눈이라는 단어는 오직 얼굴에 붙어있는 2개의 동그란 거 외에는 구경하기 힘든 그런 곳입니다. 심지어 부산은 눈이 오면 교통이 마비되는 동네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저는 부산의 산 중턱에 있는 곳에서 살았던 적이 있는데, 마침 그때 부산에 기록적인 눈이 온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집에서 밖으로 나갈 수 없었습니다. 버스가 산길을 달릴 수 없어서 운행을 못했거든요.
그래서 저희 아이는 눈을 실제로 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 있어도 짧게 흩날리는 눈 정도가 전부일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꼭! 눈을 보여주자!! 란 목표로 캠핑장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잡은 캠핑장은...! 눈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함양군에 있는 캠핑장 담청. 부산보단 확률이 높지만, 눈이 올 확률이 높지 않은 캠핑장을 골랐습니다.
이 캠핑장은 가을쯤 한번 왔었던 곳입니다. 그때는 눈병으로 물놀이를 못 한 아이를 위해 왔었던 곳인데, 생각보다 좋았어서 다시 찾았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눈이 올지도 모른다... 는 희망으로 강행했지만, 날씨 예보를 보니 맑기만 하네요.
캠핑장에서 이틀째, 오늘은 대전에 다녀왔습니다. 함양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거리긴 하지만, 아이가 놀거리가 많아 보여서 결정. 국립 중앙 과학관이라는 곳이 있어서 이곳을 1차 목표, 그리고 성심당이 0차 목표로 설정했죠. 그리고 제 생각 이상으로 대전은 좋은 곳이었습니다.
도로는 매우 넓었고, 과학관은 너무 잘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놀이터를 매우 만족했습니다. 그리고 성심당은 2번이나 들어가 빵을 잔뜩 사 왔습니다. 인과가 하나도 맞지 않지만, 가족들은 모두 저마다의 기준에서 만족스러웠습니다. 계획은 캠핑장에 5시에 도착하는 거였는데, 8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합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2026년 첫눈을 목격했습니다.
부산에서 눈이 온다! 하면 보이는 정도의 눈이 흩날립니다. 손이 닿으면 녹아서 사라지는 환상 같은 눈. 그럼에도 부산 촌사람 둘은 신나서 흥분합니다. 기분이 무척 좋네요. 저는 벌써 새해 복을 좀 받은 거 같으니, 여러분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이는 눈을 보자마자 '눈 사람 만들어야지!!'라고 말합니다. 아이에게 설명을 위해 눈이 녹는 걸 보여주니, 어떻게 하면 눈이 쌓이는지 물어봅니다. 눈이 더 와야 한다고 말하니, 아이는 기도를 합니다. '눈이 많이 오게 해 주세요~!' 하고. 아이의 소원은.... 다른 식으로 이뤄줘야 될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