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이렇게 보낸 건 처음이네요?
백수가 된 지 어느덧 반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작년과는 사뭇 다르게 하루하루가 그려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이의 유치원 방학 기간. 작년에도 동일하게 유치원 방학 기간이 있었지만, 그때는 제가 집에 없었습니다. 일하고 있었거든요. 하루 정도는 연차를 썼지만, 그 외에는 일. 그런데 올해는 온 가족이 함께 있네요.
작년과 재작년, 1월 이맘때 사진들을 훑어봅니다. 하루 연차 쓰고 어디 간 날을 제외하면, 사진이 몇 장 없습니다. 양손을 펼쳐서 손가락을 접으면 딱 접힐 정도만 찍혀 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사진들을 봅니다. 손가락, 발가락을 다 합쳐도 부족하네요. 같은 새해를 보냈지만, 이리도 다르게 보내졌네요. 처음으로 아이의 방학기간을 함께 보낸 해가 되어버렸습니다.
일을 할 때는 항상 일에 파 묻혀서 살았습니다. 우선순위가 가족보다 항상 일이 조금 더 위였죠. 그래서였는지, 아이는 아빠보단 항상 엄마였습니다. 아니, 아빠를 미워했습니다. 아빠 미워란 말을 하곤 했거든요.
반년 동안 아이는 저를 무척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아빠도 장난꾸러기란 걸 알게 되었고, 팬케이크는 엄마보다 아빠가 더 잘 만든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물론 요리는 엄마보다 못 만든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아빠 미워란 말에서 진심이 빠졌습니다.
반년 동안 제 마음도 많이 변했습니다.
일이 우선이던 시기에는 아빠 미워란 말에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일과 동일 선상으로 놓인 해결 해야 될 거리 중 하나였을 뿐이죠.
그리고 이건 일보다 중요도가 낮다고 생각했습니다. 엄마가 있으니까. 크고 나면 괜찮을 거야. 돈 벌어야지. 물론, 정말 이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습니다. 돌아보니 저렇게 생각했던 거나 다름없음을 느꼈습니다.
같은 공간에만 있었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국립수산과학관이라는 곳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일을 한다고 아이와 함께 가지 못했던 곳입니다. 엄마와 삼촌, 그리고 숙모와 사촌들과 함께 이곳에 왔었던 아이. 이곳에 도착하니, 아이가 이곳저곳을 소개해 줍니다. 기쁜 듯이 뛰어다니며 즐거워하는 걸 보니, 뭐든 힘내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너무 속성 코드로 끌려갔습니다.... 하나도 못 봤는데.... 기억에 남는 건 아빠 이리 와!! 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