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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솔 Oct 21. 2021

또다시 입원

응급시술.. 그리고 수술?

전 날 응급실을 다녀오고 복잡해진 머릿속에 한숨도 못 자고 출근을 했던 탓에 컨디션이 바닥으로 떨어져 있어 당일 아침 출근 전까지만 해도 하루 연차를 낼지 말지 고민을 했었다. 나의 결정은 출근이었고 무리를 해서라도 일단 출근은 하고 근무하다가 도저히 못 견딜 것 같으면 그때 연차를 쓰던 반차를 쓰던 해야겠다. 출근을 하고 오전에는 미리 예약했던 1명의 고객과 약 1시간가량의 상담을 마치고 난 뒤 이상하게 오히려 일을 하니까 몸이 더 괜찮아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 끝까지 버틸 수는 있을 것 같다 퇴근하고 바로 집에 가서 자야겠다'라는 다짐과 함께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상담이 들어갔다. 그런 다짐이 무색하게 오후 첫 고객과 상담을 진행하던 도중에 부정맥이 발생했다.



아 진짜 큰일 났다.



처음 드는 생각이었다. 하필 방금 상담을 시작한 컨설턴트 상담시간이 제법 길게 필요한 케이스였다. 나는 애써 표정관리를 했지만 내 머리는 제어할 수 없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당장 빠르게 응급실을 갔어야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에 있는 상담을 중단하고 뛰쳐나갈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이 상담을 빠르게 끝내고 바로 119를 부르자 라는 생각을 하며 상담을 이어갔고 그렇게 해서 약 30-40분 간의 상담을 마치고 바로 실장님이 있는 방으로 찾아갔다. 내가 심장질환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던 실장님은 바로 119를 부르고 나를 따라 같이 구급차에 탑승했다.



그렇게 같은 병원 응급실에 하루도 안돼서 다시 구급차에 실려 들어왔다. 이젠 정말 특별한 동작이나 액션 없이도 부정맥이 재발하는 정도였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까지 갔었다.

그렇게 응급처치를 다시 한번 받았다 똑같이 제세동기로 전기충격을 진행했고 무사히 안정을 되찾은 나에게 응급의학과 선생님이 다가와 보호자의 연락처를 물었다. 그동안 몇 번을 혼자 응급실에 갔어도 보호자 연락처를 물었던 적은 없었는데 알고 보니 상태의 심각성을 알았기 때문에 내가 외래로 진료를 다니고 있는 서울아산병원과 연락을 취해 전원 신청을 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아무래도 10년 가까이 내 병에 대해 관찰해왔고 시술, 근본적 치료는 서울에서 받았기 때문에 해당 병원도, 우리 가족들도, 나 또한 서울에 바로 이동해 하루빨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고 부모님도 바로 병원으로 오셔서 바로 서울 아산병원으로 갈 수 있게 급히 전원 준비를 진행하였다.



그러던 도중 문제가 발생했다.  응급처치를 받고 안정을 되찾은 내가 다시 부정맥이 일어난 것이다. 당시 해당 병원에 심장내과 전문의가 응급실로 내려와 나의 상태를 보고 있었는데 심전도 상에서 다시 부정맥(심실빈맥)이 나오는 것을 보고 이렇게 자주 발생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라며 당황해했다.

다시 전기충격을 진행해 응급처치를 했다. 다행히 충격 한 번에 정상 리듬으로 돌아왔고 급하게 전원 준비를 마친 다음 엄마와 인턴 선생님 그리고 나까지 총 3명이 구급차에 탑승해 서울로 빠르게 이동했다. 이동 중 다행히 별다른 상황은 없었고, 안전하게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했다. 바로 응급실로 들어가 침대를 옮기고 심전도 장치를 달고 누워있었지만 당시 심장리듬도 정상이고 위급상황이 아녔기에 1시간 동안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가져다 주지는 않았다. 그렇게 누워만 있다가 허리가 너무 아파서 자세를 옆으로 돌리는 행위를 취했는데...



선생님 OO 환자 VT(심실빈맥) 왔어요.


심전도 기계에서 위급상황을 알리는 소리가 났고 간호사들이 급하게 달려왔다. 그렇다.. 다시 또 부정맥이 일어난 것이다. 몸에 아주 작은 힘만 들어가도 부정맥이 발생하는 정도였다.

하루에 3번 부정맥이 일어나는 건 정말 매우 극히 드문 경우이다. 급하게 심장내과 전문의가 응급실로 내려왔지만 처음 뵙는 분이었고, 이것저것 나의 상황에 대해 물어봤는데 솔직히 당시 굉장히 불쾌하고 짜증 났었다. 물론 내가 병원으로 이송됐던 시점에는 정상인 상태로 왔었고, 나 말고도 그 큰 병원에 다른 환자는 얼마나 많겠으며, 다른 일정이 바빠 늦어진 것은 충분히 이해하였지만 1시간 넘게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고 누워만 있었는데 응급상황이 발생하고 5분도 되지 않아 내려와서 그제야 처음부터 지금까지 일어난 상황에 대해 물어봤을 때는 말할 기운도 없었고, 신경도 예민해져 기분도 좋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아무튼 나에게 당장 중요한 건 이 부정맥을 멈추는 것이었고 이미 당일에 제세동기를 2번 사용했고 전기충격을 줄 때 깨어있는 상황에서 충격을 주게 되면 통증이 상당하기 때문에 미다졸람(마취제)을 투여하고 충격을 주는데 마취제, 전기충격이 너무 많이 가해지게 되면 몸에 부담을 많이 주기 때문에 약물을 먼저 투여를 해보고 효과가 없을 경우에 다시 전기충격을 주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꽤 많은 부정맥이 발생했지만 약물에 반응을 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약물로 멈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은 약물을 넣고 5분 정도 지나니까 갑자기 극심한 어지러움을 느끼면서 심장리듬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어지러움을 잡아주는 약물까지 투여하니 다행히 금방 안정을 되찾았다.



안정을 되찾고 나는 바로 1인 격리 중환자실로 올라가 입원을 했다. 타 병원 응급실에서 전원을 온 것이기 때문에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격리조치가 되어야 했고 다음날 오전 7시에 코로나 검사 결과 음성 판정 결과를 받고 나서 바로 응급시술에 들어갔다. 계속 이 상태로 두면 또 부정맥이 일어날 것이 뻔하기에 지체할 시간 없이 바로 부정맥을 제거하는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았다.



4시간가량 제법 긴 시간 시술을 받고 나는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시술 결과는 대성공 부정맥 제거 시술만 따지면 이번이 4번 정도 받았는데 교수님께서 그동안은 부정맥이 지나가는 자리에 회로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접근을 했다면 이번에는 아예 그 범위를 엄청 넓혀 뿌리까지 없애려고 노력했다고 말해주셨다.

사실 부정맥이 지나가는 자리에 회로를 차단하는 방법이 정석이고 올바른 방법이 맞다. 보통은 이렇게 회로만 끊어만 주더라도 재발할 가능성이 많지는 않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 범위를 넓혀 시술을 진행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는 심실 빈맥을 제거하는 시술을 여러 번 진행했으나 계속 재발이 됐기 때문에 시술 방식에 조금은 위험성이 더 높았지만 범위를 넓히는 것이 정답이라고 판단하셨으며 안전하고 깨끗이 제거했다고 말씀해주셨고 우리 부모님께서도 그제야 한숨을 놓으셨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병원에서 회의 결과 심장 판막수술을 해야 한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동안 정기검진을 계속 받아왔으나 그 짧은 기간에 심장 상태가 더 안 좋아졌다고 한다.

입원을 하는 동안 수술 전 심장에 대한 종합검진을 실시했고 그동안 심장초음파, 심전도, 엑스레이, 혈액검사가 전부였다면 해당 검사뿐 아니라 심장 CT, 뇌 MRI, 경식도 초음파까지 진행했다.



그리고 마침내 수술 날짜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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