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한솔 Oct 21. 2021

새로운 시작

난 새로 일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잃어버린 건강이 조금씩 천천히 제 자리로 찾아갔을 때 난 단순히 건강만 회복된 것이 아닌 나의 생각 자체도 변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아무렇지 않게 하는 행동들이 결코 당연한 행동이 아니며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소망일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우리는 그것을 소중히 다루고 지킬 의무가 있음을 배운 유익한 시간들이었다. 내가 아프지 않았으면 절대 깨닫지 못했을 것이고 오히려 그렇게 아파봤기에 앞으로의 인생이 소중해짐과 동시에 삶을 맞이하는 가치관도 많이 바뀌게 되었다. 아마 내가 이런 시기를 겪지 않았다면 난 아직도 철없고 허무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나의 아픔의 과거가 아닌 나의 시작의 신호였던 것이다.



그 이후로 난 조금 더 어떻게 하면 바쁘고 발전되게 하루를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이전엔 살면서는 이러한 고민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생각이었다. 그저 똑같은 일상이 지루했고 하루를 버티는 것에 초점을 뒀다. 그러니 나의 하루는 가치가 있을 수가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약해진 이유, 남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것 같은 기분, 바닥까지 떨어져 더 떨어질 곳도 없는 자존감 이런 것들의 원인은 다 나로 인해 생겨난 것들이었다. 그것을 부정하려 누군가를 탓하려 했을 뿐 내가 이렇게 나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면 끝이 날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참 어리석은 고정관념이었다. 약해지면 어떤가 약해진다고 다시 강해질 수 없는 것은 아니기에 약해져도 괜찮다. 쓰러지지만 않으면,



난 고기를 잘 못 구우니까 내가 고기를 구우면 안 돼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지금 가장 부족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 무엇일까? 그건 바로 게으름이었다.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내가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누군가는 하겠지'라는 아주 더러운 마인드가 심어져 있었다. 누가 나에게 직접적으로 시킨 것이나 나의 담당이어서 내가 꼭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꼬박꼬박 잘했다. 그렇지만 그 범주를 벗어난 일에 대해서는 신경도 쓰지 않았고 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그 습관은 번져 아주 사소한 일상에 대해서 까지 내 모든 행동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간단한 예를 들어 말하면 지인들과 같이 삼겹살을 먹으러 갔다. 이 고기를 누가 구울 것인가, 그때 나는 '나는 고기를 잘 못 구워서 내가 구우면 안 돼' 라며 누군가 나에게 강제로 고기를 구우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것부터 개선해야 했다. 못한다고 안 하면 못하고, 못해도 하면 그래도 할 수 있다. 이것은 조금만 실천해도 느낄 수 있는 진리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무언가를 해보려고 하는 습관을 기르고 있다. 그러나 이미 잠식되어 있는 나의 게으름과 무기력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떠한 행동을 취하려 할 때마다 항상 머릿속에는 '오늘 하루만 하지 말까?' '그동안 열심히 했으니까 한 번은 괜찮을 거야'와 같은 생각을 하며 자신과의 협상을 시작한다. 난 예전에 그러한 협상에서 항상 지기만 했다. 그렇지만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 박새로이가 그렇게 말했다. '이번 한번, 딱 한번, 마지막으로 또 한 번... 그때 한 번은 편하겠지 근데 그 한 번이 사람을 망치는 거야..' 참 틀린 말 하나 없이 뼈 때리는 명대사가 아닐 수 없다. 한 번이 실패의 틈을 만든다. 그러니 그 한 번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현재 난 다양한 것을 시도하고 있다. 직장을 다니며 컴맹이던 내가 컴퓨터 웹코딩을 배워 프로그래밍의 대한 재미를 알아가고 있고, 운동이라고는 숨 쉬기 운동밖에 안 하던 내가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을 한다. 글을 쓰는 것에 관심이 있었던 나였지만 제대로 글을 쓸 생각은 하지 못했던 내가 브런치 작가의 도전을 해 브런치 작가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고, 매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명상을 해 정신건강을 챙기고 있다. 평소 조금 관심이 있었던 심리학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고,  하루의 30분 이상은 독서를 하는 습관을 기르고 있다. 그렇게 퇴근을 하면 오로지 술, 친목도모에만 관심이 있었던 나는 인맥을 조금 멀리하기로 하고 그 시간에 좀 더 괜찮은 나로 진화하기 위해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위치에서 자기 계발을 하려고 애쓰고 있다.



당연히 난 아직 완전하지 못하고 불안정하다. 아직 내가 시작한 것에 새싹도 보이지 않는 상태이지만 오늘 목표로 한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내가 세운 하루 목표는 아주 미약하고 작다. 그렇지만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음에 내가 그래도 의지가 있고 괜찮은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이것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행복감과 뿌듯함이다. 인간은 완전하지 못하고 불안정할 때 가장 열정적일 수 있다. 불안정이 가져다주는 메시지가 있고 그 동기부여가 사람을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아주 많은 것에 감사하다.



아주 많은 것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 한번 크게 아파보니 뼈저리게 느꼈다. 내가 이렇게 다시 걷고 달리고 편하게 숨을 쉬는 것에 감사해야 하고, 멀쩡히 두 눈으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에 감사해야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하고 운동을 하고 직장을 다녀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하고 두 귀로 소리를 들을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하나만 망가져도 아주 큰 불편함을 가진다. 우리는 그들에게 일반적으로 장애가 있다고 하지만 그 장애는 누구나 가질 수 있다. 그러니 그들에게는 동정의 위로가 아닌 그럼에도 열심히 살아주고 있는 부분에 존경심을 표해야 하고 우리는 이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그 가치가 희미해지지 않고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다. 



감사함은 행복과 상호작용을 하여 감사함이 많아지면 행복지수도 높아진다.

그렇게 난 많은 것에 감사해하며, 또 발전하며, 또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것이 다시 태어난 나의 가치관이다.




이전 11화 심장질환 예방과 치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